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억원 중 운영비로만 74% 사용… 핵심 인프라 구축비 30% 불과尹정부 들어 지자체 요구에 231억 '추가 지원'…전폭 지원에도 성과無공무원, '외유성 해외여행' 의혹… 잼버리 무관 영국·프랑스 등 방문여야 책임공방 가열… 與 "전 정권 주도" vs 野 "현 정부 안일주의"
  • ▲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들이 7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장에 설치된 대형 파라솔에서 쉬고 있다.ⓒ연합뉴스
    ▲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들이 7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장에 설치된 대형 파라솔에서 쉬고 있다.ⓒ연합뉴스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리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불볕더위 속 부실한 운영·관리로 인해 국제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중앙정부가 뒤늦게 정상화 작업에 나섰지만, 이미 158개국 중 참가 인원이 가장 많은 영국이 야영장을 떠나고 미국·싱가포르마저 철수를 결정하면서 사실상 파행을 맞았다고 보는 시각이 적잖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목은 잼버리에 투입한 막대한 예산의 용처에 쏠리고 있다. 총 1170여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지원받고도 왜 예견된 문제에 대비하지 않았는지, 행사를 원활히 이끌지 못했는지에 대한 비판이 뒤따른다. 전체 예산 중 조직위원회 운영에만 70%가 사용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장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다음은 잼버리 예산에 대한 의문과 공개된 답변을 Q&A 형식으로 정리한 내용.

    Q. 6년 동안 1000억 원 이상 투입했는데… 행사 핵심인 야영장 조성에 쓰인 돈은?

    정부와 전북도 등에 따르면 이번 잼버리 행사에 투입한 예산은 총 1171억 원이다. 국비 302억 원과 도비 409억 원, 지방비 419억 원 등으로 구성한 뒤 나머지는 자체 수입 400억 원과 옥외광고 49억 원 등으로 충당했다.

    이 중 전체 예산의 74%에 달하는 869억 원이 조직위 운영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에 있어 가장 중요도가 높은 야영장 시설 조성에는 129억 원(11%)을 투자하는 데 그쳤다. 하수처리시설과 주차장 등 필수 기반시설에는 235억 원을 배정했다. 다음으로는 교육장 조성 36억 원, 집회장·무대 설치 30억 원 순이었다. 야영장과 필수 기반시설 비용을 모두 합해도 364억 원 규모로, 조직위 운영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에 조직위는 실제로 조직위 인건비와 운영비 등에 사용한 금액은 84억 원뿐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전체 예산의 7%에 불과한 수치다. 최창행 조직위 사무총장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예산은 1130억 원이고 그 중 조직위 인건비로 55억 원, 운영비로 29억 원 등을 썼다. 모두 합해 총 84억 원"이라며 "나머지 예산은 잼버리 시설비와 행사 사업비로 집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Q. 추가 예산만 231억 원?… 尹정부 전폭 지원에도 부족했나

    전북은 이미 10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배정된 상태에서도 정부에 추가 예산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모 언론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김관영 전북지사는 지난해 7월 8일 민선8기 시도지사와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 마주한 간담회 자리에서 60억 원의 특별교부세를 요구했다. 

    이날 김 지사는 잼버리와 관련해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있어 60억 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즉시 전액을 지급하란 지시를 내렸다. 정부로선 이미 편성돼 있는 예산이 1000억 원 규모로 큰 데도 국제행사의 성공 개최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한 셈이다.

    예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가로 배정됐다. 지난 3일 행정안전부는 전북에 재난안전특별교부세 명목으로 30억 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이어 4일 열린 국무회의에선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예비비 69억 원을 투입하기로 의결했다. 

    추가로 투입한 정부·지자체의 특별교부세와 예비비 등을 합하면 231억 원에 달한다. 기존 예산 1171억 원에 더하면 총 예산은 1402억 원으로 불어난다.
  • ▲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7일 최창행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이 전북 새만금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하고 있다.ⓒ연합뉴스
    ▲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열리고 있는 7일 최창행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이 전북 새만금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하고 있다.ⓒ연합뉴스
    Q. 공무원, 잼버리와 관계 없는 '외유성 해외여행' 떠났나?… 예산 낭비 의심돼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을 분석한 언론 보도에 의하면 2015~2023년 공무원들이 잼버리를 명목으로 해외출장을 떠난 횟수는 99회에 달했다. 이 중 전북이 55회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부안군(25회), 새만금개발청(12회), 여성가족부(5회), 농림축산식품부(2회) 등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런 출장 중 잼버리와 관계 없는 일정이 다수 발각됐다는 점이다. 전북은 2018년 5월 스위스·이탈리아를 6박 8일 일정으로 방문했다. 하지만 처음 이틀을 제외하고 나머지 시간은 모두 유명 관광지를 찾는 데 주력했다. 부안군도 잼버리와는 관계가 먼 영국·프랑스 등을 찾아 '외유성 출장'이란 의혹을 키웠다. 

    2차례 기록된 크루즈 여행도 비판을 사고 있다. 부안군은 기존에 지역에서 추진하던 크루즈 기항지 조성과 잼버리 유치를 연관지어 중국·대만 등으로 크루즈 여행을 떠났다. 또 출장을 다녀온 뒤 대외비란 이유로 보고서를 올리지 않은 사례도 적발됐다. 전북 공무원 등은 2016년 12월 벨기에·이탈리아 등 5개국을 방문하면서도 정보보안을 이유로 들어 보고서를 등재할 수 없다고 기재했다.

    Q. 여야 '네 탓' 책임공방 격화… 예산 둘러싼 각자의 입장은?

    잼버리의 파행이 세계적인 논란거리로 떠오르며 이에 대한 책임을 둘러싼 여야 공방도 심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잼버리가 유치된 건 2017년 문재인 정부 시절이라며 근본적인 책임 소재는 야당에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전임 정부를 탓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며 맞서고 있다.

    이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국익이 걸려 있는 대규모 국제행사 도중에 문제 해결을 돕기는커녕 오히려 더 확산시키고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다"며 "잼버리 새만금 유치가 확정된 건 2017년 8월 문 정부 시절이다. 관련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종합계획 수립 등이 이뤄진 것도 모두 문 정권이 주도했던 일"이라고 일갈했다.

    김병민 최고의원도 "역대급 폭염으로 온열질환 환자 속출에 따른 대비책이 절실한 때에 민주당은 대안을 모색하는 대신 정부 비난에 당력을 집중했다"며 "민주당 대변인은 현재 진행 중인 대회를 두고 '악몽'과 '엉망진창'이란 단어를 쏟아내며 우리 스스로를 폄하하는 자학 정치 민낯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도 공세 수위를 높였다. 같은 날 최고위원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잼버리는 박근혜 정부를 비롯해 역대 정부가 추진했던 국제행사다. 전임 정부 탓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며 "국격이 더 이상 추락되지 않도록 정부가 총력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잼버리 사태는 천재지변에 의한 우발적 사고가 아닌 예고된 사고다. 1년 전부터 철저히 대비할 것을 주문했지만 현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무사 안일주의에 빠졌다. 그러면서 전 정부 탓을 한다"며 "잼버리가 성공적이었다면 이게 다 문 정부 덕분이라고 했겠나. '잘되면 내 공, 못되면 남 탓' 좀 그만하라"고 목청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