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막힌 저신용자들 몰려평균금리 14~18% 불구 계속 급증연체율 상승, 건전성 관리 비상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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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론 잔액 35조8636억원, 현금서비스 잔액 6조4790억원, 리볼빙 잔액 7조3782억원.

    저축은행과 대부업체가 대출 문턱을 높이자 서민들의 급전창구인 카드사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총 잔액은 53조에 육박해 2021년 11월 공시를 시작한 이래 최고 수준이다.

    1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8개 카드회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35조8636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4684억원 늘었다. 

    금리 평균은 14%가 넘지만 수요는 여전하다.

    현금서비스 잔액은 6조479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712억원 증가했고,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은 7조3782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92억원이 또 늘었다. 

    평균 금리는 역시 17.46%와 16.42%로 1금융권 보다 3~4배 가량 높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높으면 고금리 대출을 신규로 받으려는 수요가 줄어들지만 최근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카드사의 대출 잔액은 증가하고 있다.

    저축은행이 업황 악화로 대출을 최소한으로 운영하면서 갈 곳을 잃은 중·저신용자가 카드사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결제 수수료를 통해 수익 창출이 어려운 카드사도 적극적으로 대출을 공급하고 있지만, 마냥 즐길 수만은 없다. 저신용자 유입이 늘어나면서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고 대출 연체율이 올라가면 대손비용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BC카드를 제외한 7개 카드사의 연체율은 약 1.6%로 전년 동기(1.1%)보다 0.5%p 상승했다. KB국민카드, 하나카드 등의 연체율은 약 1.9%로 2%에 달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연체율이 오르는 만큼 대손충당금도 늘었다. 같은 기간 7개 카드사의 대손충당금은 7조 1950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6조 1423억 원)에 비해 약 1조 원 늘었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1%로 전년 동기(0.7%)에 비해 50% 넘게 올랐다.

    문제는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대출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필요 자금의 상당 부분을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다.

    올해 초 3%대 후반을 유지하면서 안정세를 이어오던 여전채 금리는 6월 4%대에 진입한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2일 기준 여전채 AA+등급 3년물 금리는 4.682%로 집계됐다. 지난 4일 4.88%를 기록한 이후 소폭 하락했지만, 당분간 채권금리가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 한도 규제를 해제하면서 은행채에 비해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여전채의 금리는 더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전채 금리가 오르면, 결과적으로 카드론 등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채권시장에서 카드채에 대한 투자수요가 감소와 더불어 카드론의 수요 증가는 카드사의 대출금리를 더 상승시킬 수 있다"면서 "향후 대출금리 상승세와 맞물려 카드사의 연체 증가 및 대손 발생으로 인한 위험관리비용의 증가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