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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초 잠원동 사옥 매각주간사를 결정한 현대제철이 이미 두달전 해당물건을 매도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9일 유동성 확보를 위해 서울 잠원동 사옥을 처분키로 하고 최근 매각주간사로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인 현대엔지니어링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본지 취재결과 현대제철은 이 보다 앞선 지난 3월 이미 잠원동 사옥을 판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빌딩중개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 3월12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28-6번지 일원 사옥을 3.3㎡(평)당 토지 1억6006만원, 건물 2939만원씩 계산해 총 483억2117만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눈에 띄는 것은 이번 매매계약을 두고 시장분석가와 중개업계간 견해가 나뉜다는 점이다.
일단 중개업계는 코로나19(우한폐렴) 여파로 시중자금이 묶인 상태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매물을 팔았다는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하는 모양새다. -
배귀애 제이에스 이사는 "매매계약은 했는데 아직 잔금을 치르지 않았을 경우 등기가 안 넘어갔을 수 있다"며 "강남지역 시세로 따지면 조금 저렴한 가격에 매각된것 같지만 (코로나19) 시국이 안좋은 만큼 적정한 거래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시장분석가들은 다른 의견을 내놨다. 잠원동 사옥 위치가 썩 좋지 않다는 견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현대제철 잠원동 사옥부지는 노선상업지역으로 각 비율에 맞춰 가중평균으로 용적률을 산정해야 한다"며 "그럴 경우 개발용토지로선 큰 메리트를 찾기 어려운 땅"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발에 필요한 대지면적도 충분치 않아 한계가 있는게 사실"이라며 "강남대로에 위치해 있다는 점은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활용도 부분에서 제한적이기 때문에 가치 상승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토지·건축물대장과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떼본 결과 현대제철 잠원동 사옥은 998㎡ 대지 위에 지하 2층~지상 9층, 옥탑으로 지어진 철근콘크리트 구조다. 연면적은 5434㎡에 달하지만 용적률 산정용 연면적은 4126㎡에 불과하다.
쉽게 말해 땅면적은 998㎡지만 토지용도가 상업용과 3종일반이 뒤섞여있는 탓에 실제 개발가능한 면적은 약 492㎡ 밖에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강남대로변에 위치하고 지하철 3호선 신사역과 7호선 논현역을 지근거리에 둔 현대제철 잠원동 빌딩 공시지가가 토지가 대비 42%에 불구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잠원동사옥 개별공시지가는 작년 1월 기준 3.3㎡당 6636만3000원이다. 1년전 가격이 5992만8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고작 10.7% 오른 셈이다. 같은기간 서울지역 토지지가 평균 현실가율은 13.87%다.
매각주간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잠원동 사옥이) 팔린 건 사실이지만 계약서상 비밀조항도 있고 아직 절차가 남아 매입한 곳을 알려줄 순 없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