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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힐링의 시대다. 밤늦게까지 여러 개의 학원을 전전해야 하는 어린 학생부터 야근에 시달리는 직장인까지 현대인들은 답답한 마음을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흔히 '힐링'하면 복잡한 도시를 떠나 산과 강, 바다로 떠나는 것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힐링이 필요할 때마다 자연으로 떠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럴 때 도심 속의 바다 '아쿠아리움'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쿠아리움 속 광활한 바다에서는 남태평양의 산호초를 체험할 수 있으며 이역만리 북극도 갈 수 있다. 맹그로브가 우거진 얕은 바다부터 해파리가 춤추는 심연까지 마음껏 바닷속을 오르내릴 수 있는 곳이 바로 아쿠아리움이다.
아쿠아리움은 그물에 걸린 바다거북, 지느러미가 찢긴 채 좌초된 돌고래와 같이 인간의 어업활동 등 바다 이용의 결과로 부상한 해양동물들을 치료해 다시 바다의 품으로 건강하게 돌려보내는 해양동물 전문 구조 치료기능도 담당한다. 도심 속 바다는 마음의 힐링은 물론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소중함까지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다.
요즘 '물 생활'이 취미인 사람도 늘고 있다. 집과 회사의 책상 한편에 소형 수족관을 설치하고 '니모'가 노는 모습과 수초가 자라는 것을 보는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다. 적은 금액으로 즐길 수 있는 취미로, 마음의 힐링을 얻는 데 이만한 것이 없다.
해외에서도 아쿠아리움을 테마로 하는 전시회, 아쿠아 카페 등이 늘고 있다. 오래된 공중전화 부스를 관상어 수조로 활용하는 전시물까지 생겼다. 도심 속의 새로운 힐링 공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다양한 수산업 육성정책을 추진했다. 그러나 과거의 수산업 육성정책은 보고 즐기는 산업이 아닌 식품산업으로의 육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제 관상어 산업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관상어 산업은 미래 수산업의 신성장 동력이 될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관상어는 그 희귀성과 아름다움에 따라 몸값이 수억 원에 이르기도 하며 이와 관련된 다양한 전후방 산업이 있다.
1인 가구가 늘어가면서 반려동물 시장에서 관상어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아쿠아 펫'으로 불리는 관상어는 강아지와 고양이에 이어 사랑받는 애완동물의 세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소형수조를 이용해 나만의 수중세계를 즐기는 관상어 애호가가 5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관상어 산업은 경제적 소득증가와 웰빙문화의 확산에 따라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장이 매년 7~8%의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시장은 45조 원, 국내시장은 4000억 원 수준에 달한다. 문화가 산업을 창조하는 좋은 사례가 바로 관상어 산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해양수산부는 웰빙문화에 발맞춰 관상어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려고 한다. 관상어를 직접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다양한 교육과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해 우리 국민의 쉼터의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게 지원해 나갈 예정이다.
먼저 관상어에 대해 국민이 친근함을 느끼도록 국내 관상어 산업박람회와 품평회를 매년 확대하여 세계적인 관상어 박람회로 발전시키고, 국내 우수제품을 홍보할 수 있도록 해외박람회 참가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 연간 1000만 명 이상 방문하는 아쿠아리움을 활용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국민이 '물 생활'을 하면서 쉽게 관상어 질병을 파악하고 조치할 수 있게 관상어 질병에 관한 관리 지침서도 제작·배포할 예정이다.
고급 관상어의 품종개량과 양산을 위해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권역별 양식벨트화 사업에 박차를 가해 고급 관상어 수입을 대체해 갈 것이다. 이렇게 국내 기술로 개발된 고부가가치 신품종은 아쿠아리움에 전시해 관상어 산업과 아쿠아리움을 연계하는 사업을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다양한 아쿠아리움은 사람들이 물속 생물들을 보고 즐기는 곳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물속 생물의 보금자리이자 사람과 생물이 함께 쉬는 공간, 생명과 교감하며 소통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나태주 시인은 '풀꽃'을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표현했다. 물속 생물도 그렇다. 온 국민이 도심 속의 바다에서 물속 생물을 즐기고 힐링의 시간을 갖기를 희망하며 힐링문화가 낳은 관상어 산업 육성정책에도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바란다.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