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두고 오고, 기내식 관리 부실해지는 등 서비스 저하인수합병 지연에 핵심 인력 이탈로 조직관리 나태해져원유석 대표 등 경영진 책임경영 의식 결여 지적
  • 지난 5월26일 제주공항에서 출발해 대구공항에 비상구 출입문이 열린 채 착륙한 아시아나항공기에서 한 승무원이 문에 안전바를 설치한 뒤 두 팔을 벌려 막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5월26일 제주공항에서 출발해 대구공항에 비상구 출입문이 열린 채 착륙한 아시아나항공기에서 한 승무원이 문에 안전바를 설치한 뒤 두 팔을 벌려 막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나항공이 연이은 악재로 국내 톱 항공사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주인 없는 회사라는 이유로 경영진의 내부통제 역할이 미흡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동조합(APU)은 지난달 29일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노조는 오는 7일 발대식을 열고 임금 협상을 위한 투쟁을 시작한다. 

    노조는 “규정 내에서 비행기를 지연시키는 준법투쟁부터 시작할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파업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현실화되면 17년 만의 파업이다.

    조종사노조와 사측은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겪으며 2019~2021년 3년간 임금을 동결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부터 돌입한 2022년 임금을 두고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10%대, 사측은 2.5%의 임금 인상률을 각각 제시한 상태다.

    ◇ 승객 짐은 두고 오고, 착륙 중 비상문 열려

    노사 갈등에 이어 지난 한 달 동안 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사건도 연이어 일어났다. 

    지난달 26일 대구공항에 착륙하려던 아시아나항공 OZ8124편에서 착륙 직전 한 남성이 비상구 출입문을 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여객기에는 승객 197명과 승무원 6명 총 203명이 타고 있었으며 탑승자 가운데 다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일부 승객은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착륙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다.

    여기에 당시 현장에서 피의자를 신속히 파악하지 못하는 등 대응이 부족했던 정황도 드러나면서 안전성뿐 아니라 신뢰성에도 금이 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비상문 개방 사고가 난 기종 A321-200 14대 전체에 대해 비상구 앞자리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이번 사태를 향한 공분은 식지 않고 있다. 

    같은 달 5일에는 영국 런던에서 출발해 인천에 도착 예정이던 OZ522편이 긴급 정비를 이유로 승객 260명의 짐을 런던에 두고 오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으며 지난 4월엔 하와이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여객기에서 한 승객이 기내식을 먹다가 이물질에 치아 3개가 파절되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부사장. ⓒ아시아나항공
    ▲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부사장. ⓒ아시아나항공
    ◇ 원유석 대표, 책임감 있는 리더십 보여야

    회사의 존폐가 달린 대한항공과의 인수합병도 3년째 늘어지고 있다. 2020년 11월 첫 인수합병 발표 이후 현재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 3개국의 승인만 남겨둔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 경쟁당국의 심사 결과가 지연되면서 좀처럼 최종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올해 3월 아시아나항공의 사령탑에 오른 원유석 대표는 외부적으로는 대한항공과의 인수 통합 절차를 마무리하는 문제, 내부적으론 재무개선과 국제선 정상화, 최근 발생한 사고 수습과 노사갈등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하지만 사상 초유의 개문 비행 사고가 난지 6일째에 접어들었음에도 경영진의 사과나 책임 있는 태도는 보이지 않고 있다. 항공사 경영에 최우선 항목인 안전이 크게 위협받은 사태여서 더욱 아쉬움이 큰 대목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경영진을 비롯한 책임자가 사과를 하거나 누군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상식”이라며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는 운 나쁘게 걸렸다고 판단해 경영진이 굳이 나서 사태를 더 부각되게 만들 필요 없다고 여기거나 인수합병을 앞두고 내부적으로 붕 떠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가 팔릴 수도 있고 결합이 무산될 수도 있는 기로에서 악재가 터졌는데 누구하나 책임 있게 나서지 않고 있다”라며 “이런 상태가 장기화됐을 때 추가적인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