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유상증자 이어 이수페타시스 '올빼미공시' 논란자진상폐 신성통상·두산그룹 사업구조 개편 논란도 현재진행형불합리한 요소 넘치는 K-증시…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현실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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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 탈출은 지능순.'개미투자자들에게 불합리한 요소가 많은 국내 주식 투자를 때려치우고 하루라도 빨리 미국 주식 투자로 넘어가는 게 이득이란 뜻을 가진 자조 섞인 표현이다.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유행어처럼 번진 이 표현은 이제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자동 완성 검색어로 등장할 정도다. 실제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상황을 보면 헛웃음까지 나온다.경영권 분쟁 중인 코스피 상장사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주당 83만원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들에게 주당 67만원 유상증자 결정으로 뒤통수를 쳤다. 금융당국의 제동에 결국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하며 상황을 정리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을 비롯한 시장 참여자들을 아연실색하게 한 일이었다."이러니까 국장을 떠나지"라는 투자자들의 한탄이 가시기도 전에 또 한 번의 코스피 상장사 악재가 터졌다. 이수페타시스는 지난 8일 오후 4시 55분 신규 공장 신설 투자 계획을 발표해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시간외 거래에서 급등했다. 주가 상승 후 1시간께 이후인 오후 6시 5498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기존 투자자의 보유 주식 가치가 희석될 수 있어 시장에선 악재로 여겨지는 유상증자 공시 시점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같은 '올빼미 공시'로 악재에 대응할 수 없어 피해를 입었다는 투자자가 많았다.최근 고려아연과 이수페타시스 유상증자 사례 말고도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선 주주들의 뒤통수를 치는 일들이 잇따랐다.지난 7월 자진 상장폐지 추진을 위해 지분 약 22%(3164만주)를 주당 2300원에 공개 매수한다고 밝힌 의류업체 신성통상은 공개매수 가격이 주당 순자산(3136원)보다도 낮아 비판을 받았다. 상폐 후 배당을 오너일가에서 독식하려 한다는 의혹 속에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지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공개 매수에 실패했다.두산그룹 사업구조 개편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두산밥캣이 배당 증액에 소극적이다가 저평가된 가격에 초고평가주라고 할 수 있는 두산로보틱스와 기업가치가 동등하다는 가정하에 합병이 진행돼서다. 이는 시장의 거센 비판을 받았고,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 수정을 요구하며 결국 합병 비율을 조정했지만 여전히 소액주주 불만은 거센 상황이다.올 들어 국내 증시가 글로벌 증시 대비 나홀로 역주행을 이어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증시로의 '투자 이민'이 가속화되고 있다. 투자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3일 기준 51조499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8월 초만 해도 59조원대였던 예탁금은 연일 감소하며 이달 들어 50조~51조원 안팎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미국주식 보관금액은 지난 7일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하며 1013억6571만달러(141조4000억원)를 기록했다.주주를 외면한 기업의 경영 관행, 미국 상장사들에 비해 인색한 배당정책, 내부자 거래 등 개미 투자자로 하여금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에 확신을 더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천연덕스럽게 자행되는 국장 현실에선 이러한 통계가 조금도 이상할 게 없다.정부와 금융당국, 국회도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있지만 행보는 다소 미진하다. 기업들의 밸류업 공시 참여가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동참을 유인할 만한 세제 인센티브는 여전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황이다. 경쟁력이 없어 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소위 좀비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아 증시 전반에 대한 저평가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에 대해서도 정부·여당은 미온적인 모습이다. 더 많은 투자자가 국장을 떠나기 전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대책을 현실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