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론 HBM4 제품 이미지ⓒ마이크론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풍향계로 불리는 미국 마이크론이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역대 최대 실적을 내놓으면서 AI 버블론이 다시 수그러들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공급 부족 현상도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기대감 역시 한층 커지는 분위기다.
24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은 2026 회계연도 3분기(3~5월) 매출이 414억5600만달러(약 64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4.5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회사가 제시한 가이던스와 월가 전망치를 모두 크게 웃돌았다.
수익성도 폭발적으로 개선됐다. 조정 기준 주당순이익(EPS)은 25.11달러를 기록했으며 매출총이익률은 84.9%에 달했다. 조정 영업이익은 336억8100만달러, 조정 순이익은 288억5700만달러로 집계됐다.
사업부별로는 AI 인프라와 직결되는 데이터센터 부문이 실적을 견인했다. 클라우드 메모리 사업부 매출은 137억6900만달러, 코어 데이터센터 사업부 매출은 115억2400만달러를 기록했다. 모바일·클라이언트 사업부 역시 115억21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고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특히 HBM을 포함한 AI 메모리 수요가 예상보다 강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최근 제기됐던 AI 투자 둔화 우려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크론은 차세대 HBM4 매출이 이미 1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히는 한편, AI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이 지속되면서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내년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는 D램과 낸드플래시 수급이 2027년 이후까지 타이트한 상황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HBM 생산 확대에 따라 범용 D램 공급 여력이 줄어들고 있는 점도 공급 부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4분기 전망 역시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돌았다. 마이크론은 다음 분기 매출 가이던스로 500억달러를 제시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435억달러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영업이익률 전망치도 80% 중반대로 제시하며 추가 개선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실적 발표가 메모리 업황의 상승 국면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과거 메모리 산업이 공급 과잉과 가격 급락을 반복하는 경기 민감 산업이었다면 AI 시대에는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장기 공급 계약을 통해 물량을 확보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마이크론은 현재 16건의 전략적 고객 계약(SC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3~5년 이상의 장기 계약으로 협의 중인 물량까지 포함하면 향후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장기 계약 기반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고객들이 메모리 공급 부족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선제적으로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메모리 업계에도 긍정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를 중심으로 장기 공급 계약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장기 계약 비중이 늘어날 경우 실적 변동성은 줄고 수익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HBM4 공급 확대와 범용 D램 가격 상승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일반 D램 가격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수혜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양사의 실적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폭이 당초 예상보다 크고 실제 거래 가격 역시 시장 조사기관 추정치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2분기와 하반기 실적 기대감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노무라증권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67조원에서 76조원으로 상향 조정했으며 KB증권은 9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 역시 KB증권 기준 2분기 영업이익이 69조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웃돌 것으로 예상돼 메모리 업황 호조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 실적은 AI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을 재확인시켜 준 결과"라며 "HBM 중심의 AI 메모리 성장과 범용 D램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흐름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장기 공급 계약 확대와 공급 부족 장기화 전망은 메모리 산업이 과거보다 훨씬 안정적인 구조로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이번 사이클은 과거보다 더 길고 강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