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매출 기준 우위... 3년만에 1등 내준 인텔근소한 매출 격차로 여전히 팽팽한 경쟁구도 예상막대한 투자 진행 중인 '파운드리'서 차기 왕좌 판가름
  • ▲ 미국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 파운드리 공장 전경 ⓒ삼성전자
    ▲ 미국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 파운드리 공장 전경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미국 인텔을 꺾고 반도체 매출 1위 제조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20년 넘게 세계 반도체 시장을 지배했던 인텔의 시대가 저물고 삼성이 새롭게 왕좌에 올랐지만 아직은 양사가 팽팽한 경쟁 구도를 이어간다. 결국은 막대한 투자 경쟁을 시작한 파운드리 분야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기준 반도체 매출에서 세계 1위 인텔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인텔이 삼성에 반도체 왕좌를 내주기 직전'이라는 기사를 통해 삼성전자의 지난해 반도체 매출이 인텔에 근소하게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에서 삼성전자가 근소하게 우위를 점했다"며 "최종 실적은 이달 말 나오지만 인텔이 2위로 주저앉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삼성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인텔의 매출을 잇따라 넘어서면서 일찌감치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렸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도 지난해 말 삼성이 인텔을 꺾고 지난해 매출 기준 반도체 1위 기업이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연간 매출액이 역대 최대치인 279조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날 잠정실적에는 사업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 사업이 전체 매출에 기여하는 정도가 절대적임을 감안하면 반도체(DS)부문의 지난해 매출도 새 역사를 썼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증권업계에선 지난해 4분기 삼성이 반도체에서만 26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관측한다. 앞서 1분기엔 19조 원, 2분기와 3분기엔 각각 23조 원과 26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연간으로 따지면 반도체에서만 92조 원이 넘는다.

    반면 인텔은 지난해 3분기까지 삼성에 다소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놨다. 1분기에 187억 달러(약 21조 원) 매출을 기록하며 삼성을 앞섰던 인텔은 2분기부터는 삼성에 1위 자리를 내주는 모양새였다. 2분기에는 196억 달러(약 22조 6000억 원), 3분기에는 192억 달러(약 22조 4000억 원) 매출에 그쳤다.

    인텔의 지난해 연간 매출 규모는 756억 달러(약 90조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텔 스스로도 전년 대비 1% 가량 매출이 줄어들게 되는 셈이고 삼성과는 2조 원이 넘는 매출 격차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두 업체의 이 같은 매출 격차는 근소한 수준에 그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삼성이 올해 3년만에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왕좌를 탈환한 것처럼 당분간은 두 기업이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런 까닭에 앞으로 글로벌 반도체 1위 자리를 수성하기 위해선 결국 양사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승패가 판가름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최근 삼성과 인텔은 미국 내에 조단위 반도체 투자를 선언한 바 있는데 이 중 대부분이 파운드리 분야에 집중될 계획이다.

    삼성은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 신설에 약 20조 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8월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나서 향후 3년 간 240조 원의 막대한 투자를 미래사업 분야에 집중키로 했고 반도체에선 파운드리가 대표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올해 완공을 앞둔 평택 공장을 포함해 국내에선 시스템 반도체에만 내년까지 171조 원을 쏟아붓겠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인텔도 앞서 실패의 쓴 맛을 보고 물러났던 파운드리 분야에 재진출을 선언하며 향후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 예고했다. 미국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패권 다툼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대만 TSMC와 삼성 같은 파운드리 업체들을 자국으로 유치하는데 공을 들이는 가운데 인텔도 200억 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 선언했다. 곧 이어 유럽에도 800억 유로(약 110조 원)를 들여 파운드리를 비롯한 반도체 생산시설 확충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히며 시장 진출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현재 파운드리 기술 수준으로 보면 인텔은 TSMC나 삼성에는 뒤쳐진 모습이지만 오는 2024년 하반기 2나노 제품 양산에 나선다는 목표를 세우고 기술 개발에도 아낌없이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는 EUV 공정을 도입해 4나노에 진입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올해부터 파운드리 분야 대규모 투자가 본격화되면 조만간 반도체 시장 판도가 파운드리 사업에서 얼마나 성과를 냈느냐를 중심으로 변화할 전망이다. 인텔은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로 오는 2025년 반도체 선두 자리를 완전히 되찾는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는만큼 이번에 다시 반도체 왕자에 오른 삼성이 파운드리에서 TSMC를 얼만큼 따라잡고 인텔을 따돌릴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