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작년 하반기·올해 상반기 빠졌다가 명단 복귀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율 개선·높은 대미 무역 흑자 탓트럼프 행정부 美 중시 고율 관세 정책 예고 국내 수출 기업 경쟁력 하락… "대미 흑자폭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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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국이 다시 미국의 환율 관찰대상국 명단에 포함됐다. 환율 관찰대상국은 미국이 주요 교역국의 환율 정책을 모니터링하는 대상국을 의미하지만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등 3고(高) 현상으로 내수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경제에 추가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취임 후 대미(對美) 무역 흑자를 이유로 한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강화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선제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모은다.
15일 미국 재무부는 의회에 제출한 주요 교역 대상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 반기 보고서에서 중국, 일본, 한국,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독일 등 7개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2016년 4월부터 7년간 환율 관찰대상국에 포함됐다가 지난해 11월에 제외됐지만 이번에 다시 명단에 올라갔다.
미국은 종합무역법과 교역촉진법에 따라 매년 반기별로 주요 교역 상대국 20곳의 환율 정책을 평가한 보고서를 연방 의회에 제출하고 있다. 이 조치는 대미 수출에 유리하도록 자국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환율 평가 기준은 150억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에 해당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중 최소 8개월 동안 달러를 순매수하고 그 금액이 GDP의 2% 이상인 경우 등이다. 이 중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하면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되며 세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면 심층분석대상국으로 분류된다.
한국은 이 기준 가운데 대미무역, 경상수지 흑자 두 가지를 충족해 환율 조작국의 전 단계인 관찰대상국에 포함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대미 무역수지는 443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대미 수출 호조로 지난해 역대 최대 흑자액인 444억7000만 달러를 가뿐히 넘을 것으로 점쳐진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한국의 연간 경상수지 흑자도 GDP의 3.7%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 0.2%에서 급증한 수치로 주된 원인은 한국의 기술 관련 제품에 대한 대외 수요 증가로 상품 흑자가 늘어난 데 있다.
한국 정부는 원화 절하를 제한하려고 시장에 개입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90억달러(GDP의 0.5%)를 순매도했다고 미 재무부는 밝혔다. 원화 절하 방지를 위한 조치였지만 미국은 한국 정부의 시장 개입 자체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
주목할 점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의 상황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우리 정부 당국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기업의 투자 제한, 정부 조달 입찰 제한, 개발 자금 제한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의 환율 전쟁을 선포하고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했으며 한국을 포함한 대미 무역 흑자가 큰 나라들의 환율 정책도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도 높은 대미 무역흑자를 내세워 같은 방식으로 압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은 현재 미국의 10대 무역 적자국에 포함됐다. 2022년에는 9위였고 지난해에는 8위로 올라갔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중시하며 대대적인 관세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그는 대선 유세 중에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보편적 관세가 현실화된다면 달러 강세(원화 약세)가 예상된다. 고율 관세가 부과될 경우 대미 무역흑자와 수출 규모가 감소할 가능성이 커진다. 수출이 우상향 기조에서 둔화세로 접어든 상황에서 원화 절상이 발생하면 국내 수출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잃게 돼 추가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산업부에 지난달 일평균 수출액은 26억1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0.3% 감소하며 13개월만에 역성장했다. 7월 13.5%였던 전년 동월 대비 수출액 증가율은 8월 11%, 9월 7.5%, 10월 4.6%로 세 달 연속 둔화세를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환율 관찰대상국 지정이 이미 어려운 한국 경제에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며 대미 무역 흑자 폭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봤다. 우리경제의 성장 엔진이 꺼져가고 있는 상황에 통상 여건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경제 전반에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환율은 1400원대까지 급등했고 코스피와 코스닥은 급락했다. 국책연구기관들도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며 금융과 실물 경제의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적 관세와 상대국과 동일한 수입관세율을 부과하는 상호무역법을 도입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고 전 세계 무역수지 균형을 추구할 것"이라며, "대미 투자 증가로 인해 기업 내 무역이 확대되는 경향이 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환기시키며 정부 차원에서 내년 이후 대미 무역수지 흑자폭 증가세를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 관찰대상국 기준에 맞춰 대미 무역 흑자를 줄여야 한다"면서도 "현재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해 최대 7500달러 규모의 전기차 보조금의 폐지를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기차와 이차전지 분야에서의 감소가 예상되며 반도체 수출도 이미 줄어들고 있어 자연스럽게 해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미 재무부는 평가 기간 동안 한국의 경상흑자가 상당히 증가했고 기술 관련 상품에 대한 견조한 대외 수요로 인해 상품수지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며 "외환시장 개입과 관련해서는 우리 외환당국이 분기별로 공시하는 순거래 내역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부터 외환시장 개장 시간 연장,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 확대, 외환시장 인프라 개선 등 외환시장 구조 개선이 시행되고 있음을 주목했다"며 이번 환율 관찰대상국 지정의 의미를 축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