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달래기, 판매사 다그치기 반복규제 완화 허점 있었는지 재검토할 때
  • ▲ 금융증권부 차진형 기자
    ▲ 금융증권부 차진형 기자

    지난 19일 우리은행에서 판매한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이하 DLF) 중 일부가 만기 결정됐다.

    수익률은 –60.1%, 당초 100%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지만, 막판 금리 인상으로 손실률이 줄었다.

    이제 공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로 넘어갔다. 우리은행 측은 조정위원회의 권고를 적극 따르기로 한 만큼 피해자 보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사례를 비춰볼 때 배상책임률은 최대 60%였다. 단, 금융투자 경험이 전무한 고령자에게 위험 상품을 판매한 경우 10%의 책임률이 추가로 부과된다.

    금감원은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해 시급하게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급과 함께 다퉈야 할 게 바로 신중함이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판매사만 탓할 수 없다. 사모펀드 시장은 이미 2017년 3분기부터 증가해 운용자산 규모는 약 381조원에 이른다.

    자산가에게 달콤한 수익을 남겨주면서 ‘욕심의 괴물’이 됐다. 이 과정에서 판매사는 상품에 대한 이해도를 등한시했고 운용사들은 외국계 금융사 상품을 그대로 베껴오는데 급급했던 게 사실이다.

    금융감독원이 DLF 관련 검사를 은행뿐만 아니라 운용사, 증권사까지 확대한 점도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하는 데 있어 허점이 있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결국 ‘불완전판매가 얼마나 이뤄졌는지’와 함께 ‘왜 수익 4% 추구형 상품이 –60%까지 손실을 볼 수 있는지’ 운용 구조의 문제점도 되짚어봐야 한다.

    금융당국도 책임을 돌리기보다 보다 신중한 자세에서 관련 법을 재차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미 자산가 사이에선 사모펀드를 통한 편법 증여가 이뤄지고 있다.

    일반 서민들은 상품 구경도 할 수 없는데 사모펀드 시장이 커진 이유를 찾아야 하는 셈이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과거 10년 동안 키코사태, 펀드사태, 저축은행사태, 동양사태 등 굵직한 금융사고를 겪어 왔다.

    이번에도 투자자 달래기에만 집중하고 판매한 금융사만 다그치면 교훈을 얻지 못하고 반복된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

    값비싼 수업료를 낸 만큼 금융당국이 더욱 신중한 자세로 사모펀드 시장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