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위원장(가운데)ⓒ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이 끝났지만 갈등은 봉합되지 않았다. 총파업 직전 마련된 성과급 합의가 오히려 최대 노조의 과반 지위를 흔드는 후폭풍으로 번졌다. 반도체 부문에는 수억원대 특별성과급이 열렸고, 모바일·가전 등 DX 부문에는 600만원 상당 보상이 배정되면서 조합원 이탈이 가속화됐다. 파업 리스크를 피한 삼성전자가 이번에는 노조 대표성 재편이라는 더 복잡한 노사 리스크를 맞게 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조합원은 지난 3일 15시 기준 5만8270명으로 집계됐다. 과반 노조 유지 기준인 전체 임직원 과반 약 6만4500명에 못 미치는 규모다. 초기업노조는 지난 4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삼성전자 과반 노조 지위를 인정받을 당시 조합원 수가 7만6000명을 넘겼다. 약 40일 만에 1만7000명 이상이 빠져나간 셈이다.
삼성전자 노조 지형은 급격히 바뀌고 있다. 초기업노조가 단독 과반 지위를 잃으면서 향후 교섭 구도는 한 노조 중심에서 복수 노조 간 연대와 경쟁이 맞물리는 구조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노사 합의로 총파업은 막았지만, 그 합의안이 노조 내부를 DS와 DX, 메모리와 비메모리로 갈라놓은 것이다.
이탈의 핵심 원인은 성과급 격차다. 삼성전자 노사는 2026년 임금협약에서 DS 부문에 영업이익 10.5% 규모의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메모리 사업부 직원은 1인당 평균 5억6712만원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DX 부문 직원은 상생 명목으로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받는 구조다. 단순 비교하면 메모리와 DX 간 격차는 약95배에 이른다.
DS 안에서도 온도 차가 있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사업부 직원은 1인당 약1억6154만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메모리보다는 적고 DX보다는 큰 규모다. 이번 합의안은 삼성전자 내부에서 수익을 낸 사업부와 그렇지 못한 사업부의 보상 원칙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문제는 이 기준이 노조 대표성 논란과 맞물렸다는 점이다.
DX 조합원 입장에서는 총파업을 앞세운 협상 결과가 메모리 중심 보상으로 귀결됐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 초기업노조가 DS 성과급 제도화를 관철했지만, 동시에 DX 조합원의 결속력은 약화됐다. 회사 전체를 대표하는 과반 노조라는 명분과 특정 사업부 이해를 대변했다는 내부 비판이 충돌한 것이다.
초기업노조에서 빠진 인원은 다른 노조로 이동하고 있다. 전삼노 조합원 수는 지난달 20일 1만6000여명에서 2만968명으로 늘었다. DX 부문 직원이 주축인 동행노조도 2600명 수준에서 2만1015명까지 급증했다. 두 노조 모두 2만명대에 올라서면서 삼성전자 노조 구도는 초기업노조 독주 체제에서 3개 노조 경쟁 체제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수습에 나섰다. DS와 DX 집행부를 따로 두는 투트랙 교섭을 추진하고, 오는 17일 위원장 재신임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성과급 합의 이후 커진 내부 불만을 진정시키려는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조합원 이탈이 과반 기준 아래까지 진행된 만큼 단기간에 대표성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건은 2027년 교섭이다. 초기업노조가 단독 과반 지위를 잃더라도 다른 노조와 공동교섭단을 구성해 전체 근로자 과반 규모를 확보하면 교섭력을 유지할 여지는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전삼노와 동행노조의 협상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