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의 이사 끼워넣기로 기업가치 훼손 우려

재벌개혁 신호탄…文정부, 집중투표제 '득보다 실'

[J노믹스 성공의 해법] 집중투표제, 글로벌 헤지펀드 놀음판 변질 우려
멕시코, 칠레, 터키, 러시아 등 4개국 정도만 시행

이지완 기자 프로필보기 || 최종편집 2017.06.26 06: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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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뉴데일리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상법개정안 추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대기업 발목을 잡는 재벌개혁 안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커지면서 기업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은 제19대 대통령 후보시절 소액주주의 이익 보호를 위해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 담긴 상법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진 선임 시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선임되는 이사수 만큼 부여하는 제도다.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경우 주당 이사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이 부여된다는 것.

이 제도는 사실상 소액주주들에게 매우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다.

일례로 3명의 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상황에서 A측이 51%, B측이 49%의 지분을 가졌다고 가정하면, 통상적으로는 3명의 이사 선임 모두 지분율이 높은 A측 의견이 결정적이다.

집중투표제가 의무화가 실현된 상황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집중투표제로 의결권을 이사 후보 한 명에게 몰아줄 수 있게 돼 B측이 원하는 후보 한 명을 이사진에 포함시킬 수 있게 된다.

해당 제도는 소액주주권 보호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핵심이다. 제도가 온전한 순기능을 할 수 있다면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제도가 악용될 경우 기업가치 훼손 등의 악영향을 초래하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실현될 경우 소액주주들이 권리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단, 이해관계를 앞세워 자신들의 편익을 취하기 위한 대표자를 이사로 선임할 수 있다는 '부작용'은 기업 입장에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재계에서는 집중투표제의 부작용을 우려한 탓에 반대 목소리가 상당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상법개정안에 대한 무역업체 CEO들의 반대 의견이 전체 791명(응답률 35.7%) 가운데 50.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중과 모름은 각각 31.8%, 9.2%였고, 찬성은 8.5%에 불과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헤지펀드들의 이사회 진입으로 꼽혔다. 헤지펀드들은 기업의 가치를 단기간에 끌어올려 주식 시세차익을 챙기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이에 따라 헤지펀드 이해관계자의 이사회 진입은 기업가치 훼손, 경영 악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실제 헤지펀드의 집중투표제 악용으로 타격을 입은 국내 사례도 존재한다.

지난 2006년 칼 아이칸은 집중투표제를 도입했던 KT&G를 흔들었다. 기업의 장기적 전략 중 하나였던 부동산의 매각, 자사주 소각 및 한국인삼공사(자회사) 기업공개 등을 요구했다. 결국 KT&G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2조8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신석훈 전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올 초 집중투표제가 헤지펀드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그는 "헤지펀드들은 최근 대상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최소한의 지분만 확보한 뒤, 자신들과 이해관계를 형성한 1~2명을 이사회에 진출시키는 등의 전략으로 회사 주요 자산을 매각한다"며 "이를 통해 주가 상승을 부추기고 차익을 실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소 연구원은 "헤지펀드가 이사 선임을 통해 기업 단기적 가치를 높이고 차익 실현을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William W. Bratton, Michael L. Wachter, "The Case Against Shareholder Empowerment," University of Pennsylvania Law Review, 2010


이 같은 단기 실적주의는 기업 경영에 독으로 작용한다. 일례로 2007년 가을 이전까지 은행들은 단기 실적주의를 앞세워 전체 시장보다 좋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1년 만에 은행주식은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집중투표제의 폐단을 경험한 해외에서는 선제적으로 이 제도를 폐지하고 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시행 중인 국가는 멕시코, 칠레, 터키, 러시아 등 4개국 정도다. 일본의 경우 지난 1950년 해당 제도를 도입했지만 24년 뒤 법개정을 했다.

이렇다보니 집중투표제 의무화 공약 현실화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준선 성균과대학교 교수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최 교수는 "집중투표제는 기업 주총장을 정치판으로 만드는 좋지 않은 제도다. 미국에서도 앞서 34개주가 이 제도를 실시했었지만 현재는 거의 다 없어졌다. 애리조나, 하와이 등 미국에서 경제력 하위권인 주들만 실시하고 있다"며 "일본 역시 1974년 이후 이 제도를 폐지했으며, 터키, 러시아 정도만 아직 실시하고 있는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이 제도가 기업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현 상황에서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는 신속하고 과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은 하루 아침에 망하게 된다"며 "기업은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데 소액주주 대표, 근로자 대표 등이 들어오면 이해관계를 따지게 될 것이다. 지분 투표를 통해 뽑아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발언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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