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역할 'FC' 수입의존도 커… R&D 결과는 알고리즘 빠진 맹탕軍·공공기관 납품도 중국산… 껍데기만 씌워 국산 둔갑사후관리 불안·기술 종속 우려… '우리드론 알림e' 서비스
  • ▲ 드론.ⓒ연합뉴스
    ▲ 드론.ⓒ연합뉴스
    드론(무인비행장치)은 정부의 8대 혁신성장 산업이다. 모순되게도 전문가들은 정부가 드론산업을 키울수록 최대 수혜는 중국에 돌아간다고 지적한다. 핵심·원천기술 개발을 도외시하다 보니 중국산 부품을 들여와 PC를 조립하듯 단순 제작·납품하는 수준에 머문다는 것이다. 드론을 수색·물류·안전관리 등에 폭넓게 활용한다는 정부의 육성계획은 드론의 저변확대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군사용 드론도 중국산 부품을 조립한 제품이 국산으로 둔갑해 납품되는 실정이다.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기술적인 종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7년말 국토교통부가 드론산업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내놓은 설명자료를 보면 세계 드론시장은 오는 2026년 82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연간 29%씩 성장할 거로 예측됐다. 정부는 2017년 704억원쯤인 국내 시장 규모를 2026년까지 4조4000억원으로 키운다는 구상을 밝혔다. 기술경쟁력 세계 5위권에 진입하고 사업용 드론 5만3000대를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드론 핵심부품 수입 의존

    문제는 정부의 드론산업 육성이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가 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가 혁신성장 산업으로 드론 띄우기에 열심이지만, 체계적인 접근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핵심기술·부품의 중국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드론전문가는 지적한다.

    대표적인 게 드론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플라이트 컨트롤러(Flight Controller·FC)다. FC는 비행장치를 제어하는 칩이 들어간 일종의 소형 컴퓨터다. 드론은 FC가 비행의 질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론이 안정적으로 비행하려면 각종 센서로부터 받은 정보를 토대로 1초에 최소 150회 이상 기체 위치와 자세를 측정하고 모터를 제어해야 하는 데 이런 계산을 하는 부분이 FC다. 한 드론전문가는 "같은 모터와 외관을 사용해도 어떤 FC를 쓰느냐에 따라 드론이 보이는 퍼포먼스는 하늘과 땅의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다른 드론전문가는 "드론에서 FC가 차지하는 비중은 80% 이상"이라며 "FC가 빠진 드론은 (애들) 장난감일 뿐"이라고 부연했다.

    드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국내에서 FC를 자체 개발해 쓰는 업체는 네댓 곳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값싼 중국산 FC를 수입하거나 리눅스 계열의 오픈소스(무상으로 공개된 소프트웨어)를 가져와 제품 특성에 맞게 일부 변형을 가하는 수준이다. 드론전문가는 "국내에도 FC를 개발해 쓰는 곳이 있지만, 경쟁력이 떨어진다"면서 "기본적으로 컴퓨터이다 보니 업데이트가 중요하다. (업체로선) 업데이트 주기가 돈과 직결된다. 하지만 국내 드론산업 육성 환경이 저가 입찰경쟁을 부채질하고 있어 업체로선 기술개발비(인건비) 투자에 부담을 느낀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다"고 말했다. 국내 유명 드론업체 한 대표는 "FC를 자체 개발하려면 비행체를 잘 알아야 하고 많은 시간과 연구가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 ▲ 드론 FC.ⓒ네이버 블로그
    ▲ 드론 FC.ⓒ네이버 블로그
    ◇공공기관 국산 드론 19.2%

    시장조사기관 Gfk코리아에 따르면 2017년 말 현재 국내 산업용 드론의 70% 이상은 중국업체가 점유했다. 2018년 한국드론산업진흥회 조사로는 공공기관 드론의 56.4%가 중국산이다. 국산은 19.2%에 불과하다.

    정부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400억원쯤을 투자해 '무인이동체 미래선도 핵심기술개발사업'을 벌였다. 드론 FC 개발에도 20억원쯤을 투입했다. 고성능 CPU를 탑재한 제품을 개발해 판매한다는 목표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내장형 컴퓨터시스템 회사인 하드커널과 연구·개발(R&D)을 진행했다. 항우연 강왕구 무인이동체사업단장은 "대부분 드론 FC는 (영국 모바일 프로세서 설계회사) ARM의 저사양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리눅스 운영체제를 쓰는데, 인텔의 고성능 프로세서(CPU)를 적용해 FC를 개발했다"면서 "1억원 어치를 시범생산해 판매까지 했다"고 밝혔다. 강 단장은 "FC에 관한 기술은 확보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영상 기반의 자율항법드론이 추세여서 (정부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관련 R&D 사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1조원쯤을 투입하는 지능형반도체 기술개발사업의 주관기관을 이달 중순쯤 선정할 예정이다. 인공지능형 FC 소프트웨어 개발 등 3개 과제에는 105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드론 업계에선 정부의 FC 원천기술 개발이 과장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R&D사업 관계자는 "FC 기술을 개발했다는 설명은 뻥튀기됐다"면서 "자체 개발이 아니라 오픈소스를 가져다 좀 더 깊이 있게 쓸 수 있게 변형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드론전문가도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추가적인 기능을 구현하는 수준으로, 처음부터 알고리즘을 개발한 게 아니다"면서 "오픈소스는 검증되지 않은 것이다. 가져다 쓰는 건 상관없지만, 문제가 발생해도 (오픈소스 제공자가) 책임을 지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후관리도 엉망이다. 항우연은 기술이전을 받은 하드커널이 1억원의 예산으로 시제품을 제작·판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추가 생산 여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드론전문가는 "정부 R&D 결과를 국내 드론업체가 공유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신통찮다"면서 "여전히 대부분 국내업체는 중국산 FC를 수입해 쓰고 있다"고 꼬집었다.
  • ▲ 드론.ⓒ연합뉴스
    ▲ 드론.ⓒ연합뉴스
    ◇中부품 조립하면 국산?… 소프트웨어 검증委 발족

