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포용금융 평가제" 시사 … 금융권 KPI 압박 직면5대 금융지주 포용·생산금융 70조 경쟁, 중금리대출 확대 미션금융위 '포용금융 2.0' 검토, 대안신용평가·가산금리 손질 거론은행 중금리대출 6348억 … 저축은행과 '차주 쟁탈전' 우려 확산"사회공헌 넘어 정책 성적표" … 회장 연임 변수로 떠오른 포용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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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포용금융 실적에 대한 평가와 '이익·불이익' 가능성까지 직접 언급하자 금융지주 회장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겉으로는 상생·포용 확대를 내세우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어디까지 맞춰야 하느냐"는 긴장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포용금융이 사실상 새 정부의 '정책 성적표'이자 금융사 수장들의 새로운 생존 시험대로 떠오르고 있다는 해석이다.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포용금융을 얼마나 실현했는지 평가해서 이익이나 불이익을 줄 방법이 없느냐"고 말했다. 금융기관을 '준공공기관'이라고 표현하며 공공성 강화 필요성도 직접 언급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역시 SNS를 통해 현행 신용등급 체계를 "보이지 않는 계급장"이라고 비판하며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주문했다.금융권은 이를 단순 발언이 아니라 향후 경영평가와 지배구조 문제까지 연결될 수 있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민간 중금리대출 공급 목표를 지난해보다 1조 1000억원 늘어난 31조 9000억원으로 확대했고, 총량 규제 제외 등 인센티브 부여 방안도 검토 중이다.금융당국 내부에서는 이른바 '포용금융 2.0'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핵심은 중신용자 공백 메우기다. 금융위는 ▲대안 신용평가(CSS) 확대 ▲가산금리 체계 점검 ▲중저신용자 대출 실적 반영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요금 납부 내역과 배달앱 매출, 공공요금 기록 같은 비금융 데이터를 신용평가에 반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금융지주들은 이미 대규모 포용금융 계획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가 발표한 포용·생산·지역금융 공급 계획 규모는 향후 5년간 총 70조 4000억원 수준이다. KB금융 17조원, 하나금융 16조원, NH농협금융 15조 4000억원, 신한금융 15조원 순이다. 금융권 내부에서는 "누가 먼저 얼마나 크게 내놓느냐를 두고 사실상 눈치게임이 벌어지는 상황"이라는 말도 나온다.특히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움직임에 시선이 쏠린다. 양 회장은 올해 11월 첫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KB금융은 최근 1조 5300억원 규모 중금리대출 공급 계획을 발표했고, 전북혁신도시에 'KB금융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연임을 앞둔 양 회장이 정책 친화적 행보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배달 플랫폼 '땡겨요'를 활용한 소상공인 금융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고,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햇살론 이용자 캐시백과 청년금융 지원 확대를 내세우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신용대출 금리 상한제를 강조하며 정책 기조에 맞추는 모습이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저마다 대표 포용금융 상품 만들기에 들어갔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
- ▲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각사
다만, 금융지주 내부에서는 포용금융 평가·불이익 체계가 본격화될 경우 건전성 관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은행과 저축은행 간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잠식)'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다.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라는 정책 방향은 같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계열사끼리 고객군이 겹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실제 올해 1분기 4대 시중은행의 민간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6348억원으로 계열 저축은행 4곳의 실적(2186억원)을 이미 크게 웃돌았다. 정책 압박에 따라 은행권 공급 규모가 더 확대되면 상대적으로 우량한 중신용 차주는 은행이 직접 흡수하고, 저축은행에는 고위험 차주만 남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은행권 역시 속내는 복잡하다. 지난해 은행권 당기순이익은 24조원, 이자이익은 60조 4000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포용금융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가 본격화되면 연체율 상승과 대손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지방금융지주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BNK·JB·DGB금융 등은 지역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비중이 높은 만큼, 포용금융 평가 체계에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인터넷은행들 역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와 자체 신용평가모형 검증 압박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는 포용금융이 단순 사회공헌이 아니라 사실상 정책 성적표처럼 작동하는 느낌"이라며 "회장들 입장에서는 정부 메시지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