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성 없는 행위에 교육부·경찰청 대책 추진
  • ▲ 2017학년도 1학기 개강을 앞둔 대학가에서 예비신입생을 상대로 선배들의 강압 행위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뉴시스
    ▲ 2017학년도 1학기 개강을 앞둔 대학가에서 예비신입생을 상대로 선배들의 강압 행위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뉴시스


    새학기를 앞두고 대학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입생을 상대로 한 선배의 행사 참여 강요, 군기 잡기, 불안감 조성 등의 행위가 개강 전부터 잇따라 불거졌다.

    매해 신입생 가혹 행위, 인권 침해, 회비 상납 등 잘못된 관행이 반복되면서 결국 정부 부처 등이 '악습 철퇴 대책'을 내놓는 등 건전 문화 조성을 읍소할 정도다.

    23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달 말 서울대 대나무숲에서는 음악대학 새내기 행사의 가혹 행위를 지적하는 제보글이 등장했다. 행사에 참석하는 신입생은 일명 '토복'을 입어야 하고 미리 장기자랑을 준비할 것을 선배들이 강요했다는 것이다.

    토복은 과도한 음주로 구토할 경우 이를 잘 씻어낼 수 있는 바람막이 자켓에 붙여진 명칭으로, 결국 술이 강요될 것에 신입생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말 17학번 입학을 앞둔 수원과학대 예비신입생에게 존경심을 담은 메시지 등을 선배에게 보내야 한다며 일명 '똥군기' 행위 벌어져 논란이 됐다.

    당시 입학하지 않은 예비신입생의 SNS 메시지를 본 수과대 항공관광학과 재학생들은 '이름을 불렀다' '예의 없다' '이모티콘을 많이 쓴다' 등 꼬투리 잡기에 바빴고, 강압적인 분위를 조성한 것에 대한 비난이 일자 해당 학과 측은 사과문을 게재하며 진화에 나섰다.

    올해 1월 초 원광대 역사교육학과에 재학 중인 한 재학생은 역교과 신입생이 알아야할 사항으로 살벌한 학과 규율을 SNS를 통해 알렸고 복장·두발 규제, 거수 경례 요구, 욕설, 강제 회비 납부 등에 대한 제보가 잇따랐다.

    뒤늦게 문제를 인지한 원광대 측은 진상조사에 나서는, '뒷북 행정'을 벌였다. 

    서강대에서는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된 재학생들로 한때 소동이 벌어졌다. 17학번 신입생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에 몇몇 재학생이 가입, 이들은 SNS에서 여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 등을 했던 가해자로 알려졌고 예비신입생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운영자는 이들을 탈퇴 처리하는 촌극을 빚었다.

    대학별로 학내 상황으로 익명으로 알리는 SNS 커뮤니티 '대나무숲' 등이 활성화되면서 가혹 행위 등이 잇따라 지적되고 있지만 선배들의 일탈은 여전하다.

    최근 신입생 환영 행사를 준비하던 건국대 상경대에서는 한 남학생이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증언이 나와, 관련 행사는 결국 취소됐고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은 징계위원회에 넘겨졌다.

    이화여대 체육과학부에서는 신입생들이 지켜야할 '예절지침'이 배포돼 논란이 됐다. 학생회 측이 밝힌 기본 예의 사항은 '술자리에서 선배 허가를 받고 귀가할 것' '온라인에서 선배가 대답을 기다리게 하지 않을 것' '선배에게 큰소리로 인사할 것' 등으로 개강 전 부터 신입생을 상대로 군기 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A대학 관계자는 "과거 입학을 앞둔 한 신입생에게 선배들이 과도한 음주를 강요, 군기를 잡는 행위로 학생이 사망하는 사건도 있다. 여러 사건사고로 대학가의 잘못된 문화를 없애는 분위기다. 반면 악습을 되물림하거나 재학생이 바람직한 행동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대학 관계자는 "후배를 상대로 한 선배의 잘못된 '꼰대' 문화 등이 대학가에서 논란이 된게 한두번이 아니다. 학교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학생 개개인의 행동을 모두 감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고 하소연했다.

    건전 문화 조성을 위해 삼육대, 성신여대 등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 음주 자체를 금지하거나 1박2일 프로그램을 학내에서 진행했고, 동국대는 술 강요에 대한 거부 의사를 표시하는 '인권 팔찌'를 배포하고 있다.

    문제는 선배와 후배가 직접 대면하는 새학기다. 선배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후배에게 학생회비를 강제 징수하거나 폭행, 음주 강요 등 각종 갑질 행위가 개강 초에 상당수 발생한다는 점에서 교육부, 경찰청이 대책을 내놓았다.

    경찰청은 올해 2~3월을 선·후배 간 불법행위 집중신고기간으로 설정하고 대학 소재지 담당 경찰서에 '대학 내 불법행위 수사팀'을 운영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학내 건전 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대학이 사전 교육 등을 진행할 것을 요청했다.

    대학생 스스로 자성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별도 관리·감독 체계가 마련된 셈이다.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 관계자는 "매년 반복적으로 민원이 발생하고 있어 대학들에 지도 관리를 강화해달라는 당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했다. 사전에 예방 교육을 대학이 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건전한 대학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하는 부분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형사과 관계자는 "새내기 행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건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신고 체계를 구축했다. 경중을 따져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계도가 먼저라면 학교에서 지도하게 된다. 신속한 신고가 이뤄질 수 있도록 대학과 협조하는 것으로 경찰이 대대적으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