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천만원 근로자 3년새 실수령 22만8천원 줄어, 연봉 5천만원은 55만2천원 감소소득세 공제 줄고 건강·고용 사회보장 보험료 대폭 인상…'내 월급 빼고 다 올라'국민부담률 2010년22.4%→2018년 26.8% 가파른 상승세…올해 더 무거워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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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중소기업에 다니는 최 대리(33.남)는 연말정산을 위해 지난해 월급통장을 들여다보고 우울함에 빠졌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연봉동결은 확정적인데 해마다, 달마다 급여통장에 찍히는 월급은 줄어드는게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연봉 4000만원 남짓을 받는 최 대리는 올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했다. 세대주가 되면서 공제항목이 줄어들어 연말정산에서 어쩌면 세금을 토해내야 할지도 모른다. 최 대리는 "연봉은 그대로인데 자꾸 줄어드는 월급 덕에 점점 삶의 질이 떨어져간다"며 "당장 먹고살기 바빠 내집마련이나 결혼은 먼 일이 됐다"고 하소연했다.직장인 월급봉투가 점점 얇아지고 있다. 가파른 공공요금 상승으로 체감물가는 갈수록 오르는데다, 급여명세서에서 원천징수로 떼가는 세금도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빈 말이 아니다.덕분에 명목임금이 계속 상승하더라도 실제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임금'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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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264만3000원으로 2018년 255만8000원보다 8만5000원이 올랐다. 2017년 243만원 보다는 21만3000원이 올랐다. 가파른 상승세다.2년새 평균 월급이 21만원이 올랐지만, 직장인들의 체감은 더 각박하다. 평균임금의 상승은 대부분 최저임금 상승과 비정규직의 정규화 등이 견인한 것으로 기존 근로자들의 실수령액은 더 줄었기 때문이다.가령 2017년 3000만원의 연봉을 받은 직장인의 실수령액은 224만8000원이었지만, 2018년에는 224만1000원으로 7000원 줄었다. 2019년에는 223만7000원으로 또 4000원이 깎인다. 고용보험료율과 건강보험료가 대폭 오른 올해는 222만9000원으로 8000원이 떨어진다.같은 연봉을 받더라도 3년새 월 실수령액이 1만9000원이 깎인 것이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22만8000원이다.가족을 부양하는 40~50대 고연봉자의 월급봉투는 더 얇아졌다.연봉 5000만원의 경우 2017년 실수령액은 358만3000원. 2018년에는 355만5000원으로 2만8000원이 떨어졌다. 2019년에는 355만원, 353만7000원으로 각각 5000원, 1만3000원이 줄어든다. 3년새 55만2000원(연봉 기준)을 덜 받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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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가벼워지는 월급봉투는 소득세 공제항목이 줄고, 사회보장성 4대보험료가 올랐기 때문이다.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8년 국민부담률은 26.8%로 전년대비 1.4%p 올랐다. 지난 10년 이례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국민들이 내는 세금(국세+지방세)과 사회보장기여금(4대 보험)에 국내총생산(GDP)을 나눈 값이다.이명박정부 시절인 2010년 22.4%에서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4년 23.4%, 2016년 24.7%로 꾸준히 오르다가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2017년 25.4%, 2018년 26.8%로 오름세가 가팔라지고 있다.문제는 법인세 인상과 반도체 등 주력산업 호황으로 세수가 크게 늘어난 2017~2018년과는 달리 지난해부터 크게 떨어진 기업으로부터 걷는 세수가 급감했다는 점이다.이에 따라 근로자들에게 걷는 사회보장성 준조세가 더욱 무거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추경에 추경을 거듭한 실업급여 탓에 지난해 10월 고용보험료율이 1.3%에서 1.6%로 올랐고, 올해부터는 건강보험료도 3.2% 인상된다.여기에 4월 총선 이후 국민연금 보험료율도 사실상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올해 근로자 월급봉투는 더욱 얇아질 전망이다.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 관리재정수지가 45조 적자가 쌓이고, 통합재정수지까지 적자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등 세수가 급격히 말라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여전히 최저임금을 올리고 각종 사회보장과 복지혜택을 늘리고 있어 증세기조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