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발병 소 농가 항체형성률 20% 이하… 농가 도덕적 해이도 도마 위
  • ▲ 구제역 예방방역.ⓒ연합뉴스
    ▲ 구제역 예방방역.ⓒ연합뉴스

    올해도 연례행사처럼 구제역이 발생한 가운데 백신 접종에 대한 방역 당국의 방심과 축산농가의 도덕적 해이가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방역 당국이 전북 정읍시 구제역 발병 농가의 소 20마리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에 따른 항체 생성 여부를 검사한 결과 1마리에서만 항체가 확인됐다. 항체형성률이 5%에 불과한 셈이다.

    농식품부 설명으로는 해당 농가에서 마지막 접종이 이뤄진 시기는 지난해 8월26일이다. 5개월 남짓 지난 상태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주기적으로 백신을 맞는 어미돼지가 평균 6~7개월마다 접종하는 것을 고려하면 아직 효력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항체형성률이 5%면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는 설명이다.

    올 들어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병한 충북 보은군 젖소 농가에서도 백신 항체형성률이 20%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 당국이 파악한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소 농가의 평균 항체형성률 97.5%와 큰 차이를 보인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구제역 접종이 부실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백신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접종하지 않은 도덕적 해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류영수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백신을 맞으면 스트레스로 (젖소는) 일시적으로 우유 생산량이 떨어지는 등의 반응이 나타난다"며 "농가에서 백신 접종을 꺼렸을 수 있다"고 전했다.

    접종 방법의 문제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백신은 냉장 보관한다. 접종하려면 백신을 미리 실온(18℃)에 놔두어야 하지만, 농가에서 냉장 상태 그대로 사용해 효과가 없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방역 당국의 안이한 대응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구제역 검사가 상대적으로 발생 빈도가 높은 돼지 중심으로 이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는 돼지는 모든 농가를 대상으로 1년에 한 번 이상 혈청 검사를 해왔다. 하지만 소는 전체 사육두수의 10%만 혈청 표본검사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처럼 과거 구제역 발병 전력이 있는 지역의 항체형성률이 낮은데도 검사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집계로는 지난해 10월 말 현재 구제역 백신 접종에 따른 항체형성률은 전국 평균 63% 수준이었다. 14개 시·도 1만8000여마리를 검사한 결과다.

    부산지역 86.1%, 울산 73.9%, 제주 68.1%, 경북 67.6%, 강원 67.3% 등의 순이다. 부산, 울산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농가 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검역본부 설명이다.

    인천(55.0%), 전북(56.9%), 경남(58.0%) 등은 항체형성률이 낮게 나왔다. 특히 전북은 지난해 초 구제역이 발생했던 곳임에도 항체형성률이 평균을 밑돌았다.

    그런데도 검역본부는 항체형성률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검역본부 한 관계자는 "항체형성률이 낮은 수준은 아니다"며 "항체형성의 기준치를 넘지는 못했지만, 대부분 돼지와 소에 항체는 존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견해가 많다. 기준치를 밑돈다는 것은 항체가 생겼더라도 충분한 방어력을 갖지 못한다는 의미이므로 구제역 발생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축산 전문가들은 올해도 구제역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었다. 백신 접종으로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더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김철중 충남대 수의학과 교수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국내에 잠재적으로 상주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