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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강의 IT썰풀이] 12년 경고 외면... 예견된 '카카오의 人災'

2010년 카카오톡 출시 후 수십차례 장애, 최근 5년 19건자체 데이터센터(IDC) 전무, 이원화·백업 시스템 허점 드러나문어발식 외형 불리기만 급급...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블랙아웃

입력 2022-10-18 07:36 | 수정 2022-10-18 13:50
'회색코뿔소(gray rhino)'

세계정책연구소 대표 이사 미셸 부커는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해당 용어를 처음으로 발표했다. 몸집이 큰 코뿔소가 멀리 있어도 눈에 잘 띄지만, 막상 달려오면 두려움 때문에 대처를 하지 못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즉 지속적인 경고로 위험 요인들이 빠르게 나타나지만, 이를 간과하고 있다가 큰 위험에 빠진다는 뜻이다. 

지난 15일 오후 3시 30분경 경기도 판교의 SK㈜ C&C 데이터센터 화재가 발생했다. 해당 데이터센터를 이용하는 카카오의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은 물론, 포털·게임·택시·인증·송금·결제 등 주요 서비스 13개가 일제히 멈췄다. 생일 축하 메시지 수·발신은 물론, 택시 요금 및 식당 결제 등 일상의 서비스가 사실상 올스톱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카카오톡의 잦은 오류를 경험했던 이용자들은 잠깐의 헤프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2시간이 지난 16일 자정이 넘어서야 카카오톡의 일부 기능이 복구됐다. 48시간이 지난 17일까지도 완전 정상화가 되지 않으면서 대한민국에는 블랙아웃이 연출됐다.

이용자들은 장기화되는 카카오 복구 원인에 의문을 표하기 시작했다. 카카오는 모든 데이터를 국내 여러 데이터센터에 분할 백업하고 있으며, 외부 상황에 따른 장애 대응을 위한 이원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궁훈·홍은택 각자대표도 화재 발생 직후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즉시 이원화 조치 적용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카카오가 자체 운영 데이터센터(IDC)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데다가, 이원화 시스템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카카오는 현재 수도권의 4곳의 데이터센터를 이용 중이고, 화재가 발생한 곳은 서버 3만 2000대를 둔 메인 데이터센터였다. 카카오 측은 방대한 데이터를 옮기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지만, 허술한 비상대응체계가 만천하에 공개됐다.

네이버의 경우 당시 화재가 났던 데이터센터를 이용하면서 피해가 발생했지만, 즉각 이중화와 서비스 백업 조치에 들어가 추가 피해를 막았다. 네이버는 춘천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곳에 메인 서버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카카오는 과도한 서버에 집중한 데다가, 분할 저장 시스템 및 백업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면서 신속한 복구에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카카오의 이번 사태가 사실상 예견된 '인재(人災)'라고 지적한다. 134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불리며 IT 공룡으로 성장하는 데만 치중했다는 점에서다. 자체 인터넷 데이터센터도 보유하지 않은 채 문어발식으로 외형을 불리는 데만 급급했다는 것. 

무엇보다 12년 동안 위험 경고가 있었음에도 이를 간과한 것이 이 같은 참사를 불러일으켰다고 입을 모은다. 카카오톡은 2010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수십 차례의 장애가 발생했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장애도 19건에 달한다. 이달 4일 오후에도 카카오톡은 오류가 발생하며 18분간 먹통이 된 바 있다.

'Connect Everything'.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 당시 내건 비전이다. 해당 말처럼 카카오는 현재 '모든 것을 연결하는 종합 기업'으로 성장했다. 달려오는 코뿔소에 대처하지 못할 경우 그 피해는 카카오뿐만이 아닌, 사회 전반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신희강 기자 kpen84@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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