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발행어음 통한 불법 개인대출 활용불구 '경징계'삼성바이오 회계 처리 위법 단정 할 수 없어도 '중징계' 고수
  • 국내 대기업을 향한 정부의 이분법적인 행태가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A 아니면 B라는 식의 흑백논리적 사고에 젖어 시장의 혼란과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이분법적이고 편중된 사고방식은 한 때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암울한 시대를 이겨내기 위해 수용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낡고 바로 잡아야 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고질적인 병패는 고쳐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민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 시키고 정부 입맛에 맞는 편가르기는 지속되는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당대출 혐의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를 바라본 금융당국의 시각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당국은 유사 선례가 없고 의견이 분분한 사안을 두고 오락가락한 자세를 취해서다.

    금감원은 지난 3일 한국투자증권이 2017년 특수목적법인(SPC)에 SK실트론 지분 매입자금 1700억원을 대출한 것과 관련 기관경고로 심의하고 임직원에 대해서는 '주의'에서 '감봉' 처분을 심의했다. 

    당초 금감원은 실질적인 자금이 최 회장에게 갔기 때문에 개인대출로 판단했지만 결과적으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이 금감원의 판단 근거다. 금감원은 당시 3차례의 회의를 통해 신중하게 심의를 했다면서도 유사선례가 없는 최초 사례인 점을 내세웠다.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점 또한 경징계를 결정하게 된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심의 당시 김태한 대표 해임 및 검찰 고발, 과징금 60억원 등을 내린 금감원의 결정과 비교하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삼성바이오의 회계 기준을 두고도 고의성을 명확히 규정하지 못한데다 다수의 회계사들 역시 해석의 차이로 봤다. 새로운 회계기준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벌어진 충돌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입장은 완고했다. 금융당국이 스스로 괜찮다고 했다가 이를 몇 번이나 뒤집은 선례를 남기면서까지 입장을 고수했다.

    금융당국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밀어붙이기식 중징계를 내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월 열린 '삼성바이오-증선위 행정소송 쟁점과 전망' 토론회에서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정부의 삼성 죽이기'가 본질이라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법원 판단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바이오는 금융 당국 결정에 반발해 불복 소송을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법원은 삼성바이오 회계 처리가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삼성바이오가 제시한 근거나 타당성은 철저히 무시됐다. 사실상 정부의 입맛대로 결론지어진 꼴이다. 이러는 사이 그 피해는 삼성바이오가 고스란히 받고 있는 실정이다. 회계논란이 불거지기 전이었던 지난해 4월 60만원이던 주가는 절반으로 떨어졌으며 외국인투자자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정부가 앞장서 삼성바이오를 부패기업으로 단정짓고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점이다. 문제없다던 회계처리를 고의적 분식회계로 둔갑시키고 오락가락 판단으로 시장 혼란을 더 부추기고 있다. 정부는 극단적인 흑백논리에 치우쳐 삼성바이오에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는지 되집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