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법사위 전체회의 상정… 재논의 끝에 통과 유력시 환자정보 한곳에 모을 중계기관, 보험사 지급거절 빌미 우려의료계, 법제화 대신 핀테크 활성화가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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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재논의를 통과할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중계기관 무용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이날 열리는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담긴 보험업법 개정안이 상정됐다. 앞서 지난 13일 회의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부 이견이 있어 미뤄졌고 사실상 통과에 힘이 실린다.  

    정부와 국회, 특히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국민 편익'이라는 가치에 힘을 싣는 등 전향적 견해를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법사위를 통과하면 오는 21일 또는 25일 예정된 본회의를 거쳐 법제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대가 거세 조율점을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 중계기관 없이 직접전송 쟁점… 연결망 구축비 엇갈린 해석  

    실손청구 간소화법의 핵심은 보험 소비자는 의료기관 이용 후 별도의 서류 제출 없이 병원에 요청하는 것만으로 실손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때 병·의원과 약국은 이유 없이 환자 요청을 거절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가장 큰 쟁점 사안 중 하나는 시행령으로 정해질 중계기관 역할론이다. 금융위원회는 비용적 문제로 중계기관이 필요한 상황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먼저 금융위는 "의료기관이 중계기관 없이 직접 보험사로 의료정보를 전송하는 방안은 현실성이 없다"고 했다. 국내에 10만여 개의 의료기관이 있는데 이들 기관이 30여 개 보험사에 의료정보를 전송해야 하는 연결망이 300만 개에 달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3일 법사위 전체회의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중계기관 없이 의료기관서 직접전송시) 연결망 구축이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워낙 비용이 비싸다"며 "소비자들이 불편해서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부분이 상당히 많아 이 부분에서 편익을 높이자는 것인데 구축비용이 더 많이 든다면 의미가 없는 법안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의료계는 현실과 다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현재 우리나라의 정보통신망은 세계적 수준으로 인터넷, 인트라넷, VPN 등 각종 형태의 네트워크가 충분히 구축됐고 별도 연결망이나 전용선은 불필요하다"며 "시대착오적 판단"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실제로 많은 의료기관에서 핀테크 업체, 키오스크 등을 통해 이미 구축된 통신망을 활용해서 각 보험사에 직접 전송하고 있다"며 "의료기관에서 보험사에 직접전송을 하게 되면 별도 연결망이 필요하고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중계기관 설립 우려… 醫, 핀테크 대안

    의료계는 실손청구 간소화법에 반대하고 있지만 특히 중계기관 설립에 더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오히려 더 큰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환자의 전체 진료정보가 중계기관 데이터로 축적되고 이를 기반으로 보험사가 국민의 신규 보험가입이나 가입연장, 보험금 지급 거절 등으로 악용되는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또 중계기관으로 보험개발원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거론되는 것도 논란의 대목이다.

    보험개발원은 보험사 출자 기관으로 국민 편의성보단 보험사 이익이 우선시 되는 경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심평원 역시 건강보험 항목을 넘어 비급여 항목 규제에 집중하게 될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의료계는 핀테크 업체를 활용해 실손청구 간소화를 추진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입장이다. 
     
    최청희 의협 법제이사 겸 보험이사는 "실손청구 간소화법은 국민 편의성을 올리겠다는 취지를 갖고 있는데 이미 민간 핀테크 부문에서 충분히 진행 중"이라며 "현시점에서 왜 필요한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진옥 의료IT산업협의회장 역시 "진료를 마치면 의료기관 실손보험 청구용 데이터가 보험사로 자동 전송되는 서비스가 핀테크 기업에 의해 개발 및 보급됐다"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하고 검증됐는데 왜 활용하지 않으려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핀테크 업체를 중심으로 실손청구 간소화가 이미 시행 중으로 올 하반기 전국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서비스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후년까지 전국 의료기관 90% 이상이 실손보험 청구시스템과 연동이 가능해진다는 주장이다. 

    법제화 대신 핀테크 시장 활성화를 통한 실손청구 간소화를 확장하는 것이 의료계의 최종적 판단이다. 하지만 금융위 차원서 국민 편익을 강조하며 법적, 현실적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국회도 이 견해에 힘을 싣고 있다. 

    이에 의협을 비롯한 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약사회 등은 "보험사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법안의 문제점을 알렸으나 무리하고 성급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며 "법사위 전체회의 통과 시 전송거부 운동 등 보이콧과 위헌소송을 진행하는 등 고강도 대응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실손청구 간소화법은 오후 2시부터 열리는 법사위 회의 안건 마지막에 올랐지만 야당측은 이재명 대표가 병원으로 이송된 상황에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참석 취소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일정대로 처리가 어려울 전망이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이 특별한 이유 없이 법사위 회의를 일방적으로 취소한다고 통보했다"며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덮기 위한 술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