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로고

[취재수첩] '경쟁' 없는 장외戰… 승자도 없었다

식품업계 수난사… 경쟁사에 대한 비난, 고소·고발 사례 많아경쟁력으로 승부하기 보다 상대 깎아내리는 장외전 난무결국은 경영자의 선택… 비방전 보다는 합리적 판단 필요해

입력 2020-10-14 13:36 | 수정 2020-10-14 14:18

▲ ⓒ뉴데일리DB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 bhc와 BBQ의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흘러가고 있다. 오너일가의 비리를 두고 제보자를 회유했다거나 거짓폭로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양사의 갈등은 그야말로 깊은 감정의 골을 남기는 중이다. 이미 이들은 각종 고소, 고발로 수천억원대 법정공방을 벌이는 상태이다. 사사건건 갈등하는 그야말로 앙숙이다.

치킨 프랜차이즈의 라이벌인 이들의 관계가 적대적이 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택한 경쟁은 제품, 서비스, 기술이 아닌 비방전이었다. 

bhc-BBQ의 매각 및 계약해지 등의 특수성을 제외하더라도 식품업계에서 경쟁사간 헐뜯기가 벌어지는 사례는 적지 않다. 이런 장외전의 끝은 하나같이 고소·고발이다. 

2013년에 하이트진로가 자사의 ‘참이슬’에 대한 음해를 이유로 롯데칠성음료를 고발하는가 하면 롯데칠성이 2012년 ‘처음처럼’에 대한 비방전단 배포에 대해 하이트진로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앞서 2006년에는 하이트진로가 ‘처음처럼’의 판촉 직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유업계의 라이벌인 매일유업과 남양유업도 오래된 악연으로 꼽힌다. 남양유업은 홍보대행사를 통해 경쟁사를 비방해왔다는 혐의로 현재 경찰 조사를 받는 중이다. 앞서 2009년에는 매일유업이 악의적 댓글로 비방한 남양유업 직원을 고소했고 남양유업 역시 2005년 매일유업을 상대로 상표권 관련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자잘한 소송, 고발이나 비방전은 손으로 꼽기도 힘들 정도다. 

대체로 이들이 비방전으로 흘러가는 구조는 비슷하다. 치열한 점유율 경쟁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누군가 조금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상대를 깎아 내리는 방법을 취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는 비용도, 투자도, 월등한 기술력을 필요로 하지도 않는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경쟁사 대비 뛰어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점유율을 올리기 위한 의욕이 앞서면서 상대를 깎아 내리기라는 보다 편한 길을 택하는 것”이라며 “경영자의 안일한 판단이 결과적으로 동반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 경쟁사의 비방을 참고 버티는 기업은 많지 않다. 이에 대한 반격이 시작되면 그 다음은 누가 피해자고 가해자인지도 알기 힘든 노골적인 폄훼, 법적공방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특히 비방전이 임계점을 넘어가면 그 다음부터는 자사의 손해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비난하는 ‘치킨 게임’ 형태가 된다. 비방전의 피해는 고스란히 주주와 가맹점주의 피해로 돌아온다. 소비자에게 비방 브랜드에 대한 불신이 싹트는 것은 두 말 할 것 없다.

재계 관계자는 “비방전으로 얻는 것은 비방전에 참여하지 않은 경쟁사의 승리 뿐”이라며 “서로를 깎아 내리는 것은 동반 하락일 뿐, 그 과정에서 해당 기업도, 소비자도 얻는 것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비방의 대상이 된 기업들이 소비자의 신뢰를 잃으면서 모두가 손실만 보는 상황에 놓인다는 설명이다. 

결국 이런 상황을 타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최고경영자의 의지다. 모든 비방은 본질적으로 경영이론이나 경제학, 시장 분석과 무관하게 이뤄진다. 기업의 성장보다 경쟁사를 깎아내리겠다는 경영자의 심리적 만족감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비방전을 치루는 기업에서는 자사의 장점을 잘 홍보하는 인사가 아닌 경쟁사의 약점을 잘 찾아내는 인사가 승진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기업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가 뒷전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강필성 기자 feel@newdailybiz.co.kr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뉴데일리 댓글 운영정책

자동차

크리에이티비티

금융·산업

IT·과학

오피니언

부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