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까지 밥상머리서 썩은 폐 사진 보는것은 "일종의 감정적 폭력"효과 불명확한 혐오 광고로 비흡연자에 충격 줄 필요 없어
-
게다가 고혈압, 비만 등이 주요 원인인 뇌졸중이 마치 흡연만으로 인한 결과인 것처럼 표현한 대목에서는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복지부에서 만든 광고라고 믿기 힘들어진다.◇효과 불명확한 혐오 광고 비흡연자 국민에게까지 충격 줄 필요 있나이처럼 광고 효과성과 내용의 타당성 측면 모두에서 이견의 여지가 있는 혐오 광고를 공중파TV와 영화 광고를 통해 전 국민이 시청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누구도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 성인 흡연율은 현재 20%대로, 나머지 70~80%의 비흡연자들에게 금연광고는 사실상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엄청난 세금을 투여하여 이 광고를 공중파로 방영할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게다가 복지부는 금연광고 외에도 혐오스러운 모습을 담은 담뱃갑 경고그림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터라, 이러다 나라 전체가 온갖 거북한 사진과 영상으로 도배되지 않을까 성급한 걱정도 든다.썩은 폐, 흡연으로 숨진 시신 사진 등을 담은 '혐오'경고그림이 금연효과를 낼 것이라고 규제당국은 주장하지만, 앞서 시행해본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실상은 다르다.일부 국가에서는 도입 후 오히려 흡연율이 상승했고, 보건당국에서 경고그림 도입 사례로 인용하는 브라질, 캐나다조차도 도입 후 흡연율이 자연감소 수준에 머물거나 도입 전보다 오히려 감소율이 완만해져 실질적인 도입 효과가 있다고 해석하기 힘들다.과거 미국법원은 FDA가 경고그림을 도입하려는데 대한 위헌 소송 항소심에서 '경고 도안이 흡연율 감소 목적을 달성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뒷받침할만한 어떠한 자료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경고그림 도입에 제동을 건 바 있다.이처럼 혐오 경고그림 정책의 효과는 불확실한 반면, 예상되는 부작용은 상당히 광범위하다.◇ 임산부까지 밥상머리에서 썩은 폐 사진 보게하는 것 일종의 '감정적 폭력'일단 흡연 의사가 전혀 없는 국민들까지 불필요한 불쾌감과 충격을 받게 된다. 임산부, 어린이까지도 아침 출근길과 밥상머리 등에서도 썩은 폐 사진, 죽어가는 병자의 퀭한 모습 등을 시시때때로 맞닥뜨리며 '감정적 폭력'을 당하게 된다.사실, 현장의 모습을 날 것 그대로 전달하는 TV 뉴스에서도 잔혹한 사고현장은 모자이크 처리해 자극적인 장면의 노출을 막는다. 끔찍한 모습을 자주 접하는 사람은 점차 이러한 자극에 둔감해져 그 피해는 폭력적이고 잔혹한 행동도 아무렇지 않게 행하는 부작용으로 우리 사회에 고스란히 돌아오기 때문이다.◇흡연자의 인권과 행복추구권도 지켜져야..또한 혐오스러운 사진이 부착된 담배를 들고 다니면 흡연자들은 성인으로서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흡연을 하는 것임에도 절제력이 없는 사람, 떳떳치 못한 사람으로 비치게 되어, 결과적으로 흡연자들의 인권과 행복추구권도 침해된다고 볼 수 있다.이종수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흡연이 건강에 유해하다는 건 분명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흡연 자체를 죄악시해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하는 '건강 메카시즘'적 분위기가 너무 일방적"이라며 "흡연은 개인의 선택의 문제"라고 밝힌바 있다.◇ '혐오광고'가 과연 설득력 있는 방식인지도 고려해야..아울러 혐오스러운 모습을 담은 담뱃갑 경고그림이나 금연광고는 전형적인 '서양문화권의 계도방식'으로 우리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어 시각적 임팩트만큼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경고그림을 도입한 국가를 살펴보면 대부분 캐나다, 브라질, 홍콩 등 서양권이나 서양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국가들이다. 본래 서양문화권의 표현 방식은 직접적이고 노골적이나, 동양문화권은 간접적으로 변화를 유도하는 것을 선호한다. 우리 문화권에서는 거부감이 드는 충격요법보다 흡연욕구를 잊을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고 부드럽게 설득하는 방식이 오히려 더 높은 금연율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이 부분에 규제당국의 고민과 노력이 요구된다.극도의 혐오스러운 사진과 영상을 들이미는 것보다 부드럽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설득하는 것이 고집 센 흡연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나그네의 두꺼운 옷을 벗게 하는 것은 세찬 폭풍우가 아니라 부드러운 햇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