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균형발전 기조에 삼성·SK 호남 투자설 확산용인 클러스터 흔들리면 공급망·인력·생태계 분산 우려업계 "반도체 입지 정치논리에 휘둘리면 경쟁력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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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에 수백조원을 투입해 반도체팹과 데이터터를 짓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하에 심지어 용인 반도체 크러스터 투자의 일부를 호남으로 돌릴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인력과 용수, 전력 등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반도체팹을 지방으로 분산할 경우 산업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광주·전남 지역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 시설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투자 규모가 각각 수백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당초 논의는 첨단 패키징 등 후공정 시설 중심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전공정 팹(Fab) 건설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투자 규모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최신 반도체 전공정 공장 한 곳에만 수십조원이 투입되는 만큼 복수 생산라인이 들어설 경우 전체 투자 규모는 수백조원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관심은 호남 투자가 기존 계획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될지에 쏠린다. 삼성전자는 경기 용인 국가산업단지에 대규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 역시 용인 클러스터를 미래 핵심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호남 투자가 신규 증설 개념에 그칠지, 일부 생산시설이 다른 지역으로 분산되는 형태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용인 국가산단에 계획된 일부 생산라인이 호남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용인 지역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이미 국가 전략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만큼 기존 투자 계획이 변경될 경우 지역사회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전공정 투자 여부다. 후공정은 상대적으로 입지 제약이 적어 지방 분산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삼성전자의 온양·천안 사업장이나 글로벌 OSAT(반도체 후공정 전문기업)들의 사례처럼 생산 거점 다변화가 비교적 용이하다.반면 전공정은 사정이 다르다. 반도체 제조 핵심 공정이 이뤄지는 전공정 팹은 생산시설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연구개발 인력, 전력·용수 인프라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 현재 국내 반도체 생태계가 경기 남부와 충청권에 집중된 것도 이러한 집적 효과 때문이다.업계에서는 생산 거점이 분산될 경우 협력업체들의 추가 투자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수백개 소부장 기업들이 신규 거점에 대응하기 위해 별도 생산시설과 물류망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전문 인력 확보 역시 과제로 꼽힌다. 현재도 업계 전반에서 인력 부족 현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대규모 생산 거점이 조성되면 인력 수요는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정부는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비수도권 첨단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난 데 이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도 회동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9일에는 주요 기업인들이 참석하는 지방투자 관련 행사도 예정돼 있다.재계에서는 향후 발표될 투자 계획의 구체적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후공정 중심 투자일 경우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지 않지만 전공정까지 포함될 경우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최근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은 역시 지방 반도체 투자 논의와 관련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치권 논리에 좌우되지 않도록 지켜보겠다"고 언급했다. 재계 안팎에서 투자 결정이 기업 경쟁력과 산업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업계 관계자는 "후공정 투자와 전공정 투자는 의미가 전혀 다르다"며 "전공정 팹은 공장 하나를 짓는 문제가 아니라 반도체 생태계 전체가 움직이는 사안인 만큼 투자 방식과 규모를 둘러싼 검토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