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체 불가 대한민국' 경제전략 발표반도체·AI·에너지 중심 경제 대전환 선언핵심 과제 상당수는 추진·검토 단계에 머물러1000조 투자 구상도 기업 참여 없인 실현 어려워
  • ▲ 반도체 생산라인.ⓒ뉴시스
    ▲ 반도체 생산라인.ⓒ뉴시스
    정부가 '잠재성장률 3%·수출 세계 4강·국민소득 5만달러'를 목표로 '대체 불가 대한민국' 경제전략을 내놨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에너지 자립을 중심으로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지방 주도 성장과 금융·재정·세제 구조개혁을 병행해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재정경제부는 14일 국무회의에서 중동 이후 전략과 잠재성장률 반등, 구조적 문제 대응을 축으로 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이형일 재경부 1차관은 "반도체 호황을 계기로 압도적인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 피지컬 AI와 산업 전반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총요소생산성이 높아져 잠재성장률도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전략은 대규모 투자 청사진과 제도 개편 방향을 담았지만 상당수 과제가 후속 입법과 민간 투자에 의존하고 있어 실제 성과를 내기까지는 적지 않은 변수를 넘어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 ▲ 재정경제부. ⓒ연합뉴스
    ▲ 재정경제부. ⓒ연합뉴스
    ◇ 거시경제 안정·공급망 강화 … "미래대응기금 신설"

    정부는 경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재경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토교통부 등이 참여하는 통합시장점검간담회를 신설해 금융·외환·부동산 시장을 통합 관리하기로 했다.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초과 세수를 청년과 미래산업, 지방, 교육 등에 투자하는 미래대응기금도 새로 만든다.

    중동전쟁 이후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석유류 최고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외환건전성 부담금 면제를 3개월 연장한다. 중·저신용자를 위한 장기·저리 대출과 변동금리 대출의 장기 고정금리 전환 방안도 마련한다.

    3기 신도시 1만2000가구를 하반기 착공하고 태릉·성남 등 주요 택지 개발도 앞당긴다. 공공매입임대리츠 신설과 부동산감독원 설립도 추진한다.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국내생산세액공제를 신설하고 핵심 품목에 대한 국내 생산보조금과 공급망안정화기금을 확대한다.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을 마련해 SMR 등 미래형 에너지 기술도 국가전략기술에 포함할 계획이다.

    다만 미래대응기금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 세수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반도체 경기 둔화 시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생산세액공제와 부동산감독원 설립 등도 세법 개정과 별도 입법이 필요한 과제다.
  • ▲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6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당정 협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6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당정 협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반도체·AI에 1000조 투자 … "민간이 움직여야 가능"

    정부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핵심 축으로 반도체와 AI를 제시했다.

    용인·평택 등 수도권 팹을 조기 완공해 메모리 생산능력을 5년 내 두 배로 확대하고, 서남권 반도체 팹 구축에 800조원, 충청권 HBM 팹 조성에 156조원을 투자하는 등 총 10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 청사진을 제시했다.

    국방반도체 국산화와 전력반도체 산업 육성, AI 데이터센터 확충, 글로벌 AI 허브 구축, AI 신약 개발, 방산·우주·피지컬 AI 지원도 함께 추진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민성장펀드를 확대하고 한국투자공사(KIC)를 종합형 국부펀드로 개편해 전략산업에 장기 투자하는 체계를 마련한다.

    그러나 1000조원 투자의 대부분은 정부 재정이 아니라 민간기업의 설비투자를 전제로 한 규모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나 기업 투자 계획이 예상보다 부진할 경우 정부가 제시한 성장 시나리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민성장펀드와 국부펀드 역시 민간 자금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 ▲ 서울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서울 기업 빌딩 전경.ⓒ뉴시스
    ▲ 서울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서울 기업 빌딩 전경.ⓒ뉴시스
    ◇ 지방 성장·청년 지원 … "추진·검토 단계 적지 않아"

    정부는 5극3특 성장전략과 메가특구특별법을 통해 지방 주도 성장을 추진하고, 공공기관 2차 이전과 지방 우대 세제를 확대하기로 했다.

    청년 전문인력 20만명을 양성하고 청년형 ISA와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추진하며 AI 전환에 대응하는 산업전환 고용안정 기본계획도 마련한다.

    생산적 금융 ISA 신설,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추진, 국가자산기본법 제정, 공공기관 구조조정, 조세지출 전면 재검토 등 금융·재정 개혁도 병행한다.

    하지만 종합형 국부펀드 확대, 미래대응기금 신설, 생산적 금융 ISA, 국가자산기본법, 메가특구특별법 등 핵심 정책 상당수는 여전히 '추진' 또는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대부분 국회 입법과 관계부처 협의가 필요한 만큼 실제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하반기부터 범부처 구조혁신장관회의를 가동해 정책 추진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 경제성장전략은 성장 비전과 투자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재원 마련과 입법, 민간 투자라는 세 가지 전제가 충족돼야만 실현 가능한 과제가 적지 않다. 결국 '1000조 투자'보다 기업이 실제 투자에 나설지, 국회가 관련 법안을 얼마나 신속히 처리할지가 정책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