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 -2.27%… 상승 폭 일부 반납했으나 여전히 강세 랠리국내 금값도 천정부지… 금값 연일 오르자 금 거래량 7개월 만에 최대美긴축 종료 기대감에 약달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장기화도 영향전문가들 "내년 2100~2200달러" 관측… 당분간 강세장 지속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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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드바.ⓒ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행보가 멈추고 조기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 기대감이 커지면서 금값의 사상 최고치 경신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에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4일(현지 시각)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은 온스당 2042.2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2089.70달러까지 올랐다가 2.27% 값이 내렸다. 낙폭만 보면 지난 2월 이후 10개월 만에 일일 최대 하락이다. 상승 폭을 일부 반납했으나 최근 3개월간 금값 흐름을 보면 지난 10월5일 1831.80달러로 저점을 찍은 이후 지속해서 상승세다.

    국제 금값은 전날 장중 2136.36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이는 연초 1846.10달러 대비 14% 이상 상승한 것이다. 이전 최고치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년 8월 기록한 2075.47달러였다.

    국내 금값도 비슷한 상승곡선을 그린다. 5일 한국거래소(KRX) 금 시장에서 1㎏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전날보다 0.31% 내린 8만5770원에 마감했다. 전날 국내 금값은 8만791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경신했었다. 이는 KRX 금 시장이 2014년 3월24일 문을 연 후 최고 가격이다. 이날 하루에만 금 거래량과 거래 대금이 각각 172.46㎏, 150억 원을 기록했다.

    금값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자 KRX 금 시장의 월별 거래량과 거래 대금도 덩달아 증가했다. 지난달 금 거래량은 총 1222.8㎏으로 지난 4월(1385.5㎏) 이후 7개월 만에 최대치를 보였다. 금 거래량은 지난 7월 827.8㎏까지 줄다가 8월(905㎏)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금 거래 대금도 3월 1471억 원을 찍은 후 감소하다가 10월 1003억 원, 11월 1023억 원으로 다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금값이 연일 최고가 랠리를 이어가자 금상장지수펀드(ETF)로도 역대급 자금이 몰리고 있다. 4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세계 최대 금 현물 투자 ETF인 'SPDR 골드 셰어스'에는 지난달 한 달간 10억 달러(1조3110억여 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앞서 5개월 동안 자금이 유출됐으나, 11월 들어 순유입으로 바뀌었다. 지난달 순유입된 자금 규모는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최근 국제 금값이 급등하는 것은 이 자산이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금은 금리가 오를 때는 투자 매력도가 낮아지고, 금리가 내릴 때 선호도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미 연준의 긴축이 사실상 끝났다는 시장과 투자자의 인식이 팽배해지고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금 수요가 커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이하 현지 시각) 미 상무부가 발표한 10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1년 전보다 3.0% 상승했다. 2021년 3월 이후 2년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내구재 가격은 5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PCE는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연준이 중시하는 물가 지표다. PCE의 추세적 하락은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작게 한다.

    달러 약세도 금값 상승에 일조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금 수요를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유로화·엔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4일 103.712를 기록하며 전장보다 0.4% 반등했다. 하지만 달러인덱스는 금리 인하 기대 속에 최근 3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왔다.

    여기에 불안한 국제 정세도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의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인질 석방을 계기로 가자지구에 일시 휴전이 이뤄졌으나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휴전 협정을 어겼다며 전투를 재개했다.

    금값 강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계 투자은행 UOB의 시장 전략 글로벌 경제조사 책임자인 왕쿤호우는 "내년 말까지 금값이 온스당 최대 2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캐나다 TD증권의 상품 전략 책임자 바트 멜렉은 "내년 2분기에 금값이 평균 2100 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