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부터 2시는 점심시간이니까 전화하지 말라는 소리도 들어봤어요. 추심 전화하는게 제 일인데 전화하면 금감원에 신고하겠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대출 갚아달라고 전화하는 제가 오히려 을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시중은행 여신관리부 관계자 A씨는 최근 채권 회수 현장의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정당한 추심 업무를 수행함에도 채권자가 오히려 채무자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 잦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A씨는 "언제까지 상환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기보다 민원 제기 등을 이유로 상환 독촉을 피하려는 차주들이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포용금융' 기조 아래 중·저신용자 대출 지원과 채무자 보호 제도가 강화되면서 금융권에서는 채무자 보호와 상환 책임 사이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포용·상생금융 기조에 따라 상환 여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린 은행들은 최근 건전성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한 달 이상 밀린 대출을 나타내는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4월 말 기준 0.42%로 전월 대비 0.02%포인트(p) 상승했다. 특히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연체율은 0.83%로 한 달 새 0.07%p 올랐다.
이자를 한 푼도 받지 못하는 무수익여신 규모도 치솟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5조608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5조3758억원) 대비 2327억원(4.33%) 증가한 수치이자, 2019년 1분기(5조9047억원)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목표를 부여받은 인터넷은행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금융감독원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가 매각한 대출채권은 총 217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862억원) 대비 17% 늘어난 규모로 2023년(695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2년 새 213.3%나 증가했다. 통상 3개월 이상 연체돼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을 낮은 가격에 매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터넷은행 3사의 부실 발생 규모가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기 둔화와 고금리 영향으로 연체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채무자 보호 확대가 상환 규율마저 흔들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채무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기대감도 감지된다. 한 장기 채무자는 "10년째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고 있다"면서도 "요즘 정부가 힘든 사람들의 빚을 탕감해 주라고 은행에 요구하는 분위기 아니냐. 솔직히 힘들 땐 조금만 버티면 나라에서 구제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여신관리부 관계자 A씨는 최근 채권 회수 현장의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정당한 추심 업무를 수행함에도 채권자가 오히려 채무자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 잦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A씨는 "언제까지 상환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하기보다 민원 제기 등을 이유로 상환 독촉을 피하려는 차주들이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포용금융' 기조 아래 중·저신용자 대출 지원과 채무자 보호 제도가 강화되면서 금융권에서는 채무자 보호와 상환 책임 사이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포용·상생금융 기조에 따라 상환 여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린 은행들은 최근 건전성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한 달 이상 밀린 대출을 나타내는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4월 말 기준 0.42%로 전월 대비 0.02%포인트(p) 상승했다. 특히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 연체율은 0.83%로 한 달 새 0.07%p 올랐다.
이자를 한 푼도 받지 못하는 무수익여신 규모도 치솟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5조608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5조3758억원) 대비 2327억원(4.33%) 증가한 수치이자, 2019년 1분기(5조9047억원)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목표를 부여받은 인터넷은행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금융감독원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가 매각한 대출채권은 총 217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862억원) 대비 17% 늘어난 규모로 2023년(695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2년 새 213.3%나 증가했다. 통상 3개월 이상 연체돼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을 낮은 가격에 매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터넷은행 3사의 부실 발생 규모가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기 둔화와 고금리 영향으로 연체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채무자 보호 확대가 상환 규율마저 흔들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채무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기대감도 감지된다. 한 장기 채무자는 "10년째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고 있다"면서도 "요즘 정부가 힘든 사람들의 빚을 탕감해 주라고 은행에 요구하는 분위기 아니냐. 솔직히 힘들 땐 조금만 버티면 나라에서 구제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채무자 보호 기조가 강화되는 사이 금융회사가 짊어져야 할 부실채권 관리 책임은 한층 무거워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사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금융회사는 부실채권을 외부 추심업체 등에 매각한 이후에도 양수인의 불법행위 여부를 지속해서 점검하고, 위법 발견 시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손을 떠난 채권에 대해서도 은행의 관리 책임이 무거워진 셈이다.
여기에 은행권의 포용금융 이행 수준을 점검하는 '포용금융 종합평가체계'도 올해 도입을 앞두고 있다. 정책서민금융 공급 실적을 포함해 채무조정, 연체채권 소각 실적 등이 주요 지표로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자 은행들은 앞다퉈 자체적인 채권 소각 규모를 늘리고 있다. 최근 NH농협금융이 6870억원 규모의 연체채권을 소각한 데 이어 신한금융(5000억원), 하나금융(2000억원)도 자체적으로 대규모 채권 소각에 나섰다.
경제 전문가들은 포용금융 기조 하에 빚을 탕감해 주는 사후적 처방보다는 성실 상환자에게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상환 책임 의식을 고취하는 시스템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의 본질은 성실하게 신용을 관리한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데 있다"며 "미국의 신용 사회 모델처럼 열심히 일해 신용을 쌓은 개인이 금리 인하 등 실질적인 기회를 얻는 구조가 정착되어야 건강한 사회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채권추심 및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사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금융회사는 부실채권을 외부 추심업체 등에 매각한 이후에도 양수인의 불법행위 여부를 지속해서 점검하고, 위법 발견 시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손을 떠난 채권에 대해서도 은행의 관리 책임이 무거워진 셈이다.
여기에 은행권의 포용금융 이행 수준을 점검하는 '포용금융 종합평가체계'도 올해 도입을 앞두고 있다. 정책서민금융 공급 실적을 포함해 채무조정, 연체채권 소각 실적 등이 주요 지표로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자 은행들은 앞다퉈 자체적인 채권 소각 규모를 늘리고 있다. 최근 NH농협금융이 6870억원 규모의 연체채권을 소각한 데 이어 신한금융(5000억원), 하나금융(2000억원)도 자체적으로 대규모 채권 소각에 나섰다.
경제 전문가들은 포용금융 기조 하에 빚을 탕감해 주는 사후적 처방보다는 성실 상환자에게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상환 책임 의식을 고취하는 시스템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의 본질은 성실하게 신용을 관리한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데 있다"며 "미국의 신용 사회 모델처럼 열심히 일해 신용을 쌓은 개인이 금리 인하 등 실질적인 기회를 얻는 구조가 정착되어야 건강한 사회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