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민생토론회 업무보고 참석…증시 개장식 참석 후 두번째"공매도금지·금투세 폐지" 개미 표심 겨냥 광폭행보政 주가 부양신호에도 증시 하락세…선심성 공약, 시장 혼란 우려 제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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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대통령 최초로 한국거래소 증시 개장식에 참석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보름 만에 다시 거래소를 찾았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이른바 '개미(개인투자자)' 투심을 공략한 광폭 행보다.
1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에서 금융위 신년 업무 추진계획을 보고받았다. 업무보고는 국민이 참여하는 민생 토론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소액 주주들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온라인 전자주주총회 제도화, 이사들의 사익 추구행위 차단 등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의 납입한도와 비과세 한도를 두 배 이상으로 늘리고 가입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한국 자본시장의 심장인 거래소를 찾은 건 올해만 벌써 두 번째다. 그는 현직 대통령 최초로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한 지난 2일 이후 보름 만에 다시 거래소를 찾았다.
짧은 시일 만에 윤 대통령이 거래소에 다시 방문한 건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1400만 개미 표심을 겨냥한 상징적인 행보로 읽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8년 560만명이던 개인투자자는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폭증해 2022년 1424만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경기도 전체 인구(1362만명)보다 많다.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만 1400만명 이상이니 표심에 민감한 총선철을 앞두고 정치권이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실제 연말 연초 정부와 윤 대통령은 개미 사이에서 요구가 컸던 자본시장 정책들의 추진을 검토하거나 제도 개선을 공언하며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시작은 한시적인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 발표였다. 지난 11월 금융위원회는 불법 공매도를 뿌리 뽑기 위해 올해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4일 새해 첫 정부 업무보고에서도 윤 대통령은 "6월까지 금지하고 선거 끝나면 풀릴 것이라고 (예측하는) 부분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며 "부작용을 완벽하게 해소하는 전자 시스템이 확실히 구축될 때 푸는 것이다. 그게 안 되면 계속 금지하겠다"고 말했다.
양도세 부과 기준도 완화했다. 지난 12월 정부는 연말마다 증시의 변동성을 높인다는 이유를 들어 주식 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높였다. 세수 감소와 야당 반발을 우려해 일선 부처에서 반대 기류가 강했지만 대통령실에서 의지가 컸다.
윤 대통령은 개인 투자자들의 요구가 높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도 내걸었다. 금투세는 금융 투자로 5000만원 이상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20~25%의 양도세를 부과하는 세금이다. 증시 개장식 당일 윤 대통령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전격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이날 민생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은 최근 정책 추진과 관련해 "총선용 일시적인 금지 조치가 아니다"라며 "확실한 부작용 차단 조치가 구축되지 않으면 다시 재개할 뜻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개인투자자들은 윤석열 정부의 이같은 행보가 반갑다는 반응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국내 주식시장은 경제 규모 대비 저평가된데다 제도나 시스템적으로 1400만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후진적인 요소가 너무 많다"면서 "잘못된 불공정·불평등을 바로잡는 의미에서 대환영"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말이 아닌 실제 실천으로 이어져야만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주식시장 반응은 '글쎄'…선심성 포퓰리즘 비판도
다만 주가 부양에 힘쓰겠다는 정부의 신호에도 시장에선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 들어 지난 16일까지 코스피는 6% 가까이 내렸다. 지난 코스피는 1.6% 상승했던 개장 첫날(2일)을 제외하고 8거래일 연속 하락하는 등 약세를 이어갔다. 윤 대통령이 두 번째 거래소를 찾은 이날 오전 증시도 1%대 하락 중이다.
증시 활성화를 위해 최근 정부가 집중적으로 쏟아낸 대책들을 고려할 때 민망한 성적표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이같은 일련의 행보에 대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진지한 논의보다 선심성 공약만 쏟아내 자본시장에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충분한 논의 없이 갑작스럽게 추진한 공매도 금지는 한국 증시의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는 외국인의 자금 이탈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가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지속되는 세수 부족에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양도세 완화와 금투세 폐지 등 감세 정책으로 인한 세수 부담도 제기된다. 지난해 대주주 양도세로 거둔 세금이 7조원가량이며, 금투세 폐지로 걷지 못하는 세금이 1조3000억원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정치권이 쏟아내는 정책들을 보면 확실히 개인 투자자들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실감한다"면서도 "충분한 논의와 협의보단 정치적 입장에서 결정된 갑작스런 정책 변화들은 오히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