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주목할 병원③] 본연의 색깔 살린 과학기술특성화병원 ‘집중’ 국가RI신약센터 안정적 운영 통해 ‘가치창출’ 역점과제 설정 연구-진료 기능 융합한 새로운 패러다임 주도
  • ▲ 한국원자력의학원 전경. ⓒ한국원자력의학원
    ▲ 한국원자력의학원 전경. ⓒ한국원자력의학원
    지난 수십년간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국내 병원계의 움직임은 선진화된 의료체계를 구축하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대형병원이나 수도권 쏠림현상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는 시점, 이제 각자의 영역에서 단단한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됐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기를 거치며 의료 패러다임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이 흐름에 부합하기 위해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2020년을 달려가는 병원들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원자력병원을 포함한 원자력의학원의 과거 명성은 너무나 컸다. 암환자의 마지막 선택지였고 수준 높은 의료진들로 가득 찼고 환자들로 북적였다. 지금도 여전히 암치료 수준이 뛰어난 곳이지만 대형병원들의 등쌀에 다소 작아진 모양새다. 

    원자력의학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기관이다. 원자력병원은 과기부에 소속된 유일한 의료기관이기도 하다. 비슷한 성격의 국립암센터는 보건복지부 소관인데 계열이 다르게 구분된다. 

    이 과정에서 번외의 종합병원으로 구분되는 500병상 미만의 원자력병원은 간혹 이리저리 치이는 상황에 직면하곤 했다. 그 과정에서 존재감은 불투명해졌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다.

    지금 상황에서 과거 명성을 한 번에 되찾을 방법을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특수한 영역에 존재하는 만큼 뭔가 다른 독보적 역량을 구축하는 기반을 다지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과학기술특성화병원’이라는 목표를 세운 것이다. 병원과 연구소 기능 및 과기부 특성이 반영된 구조 속에서 실현 가능한 영역에서의 성과를 도출해 내겠다는 각오다. 

    실제로 ‘첨단방사선 진단. 치료센터 구축(가칭)’을 원자력병원 기능특성화 방안으로 추진 중이다. 

    ▲치매진단 방사성의약품 활용 및 치매검진 활성화 ▲방사선종양학과, 핵의학과, 방사선면역세포치료센터 통합서비스 ▲붕소중성자 포획치료(BNCT), 테라토스틱스 등 신의료기술 연계가 주요 과제로 거론되고 있다. 

    홍영준 원자력병원장은 “기관 내 연구진들은 물론 출연연구기관들과 집중적인 협력을 할 것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연구개발 성과물을 만든다면 점차 신뢰감이 올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자력의학원은 국내 유수의 연구진들이 근무하는 곳이라는 강점을 기반으로 가치창출을 위한 방법론이 구체화되고 있다. 

  • ▲ 국가RI신약센터 전경. ⓒ한국원자력의학원
    ▲ 국가RI신약센터 전경. ⓒ한국원자력의학원
    ◆ 새로운 돌파구 ‘국가RI신약센터’의 독보적 위치  

    지난 2010년 정부는 신약개발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대구 신서와 충북 오송에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지정했는데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신약개발을 진행할 수 없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으로 ‘신개념 치료기술 개발 플랫폼구축 사업’이 기획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의 이 사업에 약 940억원이 투입됐고 지난해 8월 RI(방사성동위원소)신약센터(이하 RI신약센터)가 원자력의학원에 설립됐다. 

    당시 심재훈 플랫폼구축사업단장은 “스티브잡스가 유럽에서 방사성의약품으로 암치료를 받았다는 뉴스가 보도되며 RI이용 신약개발의 당위성을 높였다.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개발 플랫폼 구축을 중심으로 사업이 기획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흐름 속 신약개발 및 제조를 위한 전주기 지원을 위한 ‘건물, 장비, 인력’의 인프라를 통합시킨 ‘국가RI신약센터’는 원자력의학원의 강점으로 떠올랐다.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는 신약개발 과정과 방사성의약품의 비임상시험관리기준(GLP) 독성평가나 품질관리기준(GMP)에 맞는 제조는 각 분야별로 전문 인력이 직접 수행해야 하므로 대부분 위탁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위탁기관의 부재로 많은 국내 제약사들이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는 비임상 과정을 해외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특수시설과 전문 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는 신약개발은 일반 신약개발 기업에서는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RI신약센터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는 비임상 과정을 지원하고 방사성의약품 개발의 발굴에서 유효성 평가, 비임상평가 및 임상용 방사성의약품 제조에 이르는 전주기 과정을 지원한다. 이제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국내에서 이러한 과정을 수행할 수 있다.

    국가RI신약센터에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는 신약개발 관련기업인 바이오톡스텍, KRCC 등을 비롯해 방사성의약품 개발기업인 퓨쳐켐, 새한산업, 셀비온 등이 입주해 센터의 여러 가지 기능을 직접 이용하고 공동연구를 기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약개발업체인 넥스트젠바이오는 방사성 이용 과제를 위해 입주했으며 씨엔알리서치는 임상 CRO로서 공동연구 수행을 위해 입주했다. 

    RI신약센터는 위탁업무 수행뿐만 아니라 방사성동위원소를 다룰 필요가 없는 경우에는 직접 시설과 장비만 이용할 수도 있다. 시설 및 장비, 시스템 구축은 이미 개소를 기점으로 완료된 상태다. 

    이와 관련 김미숙 원자력의학원장은 “RI신약센터는 국내에서 수행할 수 없었던 방사성동위원소 이용 신약개발과정을 지원한다. 국내제약사들이 훨씬 용이하게 신약개발을 할 수 있게 돼 국내 신약개발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치료용방사성의약품의 경우도 국내에서 모든 과정이 가능하게 됐다는 점은 굉장히 고무적인 부분이다. 환자가 빠른 시간 내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 연구를 진행 중인 원자력의학원 연구원의 모습. ⓒ한국원자력의학원
    ▲ 연구를 진행 중인 원자력의학원 연구원의 모습. ⓒ한국원자력의학원
    ◆ 융합 R&D, 시너지 창출 목표 

    그간 원자력의학원은 연구기능과 진료기능을 구분해 운영하는 방식을 취했다면 올해부터는 이를 융합하는 과정에 대해 심도있는 고민을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 RI신약센터의 성과를 임상현장에서 적용해 새로운 형태의 성과물을 도출하는 방법을 찾겠다는 목표가 생긴 것이다. 

    일례로 원자력의학원 소속 연구팀은 퓨쳐켐 연구팀과 함께 국내 최초로 전립선암 특이 세포막 항원(PSMA)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의 안전성과 체내분포를 확인하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 마이크로도징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이번 임상시험으로 연구팀은 국내 기술로 생산된 첫 번째 PSMA PET/CT 방사성의약품이 기존에 개발된 해외 의약품과 비슷한 효능이 있을 것으로 판단됐다.

    현재 식약처의 1상 임상시험 허가를 받아 추가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으며 진단제 화합물 개발기술을 발전시켜 조만간 알파입자 방출 전립선암 치료제의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연구를 주도한 송강현 원자력병원(비뇨의과학) 박사는 “치료 전 검사를 통한 정확한 진단은 최적의 전립선암 치료를 가능케 하여 환자의 생존율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향후 국내 PSMA 방사성의약품을 이용한 진단 및 치료제 개발에 큰 진전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밝혔다. 

    원자력의학원은 이 사례에서처럼 연구와 진료 기능을 융합해 신약개발 등 실질적 성과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올해부터는 기존에 부족했던 ICT 역량 강화 사업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