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전통의 현대證 재매각 결정 어려운 일…자구안 완료 임박재매각 하더라도 오릭스같은 PE에 넘겼다 되찾아올 가능성 높아
  • 현대증권의 매각이 무산된 가운데 재매각 여부는 결국 현대그룹과 산업은행의 의중이 절대적인 상황이 됐다.

     

    애초부터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을 팔기가 싫었다는 정황이 오릭스PE(프라이빗 에쿼티)와의 매각시도 과정에서 나오고 있는 만큼, 그룹 자구안 이행과 실제 그룹의 현금 확보여부에 따라 재매각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지난 2013년 12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총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현대증권 보유 지분 22.56%를 오릭스에 넘기면서 6512억원을 확보하는 계약 역시 이같은 그룹의 자구계획 일환 중 하나였다.


    반면 현재까지 3조원에 육박하는 2조9280억원을 이행했고, 일각에서는 자구계획 초과달성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현대그룹이 '전통과 역사'를 갖고 있는 금융자회사인 현대증권을 매각하는 결정을 다시 쉽게 내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을 매각키로 한 것은 현대그룹의 의지라기 보다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의지가 반영된 부분이 크다"며 "현재 그룹의 재무구조가 2년 전에 비해 확실하게 개선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현대증권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팔아야만 하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오릭스PE와의 매각작업에서도 나타나는 부분이다.


    현대그룹은 계열사를 통해 오릭스PE 지분에 투자해 향후 지분을 되사올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과 콜옵션을 확보한 바 있다. 이같은 부분 때문에 매각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파킹딜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며,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을 완전히 넘기지 않고, 그룹이 안정화된 이후에는 되사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결국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을 다시 시장에 내놓아야 할 상황이 생기더라도 현대증권은 사모펀드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사모펀드 입장에서도 현대증권은 매력적인 투자처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증권의 지분 22.56%의 가치가 6500억원 수준이라는 것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상황에서 이정도의 가격은 단기간 내에 회사를 키우고 수익성을 높여 바이아웃(경영권 매각)을 통해 투자원금과 수익을 회수하는 PE들에게 좋은 조건이 될 수 있다"며 "현대그룹 역시 현대증권을 되찾아 올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서는 PE에게 지분 22.56%를 넘기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또 "23% 가량의 지분 인수로는 안정적인 경영을 하기 힘들다"며 "만약 장기적인 계획으로 인수하게 된다면 인수 이후에도 추가 지분확보가 필수 요건이기 때문에 현대증권 인수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려는 금융사들에게는 매력적인 회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대그룹 측은 "자구계획 달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현대증권 재매각 추진 여부에 대해서는 산업은행과 논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증권 매각이 무산되며 6500여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변수가 생겼지만, 빚을 갚아야 하는 부담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추가적인 유동성 방안을 다각적으로 마련해둔 상태이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4일 만기가 예정됐던 현대상선의 대출을 연장키로 결정하며 현대그룹의 숨통을 열어뒀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대증권 매각 자금을 담보로 한 신탁담보대출은 현대증권 매각시 갚기로 한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현대증권 매각 완료될 때까지 연장해주겠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새 주인이 다시 나오기 전까지 경영을 이어가가 된 윤경은 현대증권 대표는 임직원들에게 현대증권 재도약과 내실에 힘쓰자는 내용을 담은 글을 보냈다.


    윤 대표는 "그동안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고객관리 등 다소 소홀해진 영업기반을 재정비해 고객에 대한 신뢰확보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시장 대응을 위해 모두가 노력을 다하자"며 "회사의 잠재력이 높다고 판단하며, 올해까지 남은 2개월 동안 전 사업부문의 최고의 실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매진하는 한편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심혈을 기울이자"고 밝혔다.


    재매각을 추진해 새로운 인수자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경영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


    윤 대표는 지난 2012년 11월 대표이사로 선임됐으며, 임기는 2018년 3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