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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조선사들이 폐업 위기에 처했다. 계속되는 수주 가뭄에 일거리가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 해외 선주로부터 신규 수주마저 어려워, 이들이 처한 현실은 더욱 암울하다. 정부 역시 지난해 중소 조선사 지원방안을 발표했지만, 불황에 별달리 손 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은 한때 조선 빅3와 함께 국내 조선산업 발전을 이끈 대표적인 조선사로 손꼽힌다. 이런 업체들이 지속된 조선 경기 불황 탓에 아사(餓死) 직전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들이 올해 들어 수주 회복세를 타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 양상이다.
올해 빅3와 중소 조선사들 수주현황을 비교해 보면 확연이 차이가 난다.
먼저 현대중공업은 올 들어 선박 5척을 수주했다. 1월말 노르웨이 DHT사로부터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2척을 수주한데 이어 2월에도 터키, 그리스 선주로부터 1척, 2척의 LNG설비(FSRU) 건조계약을 따낸 것이다.
삼성중공업도 지난달 1조5000억 규모의 초대형 해양플랜트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노르웨이 호그사로부터 FSRU 1척까지 추가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초 미국의 엑셀러레이트 에너지사와 최대 7척의 FSRU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하며 수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반면 중소 조선사들의 수주량은 거의 없다. 현대미포조선(3척)과 대한조선(2척)만이 수주에 성공했을 뿐이다. 이들을 제외한 STX조선해양, 성동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대선조선은 올해 수주실적이 전무하다.
그렇다면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성동조선, STX조선과 같은 중소 조선사들이 빅3에 비해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일까. 아니면 정부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해서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아니다.
해답은 각 사들의 단골 고객에서 찾을 수 있다. 빅3 주요 고객들은 세계적인 업체들인 반면 중소 조선사들 발주처는 그렇지 못한 까닭이다. 불황으로 인한 타격이 다른 만큼 발주를 낼 수 있는 여력도 차이가 난다는 얘기다.
중소 조선사들은 빅3와 다른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소위 2군으로 분류되는 그들은 발주처가 빅3와 다르다. 규모에 맞게 그들의 발주처도 대형급이 아니다.
따라서 시황에 크게 좌우되는 건 중소 조선사나 그들의 발주처나 다를 바 없다. 중소 조선사들 고객들이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발주 물량을 줄이고 그런 탓에 중소 조선소들이 수주절벽을 겪고 있다.
빅3 고객 역시 시황 영향을 받지만 규모가 커 그들이 받는 타격은 중소 조선사 고객보다 적다. 이런 이유로 중소 조선사들이 빅3보다 더 큰 위기를 맞고 있다는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가 지난해 6월 중소 조선소 지원방안을 발표했지만, 해운업이 침체된 현 상황에서는 별다른 지원 방안이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과 다르게 자체 물동량이 많지 않아 공공발주에도 한계가 있다. 그동안 여객선 등 정부 공공발주가 일부 있었지만 이 역시 수주할 수 있는 업체가 한정적이다.
STX조선, 성동조선같은 중대형급 조선사들이 10만~15만톤급 선박을 수주할 수 있는 국내 해운사는 폴라리스쉬핑, 현대상선, 장금상선만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현 시황에서 이들이 수백억에 달하는 선박을 발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중소 조선사들이 살아 남으려면 자체적인 생존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 줄일건 줄이고 덜어낼건 덜어내, 어떻게든 올해를 버텨내야 한다. 업황 회복이 예상되는 내년까지 버텨내기만 한다면, 지속 생존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