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겪는 美 캘리포니아 사례 벤치마킹… 절수율 10→28.5% 효과
  • ▲ 예년 수위를 크게 밑도는 보령댐 취수탑.ⓒ국토부
    ▲ 예년 수위를 크게 밑도는 보령댐 취수탑.ⓒ국토부

    유례없는 서부지역 가뭄을 겪고 있는 충남도가 절수 의무화와 광역단체장의 절수 명령을 뼈대로 하는 수도법 개정 건의안을 환경부에 요청하고 나섰다.

    4년 가까이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강제 의무절수 행정 명령' 등과 같은 제도를 도입해 가뭄에 대처하고 위기 대응 체계를 구축해 나가자는 복안이다.

    도는 가뭄 등 위기 상황 대응을 위해 수도법 개정 건의안을 마련, 최근 환경부에 전달했다고 17일 밝혔다.
    현행 수도법은 수도 사업 효율성과 수돗물 수요 관리를 위해 시·군·구별 물 수요 관리 목표 설정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종합계획 수립을 권고하고 있다.

    각종 건축물이나 숙박업과 목욕장업, 체육시설업, 공중화장실 등을 설립할 때 절수 설비 등을 갖춰야 한다는 규정도 담겼다.

    그러나 도는 수도법의 절수 규정이 구체적이지 않고 상황별 대응 규정이 없어 자율적인 절수 효과를 거두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견해다.

    도가 마련한 개정 건의안에는 평상시와 위기 상황에 맞게 물 수요 관리 목표제를 세분화했다. 가뭄 등 위기 상황에서 적용할 절수 매뉴얼을 세우게 했다.

    절수설비 설치 의무 사업장을 확대하면서 지원제도를 신설했다.

    수돗물 활용 공업시설에 대해선 절수기기와 비상용 대체수원 설치·확보를 의무화했다.

    특히 지역별로 가뭄 상황이 다른 점을 고려해 용수 공급 단계와 업종별 시·도지사의 강제 절수명령제를 도입할 것을 건의했다. 절수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경고장을 발송하고 과태료를 물리는 내용도 포함됐다.

    도 관계자는 "가뭄을 겪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현재 28% 이상의 절수 효과를 보고 있는데 강력한 절수명령 제도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민의 물 소비 습관 개선과 위기상황 대응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절수 매뉴얼 작성과 수도법 개정을 건의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주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연평균 강우량이 500㎜에 그쳐 심각한 물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지난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20%를 목표로 절수운동을 전개했지만, 성과는 10% 미만에 불과했다.

    이에 지난 4월 주지사가 강제 의무절수 행정 명령을 발동하고 에너지 절약 규정을 제정해 25% 절수를 위한 금지사항과 단속·행정조치 사항을 명문화했다. 주요 금지 사항은 △도로변 잔디 물주기 △집 앞 도로·인도 물청소 △세차 때 자동잠금장치 없는 호스 사용 △신축 건축물의 물 절약 규정에 맞지 않는 관개시설 설치 △물을 재순환하지 않는 분수 사용 등이다.

    도 관계자는 "캘리포니아주 정부는 단속활동을 벌여 지난 6∼8월 16만9000여건의 경고장을 발송했고 4만5000여건의 과태료를 부과했다"며 "이후 캘리포니아 절수율은 28.5%까지 상승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강제 절수 조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애초 이달 초 충남 도내 8개 시·군의 자율 절수량이 미흡하다고 보고 광역상수도 밸브를 잠그는 등 강제조정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이런 방침을 가뭄대책 TF 회의에서 밝힌 이후 시·군의 절수량이 급격히 줄어 오차범위에서 절수목표량(예년 사용량의 20%)에 도달했다. 이달 1~15일 절수량은 하루 평균 3만9000톤으로 목표대비 119%를 달성한 상태다.

    한편 13~14일 내린 비로 전국 다목적댐 저수량은 1억500만톤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틀간 전국 다목적댐 평균 강우량은 27.1㎜를 기록했다. 16일 현재 소양강댐 수위는 일주일 전과 비교해 1.4m, 충주댐은 0.8m 상승했다. 보령댐은 0.3m 오르며 저수량이 60만톤쯤 증가했다. 하지만 현재 유입량은 예년의 34.0%, 저수량은 34.7% 수준으로 가뭄 해갈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주의·경계·심각단계로 운영 중인 9개 다목적댐이 정상단계로 돌아오려면 총 9억8000만톤의 물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