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반군에 이어 이란까지 도발미국 “당장 석방해야” 강력 반발정유업계, 사태 장기화 여부 주목
  • ▲ 11일(현지시간) 이란에 나포된 유조선 세인트 니콜라스호. ⓒ연합뉴스
    ▲ 11일(현지시간) 이란에 나포된 유조선 세인트 니콜라스호. ⓒ연합뉴스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민간 상선을 공격하며 세계 주요 교역로가 위협을 받은 가운데 이란이 오만만에서 미국 유조선을 나포했다. 이에 에너지 수송에도 위기경보가 켜졌다.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70%에 달하는 국내 정유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11일(현지시간) “이란 해군이 오늘 오전 오만만 해역에서 미국 유조선 ‘세인트 니콜라스호’를 나포했다”며 “법원 명령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유조선은 이란의 석유를 미국으로 밀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걸프 해역(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이라크,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의 해상 진출로다. 전 세계 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이곳을 지난다.

    나포된 선박은 튀르키예 정유업체 알리아가로 운송할 석유를 싣기 위해 이라크 바스라 인근 해상에 정박해 있었고, 이후 방향을 바꿔 이란의 반다르 에-자스크로 향하던 길에 나포됐다.

    미국은 나포 소식에 즉각 반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 소통조정관은 기자들과 만나 “선박을 나포할 어떠한 정당한 사유도 없다. 당장 석방해야만 한다”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홍해 리스크가 호르무즈 해협으로 번지며 중동 정세가 악화하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은 하마스를 지원한다는 이유로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30차례 가까이 공격·위협, 세계 주요 해운사가 ‘홍해-수에즈 운하-지중해’ 항로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며 해상운송이 타격을 받고 있다.

    이란은 부인하지만, 예멘 반군이 사실상 이란의 지시를 받거나 공조하면서 홍해상 군사 행동을 감행하는 만큼 이란이 글로벌 교역의 통로인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동시에 과시한 셈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는 호르무즈 해협의 리스크가 장기화할지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로 들어오는 원유의 70%가 중동에서 오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것이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현재 상황이 어느 정도까지 진행이 될 것인지, 이후 봉쇄여부에 따라 우회할 것인지 등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