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레벨급 독립 임원은 해외 사례도 없어 … 구색 맞추기 우려리스크 관리 상반·현행 KPI 요소 위배, 면책조항 실효성 의문전략추진단에서 구체화 될 전망, 건전성 충돌 해소가 핵심
  •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금융위원회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가 포용금융을 총괄하는 C레벨 임원 신설을 추진하면서 은행들이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건전성 유지 부담이 커지는 와중에 취약층 대출을 늘리라고 하는 행태가 모순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각 사별로 ‘포용금융 최고책임자(CIFO, Chief Inclusive Finance Officer)’ 도입 구상을 내놨다. 포용금융을 자발적 사회공헌이 아닌 거버넌스 차원의 제도적 의무로서 강제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당국은 제도 안착을 위해 포용금융 종합 평가 체계를 구상하겠다는 계획이다. ESG처럼 평가 결과에 따라 금융회사 인센티브와 일종의 법정 부담금인 출연료를 연계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포용금융 업무 참여 임직원에 대한 면책제도 운영도 언급됐다.

    다만 포용금융을 C레벨 차원에서 다루는 것은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글로벌 대형은행에서도 포용금융을 다루는 담당 임원은 독립된 C레벨보다 ESG 또는 지속가능금융 조직 산하 고위 임원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직함도 포용금융을 뜻하는 ‘Financial Inclusion’보다는 ‘Community Investment(지역사회 금융투자)’나 ‘Social Finance(사회적 금융)’를 사용한다.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포용금융 최고책임자 도입 논의에 은행권에서는 난감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포용금융이 추구하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는 건전성 관리 압박이 커지는 현 상황과 상반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민간 금융회사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는 방침이라는 점에서 반발도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강제로 포용금융을 이식하려는 톱다운 방식 규제가 구색 맞추기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실적으로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나 ESG 담당 등 다른 C레벨급 임원이 포용금융 최고책임자를 겸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리스크 관리가 핵심 가치인 은행업 특성상 CIFO는 실무 경영진 내에서 힘을 얻기 어려운 구조이기도 하다. 저신용자 대출을 늘리자는 CIFO의 말은 위험관리책임자(CRO)가 BIS 자기자본비율 등 건전성 지표가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목소리에 묻힐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포용금융으로 야기된 부실에 대한 면책 조항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대출 부실책임은 징계만 아니라 배임 등 사법 리스크로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은행원들이 면책 조항만 믿고 부실 위험이 높은 차주에게 대출을 실행해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CIFO가 힘을 얻으려면 조직 체계 구성보다 성과지표(KPI)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정량화할 수 있는 성과지표 없이는 포용금융 시스템을 은행권에 내재화할 수 없다는 것. 정부에서 은행권의 포용금융 실천에 화답하는 인센티브도 구체화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해당 내용은 금융위가 오는 6월 출범을 예고한 ‘포용금융 전략추진단’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추진단은 기존 금융회사 위주 논의 구조에서 벗어나 제도권 밖 시민단체나 사회활동가, 현장 상담기관 종사자 등 외부인사들을 참여시킨다는 방침이다. 은행권이 우량차주 중심 영업에서 벗어나라는 전향적으로 포용금융을 실천해야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CIFO는 은행 최고 가치인 건전성 관리에 정면으로 충돌하는 정무적 직책”이라며 “현재 은행 경영 성과지표가 연체율과 자본비율 등 건전성 지표 중심인데 이와 반대되는 포용금융 목표가 추가되면 모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