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파고를 넘고 있는 요즘 요식업계에서 소위 '잘 먹히는' 마케팅이 있다. 다름 아닌 '흡연가능'이라는 팻말이다.올해 말까지 면적 100㎡ 이하의 소규모 음식점에서만 흡연이 가능한데, 이 때문에 소형 음식점들이 때 아닌 호황이다.
하지만 봄날은 길지 않다. 올해 말이면 이들 소규모 음식점들도 전체 금연구역이 되기 때문이다. 잠시동안의 봄날을 만끽한 음식점주들은 내년부터 모든 음식점에서 흡연이 금지되면 예전보다 손님의 발길이 끊기고, 그나마 오는 손님들도 별도의 밀폐 흡연실을 갖출 수 있는 대형 음식점으로만 쏠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 불황으로 인한 손님 감소에, 골목상권까지 파고든 대기업 자본의 침투로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음식점주들의 마음에 더 큰 먹구름이 생긴 셈이다.
이들은 모든 음식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소위 '금연법'을 생존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느끼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청주시 청원군에서는 금연법 단속에 불만을 품은 한 업주가 흉기를 들고 청원군보건소를 찾아가 해당 공무원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는 금연구역 확대에 따라 앞으로도 계속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대안 없는 졸속 행정'은 갈등만 유발...
'합리적 갈등 조정' 방안 모색 시급
최근, 광역버스 입석금지를 둘러싼 갈등을 겪으며 우리는 '대안 없는' 졸속 행정이 얼마나 시민들을 고통스럽게 하는지 경험했다.
의도 자체는 나무랄 수 없으나, 생업(生業)을 위해 걸음을 재촉하는 출퇴근길 시민들의 절박한 현실을 모르고 단순히 신체적 안전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며칠간 시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 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은 담배 연기로부터 피해를 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장애우 1명을 위해서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경사로를 만드는 것처럼 소수자의 권리도 배려 받아야 한다.
건강에 이로운 담배를 만들어낼 수 없고, 또 담배공장을 폐업조치 할 수 없는 것이라면, 우리사회 어느 한쪽 구석이라도 흡연자들이 범죄자 취급받지 않고 담배를 피우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주어야 한다. 분리된 공간 안에서의 흡연은 상대방에게 피해를 끼칠 이유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 경제도, 소규모 자영업자들도, 흡연권자도, 비흡연자도 살리는 길이다.
정부 당국은 일방적인 금연정책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만들기보다 사회갈등 해소 차원에서 흡연권과 혐연권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건강한' 방안을 모색해야한다.
이를 위해 공원·전철역 주변 금연거리 등에 흡연 공간을 마련하는 이웃국가 일본의 '분리형 금연정책'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경우 실내 전체를 강제 금연구역으로 만들어 나머지 실외 공간 전부가 무분별한 흡연장소가 되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쾌적한 흡연구역을 실내외 곳곳에 설치하여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공존'을 추구하고 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모두 만족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불도저'방식으로 1,000만명에 달하는 흡연자를 배제한 채 일방적인 금연구역 확대와 내년도 음식점 전면금연 조치를 강행하는 것은 또 다른 '대안 없는 졸속 행정'의 사례로 남을 뿐이다.
합리적 갈등 조정 방안을 위한 대책 마련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시급한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