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주류·환경단체 "(진로)공병 재활용 체계 뒤흔든다"며 환경부에 이의 제기소주업체, 2009년 소주 공용화 동의… 동일 녹색·갈색병 사용 중환경부, 업체들과 다음주 미팅… "최대한 중재하고 합의점 찾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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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트진로
    유흥업소에서 팔린 소주·맥주병은 어떻게 재사용될까. 주류 도·소매상들은 업소에 술을 납품하며 공병을 회수한다. 이러한 공병은 주류업계와 계약을 맺은 재활용 공장으로 향한다. 회사는 다르지만, 소주병과 맥주병 크기가 표준 규격화돼 공동이용이 가능하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빈 병 공동이용’ 체계에 낯선 손님이 등장했다. 하이트진로가 지난 4월 출시한 진로(이즈백)가 주인공이다. 뉴트로(New+Retro) 트랜드에 맞춰 출시된 제품인 만큼 과거 진로 소주가 사용했던 ‘투명 병’이 재탄생된 게 제품 정체성의 핵심이다.

    재출시된 진로는 72일 만에 1000만 병이 넘게 팔렸다. 참이슬·진로 등을 생산하는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은 진로 소주의 생산과 중단을 반복하고 있다. 예상을 훨씬 웃도는 판매량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일주일간 진로를 생산하지 못했고, 일부 업소에선 품귀현상이 일어났다.

    진로 소주 인기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롯데주류와 자원순환사회연대가 주축이 된 환경단체들이다. 이들은 진로가 공병 재활용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기존 초록색 병으로 바꾸라고 주장하며 공식적으로 환경부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소주 업체들은 2009년 소주병 공용화에 동의, 각기 다른 디자인의 녹색병을 동일한 크기와 디자인으로 맞춰 제조사에 상관없이 공용으로 소주병을 이용하기로 합의했다. 재사용률을 높이고 빈 병 수거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자는 취지다.

    반면 이들의 주장은 하이트진로가 소주 시장 1등 업체이니 공동협약을 준수하라는 것과 진로 판매량이 늘면 공병 재사용 인프라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진로’ 병은 재사용이 안 되고 물류 인건비가 더 들어 가격까지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업체 간 자율협약에 따른 것이지 이는 법적 책임이나 강제성이 없다는 점에 있다. 한라산소주, 무학 좋은데이 등 일부 소주 브랜드들이 비용을 더 들이면서도 초록병이 아닌 다른 용기를 사용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 롯데주류의 ‘청하’ 역시 차별화된 병을 사용했던 만큼, 유독 ‘진로’에만 투명 병을 강요하는 것은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지역 소주나 일부 수제맥주 업체 등도 다른 병을 쓰고 있지만, 판매량이 많지 않고 회수할 비용이 없어서 신병을 쓰는 경우도 많다.

    한편 환경부는 조만간 환경단체들과 하이트진로 등 제조사, 도매상 등 유통업계를 한자리에 모아 의견을 들어봐 추후 타협점을 찾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