뒷돈 요구·꺾기 강요… 부당 영업행태 만연"불균형관계·지나친 실적 요구가 악습 키워"
  • ▲ 뒷돈 요구·꺾기 강요 등 부당 영업행태가 일부 시중은행에서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연합뉴스
    ▲ 뒷돈 요구·꺾기 강요 등 부당 영업행태가 일부 시중은행에서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연합뉴스

    일부 시중은행이 자금을 대출하거나 상품을 판촉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요구를 해온 사실이 잇따라 적발됐다. 뒷돈을 요구하거나 판촉비용을 타사에 전가하는가 하면, 구속성 예금 가입을 강제하는 등 부당한 영업을 해온 사실이 포착된 것이다. 

이처럼 일부 은행에서 일어나는 '갑의 횡포' 탓에 을의 위치에 서 있는 중소기업이 눈물짓고 있다.

◇ 뒷돈 요구·'꺾기' 강요… 계속되는 횡포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상시점검시스템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외환은행과 대구은행의 수신 부문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돼 불시 검사에 나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환은행과 대구은행에서 일부 문제가 포착돼 현장 검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두 은행에서 발생한 문제가 횡령 수준은 아니지만 일부 편법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두 은행 영업점 직원들이 수신고를 올리기 위해 부당한 영업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외환은행과 대구은행의 불법 행위는 그동안 적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영업점에서 대출 가산금리를 무단 인상해 이자 303억원을 불법 수취한 혐의로 외환은행 전 부행장 권모씨 등 전·현직 임직원 7명을 지난해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외환은행은 작년 9월에는 구속성 예금 11건(5억원)을 판매한 사실이 적발돼 2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대구은행은 지난 2월 신한생명으로부터 보험 고객 유치 대가로 뒷돈을 받고, 보험 모집 관련 마케팅 비용을 부당하게 보험사에 전가한 사실이 적발돼 기관주의 조치 및 과태료 5000만원의 제재를 당했다.

산업은행은 최근 '꺾기'를 했다가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았다.

산업은행 3개 영업점은 2011년 6월부터 2012년 9월까지 4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5건(50억원)을 취급하면서 구속성 금융상품 5건(19억원)을 가입하도록 강제했다. 직원 1명이 조치 의뢰됐으며 과태료 3750만원이 부과됐다.

◇ 불균형 관계·지나친 실적 할당이 악습 야기

시중은행에서 이같은 부당 영업이 계속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어려워진 대출환경을 꼽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대출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어떻게든 실적을 올리려는 금융사와 돈을 마련하려는 소비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다 보니 생기는 악순환"이라고 지적했다.

은행에서 금전을 대출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자격 요건이 필요하다. 하지만 은행이 요구하는 자격을 갖춘 사람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 하지 않고, 자격에 다소 미달하는 사람들은 돈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런 불균형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불공정거래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조 원장의 설명이다.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도 불균형 관계와 지나친 실적할당을 원인으로 꼽았다.

제 대표는 "금융기관에서 꺾기라는 악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돈을 어떻게든 구해야 하는 소비자들의 절박한 심리를 악용한 이런 악습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런 행위에 대한 신고센터가 개설돼 있긴 하지만, 불이익을 당할까 염려해 소비자들은 신고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지나친 실적 할당도 문제다. 직원 개개인이 낼 수 있는 실적엔 분명히 한계가 있는데, 이를 넘어선 무리한 요구를 하다 보니, 이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중은행의 이런 부당영업은 중소기업의 연쇄적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윤경 대표는 "시중은행의 부당영업으로 피해를 입는 중소기업이 생길 경우, 그 여파는 다른 중소기업에까지 미칠 수 있다. 특정 기업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경우, 자금 결제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고, 피해는 자연스럽게 타 기업에도 미치게 될 것이다.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쓰러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악의 경우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리고, 높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도산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일의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처벌 및 근절 의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