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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증시 급락으로 국내 증권사들이 발행한 ELS(주가연계증권) 상품에도 비상이 걸렸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의 급락에 따라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의 손실이 가시화되고 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증시가 연일 폭락하면서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상품 가운데 120여개(총 1300억원 규모)가 원금손실(녹인)구간에 진입했다.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는 지난해 말 중국과 홍콩증시의 폭락에 따라 금융당국의 직간접적인 발행자제 요청과 증권사들의 자체 대안찾기 등으로 한동안 발행이 뜸했다.
반면 HSI(홍콩항셍지수), FTSE 차이나 A50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 상품출시 등으로 여전히 중국에 대한 투자가 활발했고,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가운데 상환되지 않은 물량을 대거 안고 있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12월2일 10050.36에 마감했던 HSCEI지수는 불과 한달 여 만인 현재 8400선으로 20% 가까운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수가 14000선을 넘겼던 지난 4~5월 중 발행됐던 ELS 들은 이후 하락이 지속되면서 녹인구간에 진입한지 오래다.
지수가 앞으로 더 하락할 경우 추가 피해도 우려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 H지수를 기초로 발행된 ELS는 46조3364억원으로 전년대비 13% 늘었다. 특히 전체 ELS발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수가 12300선에서 발행됐다. 이들의 녹인 베리어 기준은 평균 7000선 초반으로 8500선을 간신히 지키고 있는 지수가 추가 하락할 경우 ELS상품의 무더기 녹인구간 진입이 불가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H지수 8000선이 붕괴되면 녹인 배리어에 진입해 확정되는 손실액이 5조원대에 이르고, 7000선까지 떨어지면 10조원에 달하는 손실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중국증시 뿐 아니라 유럽 증시 역시 눈에 띄는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고, H지수의 대안으로 유럽지수(EuroSTOXX50)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도 많다는 점에서 손실 확정액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추가 손실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이 HSCEI ELS 발행액을 전월 상환액으로 제한시켰기 때문이다. 조기상환 규모가 축소되면서 ELS 재투자 금액도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ELS 발행을 증권사 자체적인 기준에 맡겼다면 지수 추가 하락에 따른 공포감과 손실규모는 연초부터 눈에 띄게 불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