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비에 부친 백신 구매 최종 결정라인… 책임소재도 따지기 어려워거리두기 체계 실패에도 기모란 방역기획관 잘못 아닌 ‘집단 지성’ 운운권덕철 복지부장관 역할 부재… 4차 대유행 억제 대국민 소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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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방역’ 자화자찬은 어느 순간 사라졌다. 백신 수급 문제와 사전예약 과정에서 혼선이 일었고 빈틈 많은 새로운 거리두기 시행으로 위기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인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숨었고 방역수칙을 엄격히 지켰던 국민에게 희생만 강요하는 모양새다. 

    백신 수급이 가장 큰 문제다. 이미 경험했듯 백신은 정상적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예상된 일정을 못 맞추는 상황이 비일비재했고 수시로 계획이 틀어져 정부는 ‘양치기 소년’이 됐다. 

    정부는 이번 달에 1천만회분의 백신이 들어온다고 했지만 현재 공급된 물량은 300만회분에도 못 미친다. 때문에 지난 6일 1차 접종률이 30%였는데 열흘째 되는 오늘(16일) 1.1%를 올리는 데 그쳤다. 2차까지 포함한 접종 완료율은 12.3%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물량 부족으로 화이자 백신 교차접종까지 허용한 상태인데도 백신 접종률은 제자리 걸음이다. 델타 변이를 중심으로 한 4차 대유행을 방어할 능력치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대국민 불신이 거세지자 결국 정부는 7월 남은 2주 동안 800만회분, 8월 2천700만회분, 9월 4천200만회분이 도입될 예정이라는 발표를 내놓는다.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이 내용이 지켜질지는 부정적이다. 

    국민 목숨을 담보로 한 정책이 실패한다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백신 구매 결정라인이 어딘지는 극비다. 청와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이 백신 수급문제를 다루겠지만 실체는 숨겨졌다. 

    이제는 ‘폭탄 돌리기’식으로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구매 결정라인에 누가 참여했는지를 공개해 대응하는 것이 재발을 방지하는 기회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여기에 최근 사전예약 사이트 먹통 문제, 우회 주소를 이용한 ‘뒷문 예약’이 허용되는 등 연일 문제가 터지고 있다. 아마추어적인 정부의 정책 설계와 대응으로 인해 대국민 불신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방역 주축인 거리두기 결정에 있어서도 동일한 맥락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미 대다수 감염병 전문가들이 새로운 거리두기 단계가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했지만 정부는 강행했고 결국 신규 확진자 증폭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이 과정에서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 책임론이 불거졌고 정부는 힘을 모아 ‘집단 지성’이 결정한 것이지 방역기획관의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백신 구매 결정라인이 공개되지 않은 것과 달리 명확하게 청와대가 방역정책을 전담할 인물로 지정한 것인데 거리두기 체계 결정에 책임이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직무유기’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방역 사령관 중 하나로 장관의 역할이 중요한데 적절한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 장관은 과거 메르스 때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을 맡았던 경험이 인정돼 임명됐지만 어떤 방역 정책을 설계하고 있는지에 대해 소통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수면 위로 나와 4차 대유행 억제를 위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K방역’은 대국민 방역수칙 준수 등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국민성을 토대로 위상이 세워졌지만 정부 관료들의 책임 회피로 금세 무너져 버렸다. 이점을 명심하고 비상등이 켜진 현 방역 상황을 극복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K방역을 다시 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