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 및 종교계, 일반 국민들까지 사면 요청 확산총수 부재에 반도체 투자 결정 늦어져삼성, 韓-美 증설에 최대 70조원 투입 전망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총수 부재로 반도체 위기론이 불거지면서 경제계 곳곳에서 ‘이재용 사면론’이 확산되고 있어 주목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국내 주요 경제단체 5곳은 다음주 중 정부에 이재용 부회장 사면을 정식 건의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박용만 전 대한상의 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 등이 이 부회장 사면 등을 공개 거론한 데 이어 경제단체 차원에서 공식 건의하기로 나선 것이다. 

    건의서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가 장기적 투자 결정 지연 등을 초래해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사면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이 부회장 사면 요청은 경제계를 비롯해 정치권과 종교계, 일반 국민들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이 부회장과 관련한 사면 건의를 관계 기관에 전달한 것은 비롯해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는 호소문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기도 했다.

    오 군수는 "대기업 총수가 구속돼 있는 상태에서 어떤 전문 경영인이 투자 결정을 쉽사리 내릴 수 있겠나"며 "지금이라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기장군을 비롯한 대한민국 경제에 끼친 폐를 갚을 수 있도록 사면이라는 기회를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 드린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양향자 의원은 지난 21일 반도체 전쟁 속에서 정부는 부처별로 정책이 분산되고, 전쟁터에 나간 우리 대표 기업은 진두지휘 할 리더 없이 싸우고 있다며 사면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조계종 교구본사 주지협의회는 이례적으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냈다. 

    주지협은 "우리 정치가 어두운 시절을 지나오며 불가피하게 성장통을 겪어 왔듯이 삼성 또한 이 성장통을 함께 겪을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과 발전은 삼성의 역할에 힘입은 바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은 누구나 허물 많은 중생이며, 이 부회장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참회하면서 맹세한 말이 아닌 실천으로 옮길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이 부회장 사면 청원이 계속 올라오고 있는 상태다. 지난 1월 이 부회장에게 실형이 선고된 이후 올라온 청원 게시물은 이날까지 총 13건이 올라왔으며, 총 15만7000여 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목소리에도 정부가 사면과 관련해서는 선을 긋고 있어 가석방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석방은 형법에 따라 형기의 3분의 1을 채운 수형자가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확정받고 재수감되기 전 353일간 수감생활을 했기 때문에 이 요건을 충족했다. 선고일 기준으로 약 1년 반의 형기가 남은 상태로, 앞으로 6~8개월 정도의 형기를 마치면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이처럼 각계각층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요구가 일고 있는 것은 반도체를 둘러싼 위기감 때문이다. 미국의 인텔과 대만의 TSMC 등 경쟁사들은 최근 백악관 회의 이후 미국 내 반도체 투자계획을 잇달아 공개하며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삼성전자를 둘러싼 총수 부재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속도가 중요한데 총수 부재로 자칫 타이밍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P3 투자를 공식화할 계획이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투자 결정이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글로벌 반도체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늦어도 상반기 안에는 구체적인 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한국 공장에 대한 투자 규모만 최소 50조원에서 최대 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약 19조원을 투입해 추가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텍사스주 오스틴시가 유력후보지로 꼽히고 있다. 인센티브, 세금 문제 등 협상이 마무리되면 투자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경기도 평택 제3공장(P3) 투자도 올해 안에 진행될 전망이다. 제3공장은 오는 2023년 본격 양산이 목표다. P3은 공장 길이가 P2의 1.75배 규모고, 연면적이 70만㎡로 알려졌다. 단일 반도체 라인 중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다. P1와 P2 투자 규모가 30조원이 넘었던 만큼 P3는 40조가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쯤에는 평택 P3 라인 투자도 결정해야 한다. 평택 P3 라인은 공장의 길이가 700m로 2공장(400m)의 1.75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면적도 70만㎡ 규모로 단일 반도체 라인 중 세계 최대 규모다. 전체 투자 규모도 각각 30조원 가량이 투입된 P1, P2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초미세공정을 위해 대당 1700억∼2000억원에 달하는 극자외선(EUV) 장비를 많이 쓰는 삼성전자의 라인 특성을 고려할 때 P3 전체 투자비는 40조∼5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