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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수소사업을 추진한다. 2050년까지 500만톤 생산체제를 갖춰 매출 30조원을 달성하겠단 목표다. 리튬을 이을 미래 먹거리로 수소를 낙점한 것이다.
지난 2018년 말 최정우 회장이 신성장부문을 신설한 이후, 포스코가 신사업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산업 성장성 측면에서 포스코의 선택은 긍정적이다.
포스코에 따르면 수소의 국내 수요는 2030년 194만톤, 2040년 526만톤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활용 분야도 석유화학산업 중심에서 수송, 발전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 또한 수소사업 시장 규모가 2050년에는 연간 2조5000억달러(약 294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포스코는 제철소 지역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하고, 운송차량을 수소차로 전환하는 등 수소생태계 육성으로 수요 기반 창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번 선택에 있어 아쉬움도 있다. 포스코가 신성장부문을 새로 꾸리며 지난 2년여간 다양한 사업을 모색했을 터인데 선택지가 수소였단 대목에서다.
현대차, SK, 한화, 두산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이미 수소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많은 기업들이 수소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더 이상 신사업 타이틀을 붙이긴 애매하다.
포스코가 리튬사업을 발표했을 당시와 비교하면 아쉬움은 두배다.
권오준 전 회장은 지난 2016년 초 이차전지소재인 리튬을 신사업으로 추진하겠다 밝혔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배터리에 쓰이는 리튬을 국산화해 한국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소재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였다.
이후 포스코는 리튬 광산과 염호를 확보하는 등 독보적인 리튬 생산업체로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당시 포스코의 신사업 방향성은 뚜렷했다. 국내에서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리튬을 국산화해 수입을 대체한다는 것. 대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포스코가 리튬 진출을 선언하며 획기적이었단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엔 아쉬움이 크다. 등 떼밀린 선택이란 느낌이 강하다.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제로의 탈탄소 정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탄소세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탄소 배출권 거래에 이어 세금까지 내야 하는 철강사들로선 이중고에 처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가 고를 수 있는 신사업은 극히 제한적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본원 경쟁력인 철강업을 유지하면서도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수소는 철강과 친환경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단 점에서 최적의 대안으로 보인다. 신사업 측면에선 아쉬움이 있어도 말이다.
시기도 절묘하다. 포스코의 수소사업 진출은 최정우 회장의 연임이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의결된 이후 발표됐다.
아무리 정치권 개입이 줄어들었다곤 하나 포스코로선 정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정부의 탈탄소화 정책에 있어 배출가스 주범으로 지목되는 포스코로선 어떠한 입장이라도 내놔야 했을 것이다.
최정우 회장의 연임을 발표하는 시기니 만큼 정부가 흡족할 수 있는 선물 보따리를 풀어야 했단 말이다. 포스코가 최 회장 연임과 함께 수소사업을 공식화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이유다.
포스코가 수소사업 진출을 공식화한다는 첫 기사가 나왔을 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 정도의 대기업이 수소사업을 키우겠단 것은 당연한거 아니냐. 그게 뭐 별스러운 소식인가"라고 말했다.
이 한마디가 지금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