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조원대 원화 외평채 발행 법안, 국회 문턱 못넘어원화 절하율 8.6%… 주요 통화국 중 최고 수준금융당국, 은행 10곳 자금담당 임원과 대응 논의
  • ▲ '원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연내 발행이 무산될 전망이다. ⓒ뉴데일리
    ▲ '원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연내 발행이 무산될 전망이다. ⓒ뉴데일리
    총 18조원 규모로 계획된 '원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의 연내 발행이 무산될 전망이다. 관련 전자등록 법안이 국회에 발이 묶여 있는 탓이다.

    올해 세수부족분 충당에도 최대 6조원의 외평기금이 동원되는 만큼, 미국 대선 이후 더욱 커진 환율 변동성 대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은 지난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됐다. 개정안은 '원화 외평채' 전자등록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재위 소위의 법안 심사부터 기재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통과까지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러도 12월 중순에야 입법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주된 의견이다.

    입법이 마무리될 경우 12월 하순에라도 일부 발행 절차에 들어갈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회 일정에 달려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발행 무산 여부를 단언하기는 어렵다"며 "12월 연말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외화(달러)와 원화 자산으로 구성된 외국환평형기금은 정부가 원화값 안정을 위해 조성하는 기금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 달러를 내다팔고, 환율이 급락하면 원화 자산으로 달러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외환시장 변동성을 완화한다.

    앞서 정부는 올해 18조원 규모의 원화 외평채 발행계획을 세웠으나, 발행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그만큼의 원화자산도 감소하게 됐다.

    이 가운데 올해 들어 우리나라 원화 가치가 주요 통화국 중 최대 수준의 하락폭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외환시장 리스크에 대한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지난 15일 기준 원·달러 환율(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은 1398.8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6% 올랐다. 같은 기간 10.71% 오른 엔·달러 환율 다음으로 높은 상승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을 기점으로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400원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도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외국계은행 자금 담당 임원들과 외환 부문 리스크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20일 박충현 은행담당 부원장보 주재로 국내 시중은행과 외국계 은행 국내지점 10곳의 외환·자금 담당 임원을 소집, 외화 유동성 상황 점검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때 향후 외환시장과 외환자금시장의 전망을 듣고,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환 부문 영향과 대응계획 등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