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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의 최대 관심사였던 정영채 사장의 거취가 재신임으로 결정났다.
현 증권업계의 키워드 IB를 앞세워 지난해 사상최대 순이익을 선보이며 농협중앙회에서 시작된 금융계열사 인사태풍을 정 사장 스스로가 이겨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NH투자증권은 이사회를 열어 정영채 현 대표이사를 임기 2년으로 재선임키로 결정했다.
정 대표는 25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정 대표의 이번 연임은 최근 농협중앙회발 인사태풍 속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부임 이후 첫 인사에서 농협은행 등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자진 사임하면서 이 회장의 친정체제 구축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왔고, NH투자증권 내부적으로도 우려의 시선이 제기돼 왔다.
NH투자증권은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이 합병출범한 2015년부터 지금까지 농협금융의 영향력에서 완벽하게 자유롭지는 않지만 농협이 전문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온 모습을 보였다.
사장의 임기만료를 앞둔 시점 마다 농협 내부에서는 NH투자증권 사장직을 희망하는 인사들의 움직임이 활발했다.
반면 농협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번 인사에서도 전문성을 갖춘 우리투자증권 출신을 연임시키는 결정을 했다.
NH투자증권의 초대 사장이자 연임에도 성공했던 김원규 전 대표는 우리투자증권의 전신 LG투자증권의 공채로 입사했다.
정영채 대표 역시 2005년 우리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로 합류해 연임에 성공했다.
합병출범 이후 지금까지 총 4차례 사장 선임과 연임 결정 과정에서 농협 인사가 사장에 선임될 것이라는 주변의 예상은 이번에도 빗나간 셈이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취임 이후 첫 대규모 계열사 사장 인선 과정에서도 NH투자증권만은 철저히 실적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진행했다.
정 대표의 연임 역시 실적에 기반을 두고 있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의 순이익은 4764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급등했다.
대형 증권사들이 업황 호조를 타고 나란히 높은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부분도 있지만 창사이래 사상최대 실적이 더욱 돋보이는 결과였다.
정 대표 전문 분야인 IB 부문의 실적이 대폭 올라간 점도 눈에 띈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의 IB 부문 수익은 2589억원으로 전년(1111억원) 대비 133% 증가했다.
인수·주선 수수료도 전년 대비 72% 증가한 1117억원을 기록했다.
수치로 보인 결과에 더불어 여전히 농협 내에서 지주 내 상징적인 계열사를 정 대표 만큼 이끌어갈 수 있는 인물이 없다는 점이 부각됐다는 평가다.
다만 정 대표의 연임은 NH투자증권의 향후 과제도 반영돼 있다.
우선 IB 부문 외에 대형증권사가 주력해야 하는 자산관리(WM)·S&T·브로커리지 등 타 부문의 실적개선이 올해부터는 가시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IB부문의 힘으로 지난해 사상최대실적을 기록했지만 WM과 S&T 부문은 정체현상이 나타났다.
정 대표 이후에 NH투자증권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인물 발굴도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63년생인 정 대표가 2년 뒤 재연임에 성공할 수도 있다.
반면 인사시즌마다 농협의 외풍을 이겨내고 김원규 전 대표, 정영채 현 대표의 과정과 같이 내부 승진을 통한 독립경영 체계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내부에서 인물을 키워내는 일이 중요한 과제라는 목소리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