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천만원 근로자 3년새 실수령 22만8천원 줄어, 연봉 5천만원은 55만2천원 감소소득세 공제 줄고 건강·고용 사회보장 보험료 대폭 인상…'내 월급 빼고 다 올라'국민부담률 2010년22.4%→2018년 26.8% 가파른 상승세…올해 더 무거워질듯
  • ▲ 월급은 동결되고 각종 세금은 늘어나면서 직장인들의 월급봉투가 점점 얇아지고 있다. 서울 광화문 거리 퇴근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연합뉴스
    ▲ 월급은 동결되고 각종 세금은 늘어나면서 직장인들의 월급봉투가 점점 얇아지고 있다. 서울 광화문 거리 퇴근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연합뉴스
    서울에서 중소기업에 다니는 최 대리(33.남)는 연말정산을 위해 지난해 월급통장을 들여다보고 우울함에 빠졌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연봉동결은 확정적인데 해마다, 달마다 급여통장에 찍히는 월급은 줄어드는게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연봉 4000만원 남짓을 받는 최 대리는 올해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했다. 세대주가 되면서 공제항목이 줄어들어 연말정산에서 어쩌면 세금을 토해내야 할지도 모른다. 최 대리는 "연봉은 그대로인데 자꾸 줄어드는 월급 덕에 점점 삶의 질이 떨어져간다"며 "당장 먹고살기 바빠 내집마련이나 결혼은 먼 일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직장인 월급봉투가 점점 얇아지고 있다. 가파른 공공요금 상승으로 체감물가는 갈수록 오르는데다, 급여명세서에서 원천징수로 떼가는 세금도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빈 말이 아니다.

    덕분에 명목임금이 계속 상승하더라도 실제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임금'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 ▲ 월급은 동결되고 각종 세금은 늘어나면서 직장인들의 월급봉투가 점점 얇아지고 있다. 서울 광화문 거리 퇴근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연합뉴스
    정부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근로자 월평균 임금은 264만3000원으로 2018년 255만8000원보다 8만5000원이 올랐다. 2017년 243만원 보다는 21만3000원이 올랐다. 가파른 상승세다.

    2년새 평균 월급이 21만원이 올랐지만, 직장인들의 체감은 더 각박하다. 평균임금의 상승은 대부분 최저임금 상승과 비정규직의 정규화 등이 견인한 것으로 기존 근로자들의 실수령액은 더 줄었기 때문이다.

    가령 2017년 3000만원의 연봉을 받은 직장인의 실수령액은 224만8000원이었지만, 2018년에는 224만1000원으로 7000원 줄었다. 2019년에는 223만7000원으로 또 4000원이 깎인다. 고용보험료율과 건강보험료가 대폭 오른 올해는 222만9000원으로 8000원이 떨어진다.

    같은 연봉을 받더라도 3년새 월 실수령액이 1만9000원이 깎인 것이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22만8000원이다.

    가족을 부양하는 40~50대 고연봉자의 월급봉투는 더 얇아졌다.

    연봉 5000만원의 경우 2017년 실수령액은 358만3000원. 2018년에는 355만5000원으로 2만8000원이 떨어졌다. 2019년에는 355만원, 353만7000원으로 각각 5000원, 1만3000원이 줄어든다. 3년새 55만2000원(연봉 기준)을 덜 받은 셈이다.
  • ▲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올해부터 건보료율을 3.2% 인상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험료 인상 안내문
    ▲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올해부터 건보료율을 3.2% 인상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험료 인상 안내문
    이처럼 가벼워지는 월급봉투는 소득세 공제항목이 줄고, 사회보장성 4대보험료가 올랐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8년 국민부담률은 26.8%로 전년대비 1.4%p 올랐다. 지난 10년 이례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국민들이 내는 세금(국세+지방세)과 사회보장기여금(4대 보험)에 국내총생산(GDP)을 나눈 값이다.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0년 22.4%에서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4년 23.4%, 2016년 24.7%로 꾸준히 오르다가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2017년 25.4%, 2018년 26.8%로 오름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문제는 법인세 인상과 반도체 등 주력산업 호황으로 세수가 크게 늘어난 2017~2018년과는 달리 지난해부터 크게 떨어진 기업으로부터 걷는 세수가 급감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근로자들에게 걷는 사회보장성 준조세가 더욱 무거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추경에 추경을 거듭한 실업급여 탓에 지난해 10월 고용보험료율이 1.3%에서 1.6%로 올랐고, 올해부터는 건강보험료도 3.2% 인상된다.

    여기에 4월 총선 이후 국민연금 보험료율도 사실상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올해 근로자 월급봉투는 더욱 얇아질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 관리재정수지가 45조 적자가 쌓이고, 통합재정수지까지 적자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등 세수가 급격히 말라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여전히 최저임금을 올리고 각종 사회보장과 복지혜택을 늘리고 있어 증세기조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