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정부 세법개정안 '부자감세' 규정… 재정역할 강조하며 추경 주장伊 등 EU 횡재세 부과 잇달아…野 정기국회서 '압박용 카드'로 활용할 듯금융위원장도 횡재세 업급하며 은행 압박… 전문가 "韓, 도입 어려워"
  • ▲ 더불어민주당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14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제1차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14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제1차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정부·여당과 야당이 한치 양보없는 '쩐의 전쟁'을 예고하는 가운데 '횡재세'가 변수로 떠올랐다. 우리나라 여건상 유럽처럼 급진적인 횡재세 도입은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야당이 이를 지렛대 삼아 예산 정국에서 목소리를 높여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4일 '민주당표' 세법개정안과 예산안을 제시하겠다며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13명의 당 인사로 구성된 특위에는 4명이나 기획재정부 전직 관료들이 포함됐다. 민주당이 정교한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으로 정부·여당을 압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재정경제부(現 기재부) 세제실장 출신인 이용섭 전 광주시장이 특위 위원장으로 나섰고 김용진 전 기재부 2차관, 주영섭 전 관세청장, 김정우 전 조달청장 등도 특위에서 활동한다.

    이 위원장은 특위 출범식에서 "(정부의 세법개정안 중 혼인증여공제) 감면은 세대 간의 위화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시키는 갈등 조장 지원 세제이고 부의 대물림을 조장해 매우 공평하지 못한 세제"라며 "재정의 역할이 산적했는데 재정이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세금을 깎는 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고 단기적 인기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석 당 정책위의장은 "윤석열 정부가 말은 '건전 재정'이라고 하는데 실은 재정을 어렵게 훼손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정부의 세법개정안, 예산안과 다른 기조의 대안을 찾아야한다. 정부가 긴축으로 건전 재정을 달성하려니 감액되는 건 민생 예산"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정부가 '여소야대' 상황을 고려해 만든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주목받고 있는 '혼인증여공제'를 부자감세로 규정하고, 건정 재정 기조로 편성할 것으로 알려진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맹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에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종합부동산세 개편 등 굵직한 내용은 모두 빠졌다. 이에 대해 경제계와 전문가는 "한 방이 없었다"고 혹평했다. 하지만 정부 입장에선 거대야당이 버티고 있는 국회 지형도가 바뀌지 않는 한 아무리 법인세율 인하 같은 개정안을 내놓아도 원안 그대로 통과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지각처리된 예산안 통과과정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에 정부는 저출산 위기 상황에 야당도 크게 반대하지 않을 거로 생각하고 결혼 시 최대 1억 원의 추가 공제 혜택을 주는 혼인증여공제 카드를 내놨지만, 야당은 부의 대물림이라며 공세를 펴는 실정이다.
  • ▲ 기획재정부 ⓒ연합뉴스
    ▲ 기획재정부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을 올해보다 낮은 3%대로 편성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은 예산안에 대해서도 날을 세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예산의 총지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7~9%에 이르렀다. 윤석열 정부 들어 올해는 5.1%로 낮아졌다. 알려진대로면 내년도 총지출은 올해 638조7000억 원보다 3%쯤 늘어난 658조~663조 원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이런 정부 예산안을 호락호락 받아줄 거로 생각하는 의견은 거의 없다. 민주당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과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 고금리 피해 서민 지원, 집중호우와 태풍 피해자 지원 등을 위해 35조 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경기부양을 위해서라도 추경을 편성해 돈을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야당이 주장하는 것이 '횡재세'다. 횡재세는 기업의 초과이익에 대해 추가 세금을 물리자는 것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거둔 정유사와 은행들을 상대로 횡재세를 물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조세형평성 문제 등을 언급하며 단호하게 선을 그으면서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다 최근 이탈리아와 영국, 독일 등 유럽 주요국들이 횡재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국내에도 논란이 다시 일어날 조짐이다. 이탈리아는 올해 한시적으로 에너지 기업의 초과이익에 대해 50%, 은행에 대해선 40%의 횡재세를 부과하기로 했으며 영국도 에너지 기업에 35~45%의 세율로 횡재세를 과세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횡재세 도입이 녹록잖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 어려운 데다, 올해 들어 정유업계의 영업이익이 크게 하락하면서 횡재세 도입 명분이 사라졌다. 당장 횡재세를 과세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내년 총선도 걸림돌이다.

    다만 야당으로선 서민 지원을 위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횡재세를 무기 삼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할 거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예산과 세법개정안 정국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횡재세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 역시 횡재세를 정책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수출금융 종합지원 간담회에서 횡재세를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은행장과 정책금융기관장에게 "최근 이탈리아에서 은행에 횡재세를 부과한다는 기사가 있었다"며 "많은 국가가 급격한 금리인상과 경기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제난국을 헤쳐 나가는데 은행산업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출금융 지원에 은행권이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하면서 사실상 횡재세를 언급해 은행권을 압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가 마련한 23조 원 규모의 수출금융 금융지원에는 시중은행이 수출기업 우대상품 신설 등을 통해 5조4000억원 규모로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