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눈눈이이', EU는 반격 준비, 캐나다는 美자동차 맞불 관세반면 베트남은 무관세로 저자세 … 日도 "곧 방미" 협의 의사韓, 대외 의존도 높아 강경 대응보단 대외 메세지 낼 필요성전문가들 "대미 수입 늘리고 관세율 내리는 협상 필요" 제언"WTO 등 자유무역질서 수호 … EU 등과 CPTPP 함께 가입도"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發) 상호관세 청구서가 날아들면서 세계 각국이 대응 방안 마련에 초비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관세폭탄부터 던져 놓고 상대국이 내놓은 딜에 맞춰 타협점을 찾아가는 식이다. 

    중국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대응하며 곧바로 보복관세로 맞서며 정면충돌했고, 유럽연합(EU)도 강경조치를 예고했다. 반면 대미 관세를 0%까지 내리겠다는 '네고'에 나선 베트남을 비롯한 아시아는 저자세를 취하고 있다. 한국은 국가 리더십이 공백 상황인 만큼 각국의 대미 협상 경과를 지켜보며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관세 맞불로 힘겨루기 또는 저자세 모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제1타깃으로 지목된 중국은 즉각적인 보복카드를 꺼내들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기존 관세 20%에 상호관세 34%를 추가한 총 54%의 관세를 때리겠다고 발표한지 하루 만에 미국산 모든 수입품에 34%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맞불 조치를 내놨다. 이 뿐 아니라 △미국 군수기업 16곳에 대한 이중용도 물품(군수용·일반용으로 쓸수 있는 물품) 수출 금지 △희토류 7종 수출 통제 △틱톡의 미국 사업권 매각 거래 승인 보류 통보 등까지 총동원하며 전면전을 선언했다. 

    상호관세 명단에선 제외됐지만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관세에서는 빠져나가지 못한 캐나다도 맞불을 놨다. 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것이다. 카니 캐나다 총리는 "미국과 안정적이고 심화하는 통합 관계를 바탕으로 한 과거의 관계는 끝났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20%의 상호관세를 부과받은 EU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U 행정부 수반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미국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음 동시에 (보복관세로) 대응할 준비도 돼 있다"고 했다. EU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결렬되면 오는 13일부터 총 260억유로(약 42조원) 상당의 미국산 상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추가적인 조처도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특히 독일의 경우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준비은행에 보관 중인 약 1200톤 금괴 회수를 검토하고 나섰다.   

    세계 1~3위 경제권인 미국, 중국에 이어 EU까지 보호무역주의 상징인 관세카드를 꺼내들게 되면 전 세계 경제가 관세전쟁 후폭풍에 속절없이 휘말릴 전망이다. 

    반면 아시아 국가들은 저자세를 취하며 대화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로부터 관세 46% 폭탄을 맞은 베트남은 대미 관세를 0%까지 내리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미국이 베트남에서 수입하는 상품에 대해 비슷한 세율을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태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주요국가들은 보복관세보다는 대화를 통한 미국과의 협상을 추진 중에 있다. 아울러 아세안 의장국인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사아 총리가 회원국 지도자들과 통화하며 공동 대응 모색에 나선 상황이다. 

    일본도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조속히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관세 협의에 나서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보복관세 가능성도 일축한 상태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모든 선택지는 있지만 서로 보복관세를 부과한다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선을 그으며 정상 간 직접 협상 필요성을 시사했다. 일본은 지난 2월 정상회담 당시부터 관세 배제를 요청해왔지만 불발돼 협의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 부산항 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 부산항 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 韓, 대외의존도 높아 보복관세 카드 어려워 

    일단 한국 정부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다른 수출경쟁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가 매겨진데 대해 유감을 표하며 우리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미 협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전문가들도 한국은 수출 주도 산업 위주로 대외의존도가 90% 이르고 대외자원의존도도 높아 보복 카드를 쓰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 대외 의존도를 보여주는 한국의 명목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율은 2023년 87.3%, 2024년 90.0%에 달한다.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부 명예교수는 "한국은 대부분 주요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한 뒤 수출하는 구조로, 무역이 국내총생산(GDP)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수출국인 미국에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중국은 희토류 등 자원 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은 수출하는 주력 품목 대부분이 공산품으로 보복관세로 대응할 입장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이 강온 양면 전략을 펼칠 필요성도 대두된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정부가 EU나 중국이 입장을 표명하듯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소고기나 오렌지와 같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적지만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큰 특정품목에 관세를 매길 가능성을 언급하며 협상 가능 여지를 남겨두는 전략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U와 유사한 포지션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 메세지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미국이 빠지겠다는 것이나 EU는 WTO를 지키려는 입장으로, 한국으로선 자유무역질서를 지키는 쪽의 포지션에 서는게 유리하다"고 봤다. 

    이어 "EU는 자동차 등에 있어 한국과 비슷한 이해관계가 있는데 27개국이 함께 목소리를 내 힘이 있는 만큼 한국도 같은 논리구조를 가져갈 필요가 있다"며 "EU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움직임도 있는 만큼 한국도 함께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미 수입을 늘리고 한국 주력품목 관세율을 내리는 한편 미국 현지 투자를 강조한 협상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 명예교수는 "한국으로선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 곡물, 육류 수입을 늘리는 동시에 한국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율을 내릴 수 있도록 협상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곽 명예교수도 "한국이 무역수지 흑자 대부분을 미국에 현지투자하고 있다는 것과 한미 FTA에 의해 사실상 제로(0%) 관세로 상호관세 부과 근거가 없다는 점을 주장해서 협상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새 대통령 취임 전까지 두달여 공백이 있어 리더십 공백 상태에 놓여있다는 점에서도 협상력에 있어 우려감을 키운다. 

    이와 관련 곽 명예교수는 "조기 대선까지 약 두달간 리더십 공백은 불가피하나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현대자동차 등 미국에 기여도가 높은 업계를 위주로 함께 적극적인 대미 협상을 벌이는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정상회담 등이 이뤄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요구를 리스트업할텐데 한국으로선 거절하기 힘든 만큼, 미국이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는한 정상회담이 정답이라고는 볼 수 없다"며 "이보다는 정부 입장을 공개적으로 내는 등 대외 메세지를 내는데 보다 주력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