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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8일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담겨 판매되는 커피. ⓒ연합뉴스
정부가 탈(脫)플라스틱 정책의 일환으로 이른바 ‘컵 따로 계산제’ 도입을 공식화하면서 커피업계와 소비자 부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환경을 위한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결과적으로 커피 가격 인상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유통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22일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정부안을 공개하고, 음료 가격에 포함돼 있던 일회용컵 비용을 영수증에 별도로 표기하는 ‘컵 따로 계산제’를 2027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음료 한 잔에 포함된 100~200원 수준의 일회용 컵 가격을 소비자가 명확히 인지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플라스틱 사용에 따른 환경 비용을 가격에 내재화해 소비 행태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석유 등 화석연료 기반 플라스틱 사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외부로 전가하지 않겠다는 논리다.
문제는 이 제도가 사실상 커피값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 운영 중인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컵 반환 시 300원을 돌려받는 구조지만, 실효성 논란 속에 제주·세종 등 일부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환경부는 이를 무상 제공 금지를 골자로 한 ‘컵 따로 계산제’로 전환해, 일회용 컵 가격을 매장이 자율적으로 책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생산원가를 반영한 최저선은 설정할 수 있다.커피 프랜차이즈 업계는 부담이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컵 가격을 따로 받는 구조가 되면 소비자는 체감상 커피값이 오른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며 “환경을 위한 비용이라면 제조사, 유통사, 정부가 함께 분담해야지 매장과 소비자만 부담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특히 이미 원두값 상승과 인건비, 임대료 부담으로 가격 인상 압박을 받아온 커피업계로서는 또 하나의 부담 요인이 추가되는 셈이다. 중소 카페와 소상공인에게는 가격 정책을 둘러싼 선택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후부는 컵 따로 계산제 시행 시점을 2027년 말 이후로 보고 있으며, 장례식장 컵·용기, 배달용기, 택배 포장재 등 일회용품 전반을 다회용으로 전환하는 정책도 병행 추진할 방침이다. 유럽연합(EU)이 도입한 ‘에코디자인 규정’처럼 설계 단계부터 친환경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생활 속 탈플라스틱 정책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대책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토론과 국회 논의를 거쳐 내년 초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제도의 방향성과 별개로 소비자 수용성이 관건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또 다른 커피업계 관계자는 “환경 보호라는 명분이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만 귀결되면 정책 신뢰를 얻기 어렵다”며 “친환경 전환 비용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분담할지에 대한 설계가 먼저”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