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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돌고 돈다’ 불편하게 여겨지던 만년필이 복고열풍을 타고 최근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20대부터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마니아들이 생겨난 고급펜 시장은 20대가 선호하는 중저가의 대중형 제품군과 40·50대 중장년층이 찾는 프리미업급 고급 시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다소 아쉬운 점은 고급 펜인 경우 소비자들이 좀체 시필 기회를 얻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개당 100만원에 육박하는 고급 제품이다보니 손망실 부담에 기회가 제한적이다.
어떤 펜을 살지, 선택을 고민하는 소비자들에게 간접 시필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프리미엄급 만년필의 양대 맞수인 ‘그라폰파버카스텔’과 ‘프리미어블랙 ST’ 정보를 제공한다. <편집자 주>
◇ 독일 파버카스텔사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그라폰파버카스텔’은 기로쉐(40만원 후반), 퍼남부코(70~80만원), 인튜이션(100만원) 순으로 가격대가 올라간다.
이중 가장 대중적인 기로쉐는 그라폰의 퍼남부코 펜을 사기엔 부담스러운 소비자를 위해 탄생한 펜이다.
길이 13.4cm(뚜껑을 닫았을 때) 무게 30g으로 양복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에 부담이 없다.
그라폰 퍼남부코펜의 동생이라할 정도로 디자인을 그대로 담아 냈다. 만년필의 핵심이랄 수 있는 촉도 금촉인 18k로 같다. 재질, 길이, 무게감 등만 약간 다르다.
기로쉐는 고급 펜이지만 일상적으로 쓰기에 별무리가 없다. 튀지 않으면서 나만의 개성을 드러내기에도 적격이다.
촉이 예민해 필기감도 양호하다. 표면이 거친 종이위에서는 촉의 반응이 다소 불안정하지만 매끈한 복사용지나 만년필 전용지에서는 사각거림과 정교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100만원대 ‘몽블랑 도네이션 펜’과 비교해도 좋을 만큼 촉의 탄력과 필감이 우수하다.
또하나의 장점은 무게가 가벼워 펜 뚜껑을 꼽고 사용해도 된다는 점이다. 가볍다는 느낌을 만회하면서 멋과 적절한 무게감을 맛볼 수 있다.
기로쉐의 권장소비자 가격은 50만원이지만 인터넷 가격은 40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
◇ 파카의 프리미어 제품인 ‘프리미어블랙 ST’는 남성미가 불씬 풍기는 전형적인 미국펜의 DNA를 갖고 있다. 통통한 검정락카바디에 널찍한 18K 백금촉과 손잡이가 같은 색으로 은도금 처리됐다. 뚜껑을 닫으면 14cm에 43g으로 무게감이 느껴진다.
만약 이 펜을 여타의 독일펜의 F(fine)로 생각하고 샀다면 당황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해 독일제 F촉 보다 미세하게 굵다.
겉으로 보여 지는 촉은 기로쉐 보다 넓적해 둔감하고 딱딱해 보인다. 하지만 대형세단이 미끄러지듯 거침없이 쓰여진다.
기로쉐가 종이 낯가림이 있다면 파카 프리미어는 그 반대다. 필기감은 부드럽다 못해 전혀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촉을 종이에 대기만 해도 잉크가 흘러 나온다. 장기간 많은 양의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에겐 더없이 좋은 제품이다.
파카 프리미어의 소비자가는 50만원이지만 실제 인터넷 가격은 35만원부터 40만원 초반에 거래된다.
그라폰 기로쉐와 파카 프리미어는 각각 장단점이 명확하다. 캐주얼하게 갖고 다니면서 은은한 나만의 멋을 선택할 것인지, 혹은 무게감이 있어 보이면서 럭셔리한 맛을 즐길지는 소비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