    더 심각한 것은 군사용·공공기관 납품용 드론도 중국 의존도가 심화하고 있다는 데 있다. 군사용 드론에 빠삭한 한 소식통은 "재작년 말부터 보안 문제로 (군에서) 중국산 완제품 드론은 쓰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관련 규제가 없어서 중국산 FC를 수입해 드론을 제작·납품해도 문제 될 게 없다"고 전했다. 핵심부품은 중국산이지만, 국내업체가 껍데기를 제작·조립해 국산으로 둔갑시키면 얼마든지 납품할 수 있다는 얘기다.

    소식통은 "군사용 납품은 암호모듈 등 군대식 제품규격이 적용되긴 한다"면서 "하지만 FC는 처음부터 설계·코딩한 사람이 아니면 (알고리즘) 수정이 어렵다. (중국산 FC는) 기체의 안전성과 기능 확장성은 물론 유지·보수 등 사후관리(A/S)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제 중국 부품이 단종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원천기술을 쌓지 않으면 중국(업체)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다른 드론전문가는 "(중국산 FC 등 핵심부품을 사용하는) 저가 제품은 저가입찰을 통해 경찰·소방·가스분야 등 다양한 공공기관에도 납품된다"고 했다. 정부 R&D 사업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도 "중국산 FC를 수입해 단순 조립하거나 오픈소스를 가져다 약간만 손질하고는 국산으로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사례가 있어 말썽이 일고 있다"면서 "지난달 9일 한국무인기시스템협회가 국내 드론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드론 소프트웨어 검증위원회'를 발족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 ▲ 드론 활용 미세먼지 측정.ⓒ국토부
    ▲ 드론 활용 미세먼지 측정.ⓒ국토부
    ◇"국가 R&D 과제로 끝나선 안 돼"

    정부는 올해 드론 관련 R&D에 총 926억원을 투자한다. 인공지능 등 다른 분야와의 융합사업을 포함하면 예산은 더 늘어난다. 이 중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원천기술개발에는 268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드론전문가는 정부 R&D가 과제 수행만을 위한 이벤트여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드론전문가는 "과제를 수행할 기관이 적고 전문성도 부족하다. 과거 사례를 봐도 항우연은 과제 수행을 통제·감독할 뿐 실제 R&D는 하청을 준다"면서 "정부 과제를 주관하는 기관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R&D 기획단계부터 구체적인 상용화 방안까지 염두에 두고 과제를 수행해야 연구성과가 과제로만 끝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부 R&D와 사업화, 저가 입찰경쟁이 따로 논다면 연구성과물을 얻고도 시장논리에 밀려 사장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불필요한 특혜 시비가 일지 않도록 사업을 투명하게 관리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시장을 견인할 필요성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부의 드론 정책을 지휘할 컨트롤타워 부재와 경직된 관 주도 사업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정부의 드론 정책은 △원천기술은 과기부 △상용기술은 산업통상자원부 △기반기술은 국토부 △공공기서비스기술은 해양수산부·농림축산식품부 등 현업 부처에서 각각 맡는다. 국토부 내에서 드론 사업 예산을 확인하려면 미래드론교통담당관·첨단항공과·미래전략일자리담당관 등을 여러 번 오가야 하는 실정이다. 컨트롤타워 부재가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주도의 R&D 사업이 성공하려면 탄력적인 조직 운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드론전문가는 "앞서 과기부가 진행한 R&D 사업이 수백억원의 예산을 쓰고도 실패했다는 평가가 많다"면서 "FC 기술은 업데이트가 수시로 이뤄져야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당시 민간에서 이틀이면 업데이트가 나왔다면 관 주도 아래에선 기안부터 승인까지 두 달이 걸린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우리드론 알림-e' 운영

    국토부는 환경·안전·농업·건설 등 공공부문에서 국산 드론을 확대하고자 항공안전기술원과 함께 '우리드론 알림-e'를 운영한다고 지난 3일 밝혔다. 공공분야 드론은 2017년 300여대에서 최근 2900여대로 늘었지만, 드론 가격·사양 등 조건에 맞는 국산 드론 정보가 부족해 국산 점유율이 낮다고 판단한 것이다. 문석준 국토부 첨단항공과장은 "우리드론 알림-e를 통해 공공분야의 국산 드론 구매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 국토부.ⓒ뉴데일리DB
    ▲ 국토부.ⓒ뉴데일리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