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정도는 돼야"...현장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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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지킴이'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잠시 자리를 비운다.21일부터 5박6일간의 일정으로 이란과 일본으로 해외출장에 나서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일부에서는 본격적인 업무복귀 신호탄으로 해석하며 반색하고 있다.
반면 그가 해외출장 뒤 다시 진도로 돌아가는 일정을 잡은데다 어느새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덥수룩 수염도 깍지 않는 점을 들어 오히려 사퇴 수순쌓기가 아니냐는 상반된 해석도 내놓고 있다.
이 장관의 해외출장과 면도가 새삼 화제가 되는 것은 세월호 참사 4개월여 어느새 잊혀진 부처가 되버린 해수부의 잃어버린 존재감 찾기의 중심에 그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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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는 항구에 머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장관의 대외활동 재개에 대해 해수부는 국익이 걸린 대외협상으로 장관 참석이 불가피했고 사전 유가족의 양해도 구했다며 확대해석에는 선을 긋고 있다.얼마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이주영 장관 복귀발언을 놓고 빚어졌던 논란을 의식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주영 장관의 일상 업무 복귀는 진작 예견돼 왔다.
그는 지난달부터 세월호 참사 수습과 함께 국정과제 등 해수부의 다른 업무들도 본격적으로 챙기기 시작했다.
실국장들을 진도로 불러 수시로 업무보고를 받고 화상회의를 통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안여객선 공영제 실시와 선박현대화 사업 예산확보 등에 대한 주문과 지시가 잇따랐다.
이달 초 간부들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나를 믿어달라" "내가 도와줘야 할 부분이 있으면 열심히 뛰겠다"며 업무수행에 대한 강한 의지도 보였다.
해수부가 15차례나 협상을 벌일 정도로 공을 들인 영종도 드림아일랜드 사업 실시협약도 장관 참석을 전제로 진도군청에서 열리기도 했다.
그는 해외출장 이후에도 크루즈와 마리나항만 사업, 해양특구 지정 등 해수부 현안과제 해결을 위해 국회방문도 계획하고 있다.
중앙해양심판원장의 청와대 비서관 발령으로 인사요인이 발생한 실국장급 인사도 검토하고 있다.
아직 진도에서 세월호와 범대본 업무를 우선시 하고 있지만 사실상 부처의 모든 업무에서 손을 뗐던 한두달전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조심스럽지만 그래서 해수부 일부에서는 교차근무까지도 건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 매조짓기 위해서라도 장관이 서울과 세종, 진도를 오가며 예산확보와 부처간 조율, 국회 협조를 이끌어 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이유다.
"배는 항구에 머물러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그러나 배는 항구에 머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연금술사의 저자 파울로 코엘료의 말이다.
이제 그만 진도에만 머물지 말고 해수부 전체를 챙겨달라는 주변의 요구에 그가 어떤 답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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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도는 아직..."
이주영 장관이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을 얻은 비결은 '세이공청(洗耳恭聽)'이다.남의 말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귀담아 듣는 것을 이르는 말로 그가 판사시절부터 즐겨 인용했다고 한다.
낮은 자세와 진솔한 소통노력, 국회출장을 갔다가도 밤 12시를 넘겨서도 다시 차를 타고 진도로 내려가는 무박2일 일정을 강행하는 헌신에 유가족들은 그를 '믿을 맨'으로 여긴다.
스스로도 장관업무의 마지막을 유가족들과 함께 하겠다며 현장에서 수색작업을 독려해 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난달 18일 이후 남아있는 10여명의 희생자 구조 소식은 더이상 들려오지 않고 있다.
할롱 등의 태풍 영향도 있었지만 격실이 무너져내리는 등 갈수록 수색여건은 나빠지고 있다.
해수부는 4층 선미구역 수색이 끝나는 20일부터 5차 수색을 한다.
△선체에서 아직 수색하지 못한 곳을 수색하고 △잠수부들이 자신이 수색한 곳이 아닌 다른 곳을 수색하게 하는 정밀 교차수색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렇게 해도 실종자들을 다 발견하지 못하면 수색을 했던 선체 각 방마다 수중촬영을 해 이를 놓고 실종자 가족들과 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색 종료를 장관직 사퇴시기로 삼은 그는 유가족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마무리를 언급할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유가족에 대한 도리(道理)다. 그래서 추석까지는 현장에 있을 것 보는 관측이 많다.
일부에서 8월 수색종료후 9월 추석전후 사퇴설까지 흘러 나오고 있지만 섣부른 예단이라는 지적이다.
교차수색을 거쳐 유가족과의 의견교환까지는 앞으로도 몇개월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응당한 책임을 지겠다며 일찌감치 사의를 표명해 놓은터라 사퇴시기 보다 신의가 우선이라는게 그의 판단이다.
이주영 장관이 수염을 깎고 진도를 떠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