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등 총 11종 채권 거래 중단… 총액 2.8조원에 달해中부동산업체 도미노 디폴트 위기… 원양집단도 어음 이자 못갚아블룸버그 "올 1~7월 중국 부동산 투자규모 전년비 8%이상 줄어"아시아 증시 하락세… 코스피 -0.8%·상하이지수 -0.34%·닛케이 -1.27%
  • ▲ 비구이위안.ⓒ연합뉴스
    ▲ 비구이위안.ⓒ연합뉴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기업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소식이 악화일로에 놓였다. 비구이위안 관련 채권 거래가 잇따라 거래 중단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로 중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설상가상 부동산 신탁회사의 유동성 위기마저 거론되고 있어 중국발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는 물론 주요 아시아권 증시는 중국발 악재에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14일 외신 내용을 종합하면 비구이위안과 관련한 총 11종의 채권 거래가 이날부터 중단됐다. 여기에는 2021~2022년 발행된 위안화 표시 회사채 6종을 비롯해 비구이위안 회사채 9종과 사모채권 1종, 비구이위안 계열사 광둥텅웨건설공사의 회사채 1종 등이 포함됐다.

    채권 총액은 157억200만 위안, 한화로 2조8700여억 원에 달한다. 만기는 다음 달 2일 사모채권부터 내년 초까지 차례로 도래할 예정이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7일 만기가 돌아온 액면가 10억 달러 채권 2종의 이자 2250만 달러(296억 원쯤)를 갚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처했다. 비구이위안은 최종 부도처리 되기 전 30일간의 지급 유예기간을 갖게 됐지만, 파장은 이미 시작됐다. 비구이위안의 채권 가격은 급락하고 홍콩 증시에 상장된 비구이위안의 주가는 하락했다. 지난 8일 기준 비구이위안 주식은 전 거래일 대비 14.4%나 폭락한 바 있다.

    거래정지 첫날인 이날도 오후 3시(현지 시각) 기준으로 비구이위안 주가는 전장보다 16.32% 떨어지며 급락세를 이어갔다.

    비구이위안 사태로 중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디폴트 여파가 우후죽순 확산하는 모습이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원양집단(시노오션)이 내년 만기 예정인 금리 6%짜리 어음 2094만 달러(279억 원쯤)의 이자를 갚지 못해 홍콩증권거래소에서 채권 거래가 중지됐다고 전했다.
  • ▲ 비구이위안 로고.ⓒ연합뉴스
    ▲ 비구이위안 로고.ⓒ연합뉴스
    설상가상 불똥은 중국 금융권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인다. 중국의 대표적 부동산신탁회사인 중룽(中融)국제신탁은 상하이증시 상장사인 진보(金博)홀딩스·난두(南都)물업, 셴헝(咸亨)인터내셔널 등 3개 사에 대해 만기가 된 상품의 현금 지급을 연기했다고 전해졌다.

    중룽국제신탁의 지급 연기는 회사 대주주인 자산관리회사 중즈(中植)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그룹의 자산관리 규모는 1조 위안(182조 원쯤)에 이른다.

    이 밖에도 중신(中信), 중성(中誠), 우광(五鑛)신탁, 광다(光大)신탁 등 주요 신탁회사들이 지난해 말부터 원금·이자 지급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문이 들린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특히 중국 경제매체 차이롄서(財聯社)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룽신탁에 피해를 봤다는 회사는 진보 등 3개 사지만, 중룽신탁이 현금 지급을 연기하겠다는 규모는 총 3500억 위안(64조 원쯤)에 이른다면서 중국발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들과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비구이위안발 부동산 사태가 가뜩이나 예상보다 경기 회복 속도가 느린 중국 경제에 결정타를 먹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은 최근 수출·입 실적이 감소세인 데다 지난달에는 소비자물가지수(CPI)마저 0.3% 하락하며 디플레이션(수요 부진으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 2021년 중국 3대 부동산 개발기업인 헝다(恒大·에버그란데) 그룹의 파산 위기로 부동산 거품 논란이 촉발된 데 이어 이번 비구이위안 사태로 연쇄 디폴트가 현실화할 경우 부동산 시장이 붕괴하며 중국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중국의 경제회복이 부동산 위기로 인해 새로운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경영 여건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부동산 투자는 주요 개발업체의 부채 위기와 부동산 경기 추가 침체 우려로 계속 위축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의 부동산 투자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8% 이상 줄어들었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 설명으로는 올 상반기 비구이위안의 월간 계약 물량은 1280억 위안(23조3200억 원쯤)으로 1년 전보다 30% 쪼그라들었다.
  • ▲ 코스피 하락, 환율 상승.ⓒ연합뉴스
    ▲ 코스피 하락, 환율 상승.ⓒ연합뉴스
    심상찮은 중국의 부동산 시장 불안 소식에 증시는 즉각 반응했다. 이날 코스피는 비구이위안 채권 거래 중단 소식에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며 전장보다 20.39포인트(0.79%) 내린 2570.87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한때 낙폭을 키워 장중 한때 2560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192억 원과 3330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기관은 지난 2일부터 9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갔다. 개인은 4271억 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지수 하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외환시장도 들썩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0원 오른 1330.9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1330원대로 올라선 것은 3개월여 만이다.

    해외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중국 부동산 관련주는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오후 4시5분(한국시각) 기준 홍콩 증시에서 비구이위안 주가는 전장 대비 16.33% 떨어졌다. 지난주 31.4% 폭락한 데 이어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2008년과 지난해 말 수준을 넘어 주가가 사상 최저로 내려앉았다.

    홍콩에 상장된 중국 부동산기업 주가를 추종하는 지수(HSMPI)는 지난주 10% 빠진 데 이어 이날도 3.51% 하락 중이다. 중국 본토의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는 각각 0.34%, 0.13% 하락한 채 장을 닫았다.

    이날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1.27%), 대만 자취안지수(-1.25%)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하락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