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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유력한 차기사장 후보로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상임고문이 거론되고 있다. 박 상임고문은 1979년 입사한 이래 단 한 번도 외도를 하지 않은 순수 '현산맨'이다.
그동안 박 상임고문은 현장소장·지사장·영업본부 재개발부문 중역을 역임하며, 공공은 물론 민간사업까지 공사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특히 입사 32년 만인 2011년에는 대표이사 사장에 오르면서 샐러리맨 성공신화를 쓰기도 했다.
평사원으로 시작해 사장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사장 임기 중이던 2013년에는 부임 초부터 이어진 국내 주택경기 불황으로 5000억원이 넘는 악성 미분양(준공 후 미분양)을 떠안기도 했다. 이때 현대산업개발은 창립 최초로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채권은행들과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한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체결, 박 상임고문은 1년 만에 현대산업개발을 흑자전환시키면서 자칫 장기화될 수 있었던 상황을 극복했다.
이 과정에서 2014년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을 30.4%포인트 감축시켰으며, 총 차입금도 4000억원 이상 줄였다. 또 영업이익률을 5.0%로 끌어올리면서 당시 시공능력평가 상위 25개 건설사 중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박 상임고문은 국내에만 집중하던 현대산업개발 사업포트폴리오를 해외로 확장시킨 장본인이기도 했다. 임기 중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건축과 토목·플랜트사업 등 각 본부에 해외사업 관련 TF인 해외건축팀과 해외토목팀을 꾸렸으며, 베트남 하노이 지사와 인도법인도 각각 설립했다.
그 결과 2014년 인도에서 건축사업, 볼리비아에서 토목사업을 각각 수주하면서 결실을 맺기도 했다.
대외적으로는 한국주택협회 회장직을 2012년부터 4년간 역임하면서 주택업계 애로사항을 정부와 국회 측에 전달하는 창구역할을 수행했다. 이 같은 공로로 지난해 '주택건설의 날' 행사에서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이력이 지닌 박 상임고문이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각은 차갑기만 하다. 일각에선 해외영업에 대한 경험이 없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대우건설 사장 후보기준에 부합하지 않다고 말들이 많다.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에서 내정한 인물이 아니냐는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사장 후보자를 2명으로 압축한 지난 13일 사추위 회의에서 박 상임고문 면접점수를 두고 산업은행 측과 사외이사 측 위원들 간 의견이 엇갈렸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는 설이다. 또 산은 관계자가 회의장 밖에서 "예, 의원님"이라고 전화를 받았다는 증언도 나오면서 의혹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대우건설 노조 측에서는 회사매각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서 내부상황을 잘 모르는 인사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데다 대우조선해양 문제로 가뜩이나 산은의 낙하산 인사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처사에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 노조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사장 인선 과정을 '졸렬한 행태'로 규정지었으며, 불공정한 인선과정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지금이라도 사장 인선과정을 중단하고 부당한 세력의 개입을 막아야 할 것"이라며 "노조는 대우건설 주주와 선량한 직원들을 기만하고 불공정한 인선과정을 계속 밀어부친다면 모든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 투쟁을 다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실 현대산업개발은 주택브랜드 '아이파크'로 더 잘 알려진 회사다. 하지만 한 때 시공능력평가 4위에 오른 적도 있으며 2014년을 제외하곤 최근 10여년간 업계 TOP10에 꾸준히 이름을 올린 대형건설사다.
장장 4년간 이런 대형건설사를 진두지휘했던 수장이 여론의 못매를 맞아가면서까지 대우건설 사장직을 노려야 할까. 대우건설 노조는 박 후보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박 후보의 용단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