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해진 '美 우선주의'… "어떤 것도 장담 못 해"제1타깃 된 자동차·배터리… 반도체·가전도 리스크트럼프 정부 접촉면 넓히는 재계… 24시간 풀 네트워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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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국내 기업들의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취임 첫날 우려했던 관세 폭탄이 시행되지 않았지만, 더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분명히 하며 어느 산업군 하나 장담할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틀날 가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펜타닐(좀비 마약)을 멕시코와 캐나다에 보낸다는 사실에 근거해 관세 10%를 부과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며 포문을 여는 등 본격적인 무역 질서 개편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그는 취임식에서도 "다른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기 위해 우리 시민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대신 우리는 우리 시민들이 부유하도록 외국에 관세와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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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연설하고 있다ⓒ워싱턴=AP/뉴시스
전기차 지원 폐지… K-자동차·배터리 제1타깃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으로의 회귀를 선언했다.그가 서명한 행정명령은 바이든 정부가 추진해 온 2030년까지 신차 판매량의 56%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정책 등을 폐지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전기차를 다른 기술보다 우대하고 다른 종류의 자동차를 너무 비싸게 만들어 개인, 민간 기업, 정부 단체의 전기차 구매를 사실상 의무화하는 불공정한 보조금과 기타 잘못되고 정부가 강요하는 시장 왜곡의 폐지에 대한 검토"를 명시했다.전기차 구매 시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인플레이션방지법(IRA) 폐지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같은 정책은 미국의 전기차 판매를 둔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IRA는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누리는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와 배터리업체가 받는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의 존속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분기마다 수천억 원의 혜택을 받았다.전문가들은 IRA 폐기를 위해선 상·하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IRA를 바로 폐기하기보다는 행정명령 등을 통해 IRA에 따른 혜택을 대폭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이번 폐기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자동차 산업에서 자국 주도권을 선포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라며 "다만 전기차 의무화 폐기가 IRA 폐기를 선언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설명했다.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IRA 규정에 직접 손을 대지 않더라도 중국 등 해외우려기업(FEOC)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조금을 줄일 수 있다. 이 경우 한중 합작법인(JV)을 운영하는 한국 배터리 관련 기업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트럼프 2기 정부는 한국에 대해 관세 조처를 한다면 자동차처럼 미국의 무역적자가 큰 분야에서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
- ▲ 현대차 자율주행차ⓒ자료사진
반도체 보조금 리스크 여전… 中 반도체 제동은 기회반도체 산업에도 적잖은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국내 수출 주력업종이자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반도체 산업계에선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에 걱정이 깊었던 것이 사실이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확충을 목표로 반도체 생산시설을 확보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여기에 화답해 미국 투자를 결정했기 때문이다.트럼프 정부가 바이든 정부의 색을 완전히 지우고 더 강력한 자국 중심주의 정책을 펼 것으로 일찌감치 예상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바로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이다. 다행히 지난해 연말 양사 모두 보조금 규모를 확정하는 계약을 체결해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실제 보조금 집행과 현지 공장 완공 및 가동이 모두 트럼프 임기 중에 대부분 이뤄질 예정이라 트럼프 정부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당초 트럼프 당선이 확실시 된 지난해 반도체업계에선 트럼프 당선인이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 자체를 축소할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일단 보조금 지급 계약을 마무리 지으면서 보조금 자체를 번복할 확률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다만 이후에 보조금 수령에 따른 추가 조건들이 붙을 수 있다는 리스크는 여전하다. 지난해 바이든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서 반도체 생산 관련 기밀이 유출될 수 있는 정보 공유나 수익 공유 등의 독소조항이 빠지긴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를 되살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여기에 세제 혜택이나 대출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받는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깐깐한 기준이나 조건이 발목을 잡을 우려도 있다.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에 훨씬 더 강도 높은 규제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반사이익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중국은 지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부터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강력한 무역 제재를 시작으로 기술 개발길이 막혔고 뒤이어 바이든 정부도 중국에 대해선 강도높은 규제를 이어나갔다. 반도체 산업에선 특히 첨단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
- ▲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건설 모습ⓒ삼성전자
위기를 기회로… 재계, '24시간' 대미 네트워킹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재계는 발빠른 행보로 트럼프 정부와 접촉면을 넓혀 가고 있다.재계 관계자는 “취임 첫날에 하겠다고 예고했던 중국, 캐나다, 멕시코에 대한 10~25%의 추가관세와 보편관세 등을 이행하지 않았지만 미국 우선주의가 통상 전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전기차 의무화 정책 폐기 공식화로 친환경차 축소에 대한 방향이 확인된 만큼 정책 추진 속도와 강도를 예의주시하려 한다”고 전했다.삼성전자의 글로벌 대관 조직인 글로벌퍼블릭어페어스(GPA)도 미국 현지 정부 및 관계자들을 만나 협의를 꾸준히 지속해오고 있다. SK그룹 역시 북미 대관 콘트롤타워인 ‘SK 아메리카스’를 바탕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사들 공략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100만달러를 기부했으며, 정의선 회장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LG그룹도 글로벌 대응 총괄조직인 글로벌전략개발원과 워싱턴사무소를 중심으로 미국 현지 대외협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미국 현지화를 위한 투자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제철은 약 10조원을 투자해 미국 내 제철소를 건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향후 국내 기업들의 미국 투자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점쳐진다.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트럼프의 당선이 기존의 첨단산업 대미투자, 통상·대북정책에 있어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트럼프 행정부를 이미 경험해 본 정부의 실리적 외교·협상 노력과 더불어 민간 차원의 아웃리치 활동이 병행된다면, 한·미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하상우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본부장은 “내수부진, 높은 인건비 부담과 함께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대외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기업, 특히 대기업들의 긴축경영 기조가 크게 높아졌다”며 “경기상황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업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유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